오늘은 화요일,성곡미술관에 가기 전에 교보문고에 들를 일이 있어서 조금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열시에 여는 줄 알았더니 아홉시 반부터 개장을 한다고 하네요.
미리 알았더라면 성곡미술관 가는 길에 일찍 들러
신간서적이 나왔나 구경도 하고 음반점에도 들러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그래도 어쨌든 구하려고 했던 일본어 책 산 다음
비올라의 거장이라서 그의 비올라를 듣고
현대 작곡가들이 여러 곡을 작곡했다는 유리 바쉬메트의
음반이 있나 들러보았습니다.
한 쪽에 나란히 얼마 되지 않아도 비올라곡이 꽂혀 있네요.
사람의 눈이란 얼마나 선택적인지 그 악기에 대해서
무심했을 때엔 들어오지 않던 코너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그래서 이 곡 저 곡 비교해보다 슈베르트와 슈만 곡을
중심으로 녹음한 그의 음반 한 장을 구하고
드디어 성곡미술관으로 갔지요.
초현실주의,읽어도 읽어도 잘 모르겠고
아직 마음이 활짝 열리지 않던 사조인지라
오늘은 신경을 바짝 쓰면서 강의를 들었더니
뭔가 감이 오기 시작합니다.
이래서 혼자하는 공부에 더해서 강의가 힘을 갖는 모양이라고
혼자 즐거워했지요.
사실은 수업끝나고 아트마니아님 만나서 미술관 앞의
커피전문점에 가보기로 했는데 수강생들이 다 함께
식사하자는 바람에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깜빡이님이랑 더불어 여럿이서 점심을 먹고 나서
둘이서 인사동 나들이를 갔습니다.
우선 파리 화가들의 작품전시라고 이름붙인 화랑을
전화로 물어서 찾아갔습니다.
조계사 맞은 편에 조그만 화랑인데요
이십주년 기념으로 소장하고 있는 그림을 전시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놀랍게도 인상적인 그림들이 여러 점 있었습니다.
모르는 화가도 있었고 눈에 확 들어오는 크리스탈 조각도
있었는데 누군가 물어보니 올림픽 공원에 손가락 조각이
전시된 바로 그 조각가라고 하네요.
오늘 수업에서 만난 살바도르 달리의 비너스 조각상도 있고
후앙 미로의 눈길을 끄는 그림 여러 점
마티스,피카소의 드로잉도 있고
로랑생,블라맹크,그리고 로트랙도 있습니다.
화랑주인의 감식안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여러 점이고
빨강딱지도 많이 붙어 있네요.
그 곳을 나서서 그 다음 행선지인 인사동 학고재에 가기 전에
인사아트센터에서 전시하고 있는 그림을 보려고 들어갔는데
처음 보는 화가인 금동원의 오방색을 만났습니다.
처음 보기엔 조금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색의 강렬함에 끌려서 한참을 구경하고 다녔습니다.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이 그림을 한 점 걸어놓고
바라보고 있으면 안에서 갑자기 생명이 솟아오르는 그런
기분에 잠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층 전시장 가득 들어찬 그림을 둘이서 이야기하면서
찬찬히 구경하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당연히 밤에 집에 들어오니 그녀의 그림을 찾아보게 됩니다.
처음에는 화가가 남자인줄 알았는데요
전시장에서 활달한 어투로 전화하던 그녀가 바로
작가라고 하더군요.

전시장에서 본 그림들은 저작권 보호차원에서 프린트
금지가 되어 있어서 그 이전의 작품들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색과 색이 어울려서 만들어내는 공간의 활력과
아름다움에 반한 날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나와서 즐거운 마음으로 학고재에 가니
분명 오늘까지인 전시가 이미 철거가 되고
내일 전시를 위해 준비중이더군요.
이럴 수가,아무리 바빠도 하루 정도 간격을 두고
마지막 날까지 전시를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화가 나더군요.
일부러 이 전시를 다시 보러 간 것인데 싶어서요
그래서 그냥 집에 가기 아쉬워 현대갤러리에 들렀습니다.
신관에서는 김창렬의 신작 물방울전을 하고
구관의 두가헌에서는 도상봉전을 하고 있더군요.
제겐 도상봉전이 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두 점정도를 원화로 볼 기회가 있었지만 나머지는
베일에 싸인 화가였던 그의 그림을 한 자리에서
다양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오늘은 강렬한 금동원의 색에 붙들려 있으니
도상봉이나 김창렬의 그림은 다음에 다시 보기하는 것이
낫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