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유담에가면 용이 똬리를 틀고 앉았던 자리가 있는기라...
그래서 옛날에 학교에서 아이들데리고 소풍가면 나는 꼭 그자리에 않아서 도시락을 까묵었제...
그 바위 모양이 어찌나 신기하던지...용이 똥을 싸서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도 있고...>
이곳에서 태어나서 여기서 한세월 다보내신 돌정지댁 할머니께서
기억속에 있는 그자리를 늦기 전에 다시 한번 더보고 싶다고 하셔서
짬을 내어 모시고 용유담에 갔다.
여기서 늦기전이라 함은 할머니께서 연로하셔서가 아니라 어쩌면 이 용유담이
지리산 댐 건설로 인해 수장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용유담으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다. 할머니는 내려가실 때도 올라오실 때도
두 손을 짚어가며 조심조심 움직이신다. 엄금엄금 기시며 할머니는 옛날 당신의
부친에게서 들었다는 용유담 마적도사 전설을 얘기해주신다.
<그래서 마적도사가 구룡정에서 문풍지에 구멍을 뚫어 놓고 한쪽 눈으로 승천하지 못한
용을 훔쳐 보다가...고마 눈이 멀었삤다 아이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얘기지만 다 아는 얘기입니다라고 말을
할 수가 없어 범생처럼 얌전히 듣고 그런 전설이 있었네요 하니
할머니는 신이나서 마적도사와 당나귀 전설도 꺼내신다.
마적도사가 당나귀에게 심부름을 시켰는데... 당나귀가 다녀와서 울면 도사가 용유담을
건네주곤 했는데 아홉용이 싸우는 바람에 당나귀 울음소리를 못듣고
당나귀는 기다리다 죽어버리자 도사가 자책하며 장기판을 용유담에 던졌더니
그 장기판이 오늘날의 용유담 기암괴석이 되었다는 ...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용유담 마적도사 전설을 나는 또 다시 얌전히 들어드렸다는거
아니겠습니까? ㅎㅎ
용유담은 한국내셔널트러스터에서 이곳만은 꼭지키자고 한 명승이다.
그리고 문화재청에서 2011년 12월에 명승지정을 예고하여
국가 명승지로 거듭날 찰나
수자원공사와 함양군에서 지리산댐 수몰예정지라
명승지정을 취소해달라고 요청 하여
명승지정이 보류되고 또 다시 수물위기에 놓였다.
용이 똥을 쌓다던 신기한 바위를 찾기위해 한참을 헤매어보지만
할머니는 여긴가 저긴가 하며 기억을 해내지 못하신다.
하긴 30년도 더 된 옛날 일이라 그동안 그 신기한 바위가
큰물에 떠내려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결국 찾지못한 용이 똥눈 바위를 찾다보니
속에서 천불이 치솟는다.
찾고자하는 바위를 못찾아서가 아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천년의 세월이 만든 이 신비로운 조형물을 외면하고 수장시켜
댐을 만들자고하는 사람들은 도대채 뭐하는 사람들인지...
도대채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지...
그랜드캐년에 결코 뒤지지않는 지리산 북부 협곡인
휴천계곡에 50층 높이의 시멘트벽을 쌓아 댐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의
뇌를 한번 들여다보고싶다.
아무 것도 보이지는 않겠지만서도...
왼쪽이 두꺼비 수컷 오른쪽이 암컷이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할머니는 용유담 소가 명주실타래 3개 깊이라고 하신다.
그렇게 까지 깊지야 않겠지만 소가까이 다가서면 발바닥이 오그라든다.
용유담이 내려다보이는 전설이 서려있는 구룔정
용유담 바위들에 낙서가 즐비하다.
아래는 수해로 인해 함양군에서 보수공사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시멘트를 발라놓은 모양새가 용유담의 미관을 크게 해치고있다.
이런 것들을 보면 하루빨리 용유담이 국가명승지로 지정되어
제대로 보호받고 관리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농철이라 눈코뜰새없이 바쁜 휴천골짝 농꾼들이 호미를 던지고
용유담앞에서 지리산을 지키겠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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