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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금요일,빛난 하루

| 조회수 : 1,096 | 추천수 : 81
작성일 : 2007-09-22 09:17:44


  이번 금요일부터 혜화동시대를 마감하고

인사동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난 특강때 점심을 함께 하면서 노성두선생님으로부터

민예총 사무실에 문의를 하면 공간을 무료로 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머라여님이 수고해주신 결과

공간사용료를 내지 않고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물어물어 찾아간 하나로 빌딩

반가운 얼굴들 사이로 낯선 얼굴이 보입니다.

누구신가요?

쪽지주신 okaybody님이 답장이 없어서 못 오시는 줄 알았는데

선뜻 참여해주시고

중간에 머뭇머뭇 거리면서 들어선 얼굴

오라,남성인데 그것도 아주 젊은 남성이 청일점으로

새로 등장을 했습니다.

알고보니 everymonth에서 카시레드라는 아이디로

이 곳에 합류해도 되는가 문의했던 분이더군요.

그는 이 모임이 자신 또래의 젊은이들의 모임일 것이라고

그것도 이렇게 여성일변도가 아니라

혼성모임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고요.

나중에 인사하면서 보니 우리중의 여럿은 그에겐

어머니연배의 사람이었던 셈인데

그래도 인사하면서 우리 어머니께도 소개하고 싶은

모임이라고 해서 웃었습니다.

공부에 물이 오른 머라여님,그리고 새로 참여한 초코 왕자님의

세심한 준비로 (더구나 아들이 러시아에 다녀오면서

구해온 도록을 들고와서 구체적으로 도판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준 덕분에) 이슬람을 맡은 제 차례는 돌아오지도

못했지만 정말 즐거운 수업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그냥 한 번 쓱 읽어가서 생각나는대로

수업을 할 수는 없겠네,조금 더 준비해야겠다 긴장이


된 날이기도 했고

아트마니아님의 등장으로 (전공이 미술사이고

실제로 강의도 오래 진행한 사람이라 기대가 크지요)

모임이 조금 더 보강된 느낌이 든 날이기도 했습니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먼저 떠날 사람들은 떠나고 나서

마실 것과 더불어 이야기를 조금 더 하러 들어간 찻집

아니,밥값과 비슷하거나 밥값보다 비싼 음료값이라니

놀랐지만 돌아나갈 수도 없어서 그 곳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무성합니다.

공간을 마련해서 다양한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강남모임의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람이 씨앗을 품고 살다보면

그것이 어떻게 싹이 되고 꽃이 되며 열매가 맺게 될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에서 참 신비한 것이로구나

저절로 기쁜 마음이 들었습니다.

금요일 밤,기다리던 연희동의 하우스 콘서트가 있는 날입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연주가 있다고 해서

집에서 하는 콘서트에 가기로 한 멤버만 남아서

인사동의 전시장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인사아트센터에서 전시를 본 다음

하나로 빌딩앞을 지나다가 본 선화랑의 조각전에 갔는데

뭐라고 할까? 성의가 느껴지지 않는 배치랑

변화가 없는 작품경향에 조금 실망스런 전시였지요.

그래도 한 구석에 열린 공간으로 들어가서 본

문봉선의 작품 한 점이 그나마 멋진 만남으로 기억될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현대갤러리의 오치균전에 간 것으로

개운하지 못한 감정이 말끔히 가시게 되었습니다.

흘러넘치는 마음을 붓대신 손가락으로 표현했다는 작업을

가까이에서 보면 물감이 덕지덕지 뭍은 이상한 느낌이지만

조금 거리를 두고 보면 거리에 따라 방향에 따라

달라보이는 신기한 그림이 되었습니다.

함께 한 네 사람이 다 그림을 좋아하고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사람들이라서 보는 것도 이야기나누면서

같고 다른 느낌을 경험하는 것도 즐거운 전시장이었습니다.

그가 뉴욕에서 활동할 시기에 그린 그림

사북의 거리와 진달래를 그린 그림

달라진 그림을 통해서 사람이 사는 지리적인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림에서 대담한 구성이 돋보이는

여러점에는 눈길을 오래 두게 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잊을 수 없는 시간이어서

집에 와서 어제 밤 검색했을 때는 분명히 너무나 잘

작품이 정리된 개인 홈페이지가 있었는데

어라,귀신이 곡할 노릇이네요.

오늘 찾으니 그것을 도로 찾을 수가 없어서 대용으로

보고 있는 중인데요

꼭 보고 싶었던 파스텔화들을 다시 볼 수 없어서

유감입니다.

언제가 우연히라도 다시 만날 수 있겠지요?







전시장을 찾는다는 것은 거기서 단지 그림을 보게 되는

경험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새로운 개념,새롭게 보는 눈을 만난다고 할까요?

어제 인사아트센터에서는 몽당연필로만 만든 배

그 속에 누워 있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배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몽당연필로 색을 조화롭게 맞추어서 작업한다는

발상,그것이 신선한 느낌이었고 그런 발상의 순간을

작가는 어떻게 찾아가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화집 발간을 기념해서 전시회를 열었다는 한 화가는

초기작과 후기작이 너무 달라서 (더구나 전시공간도

달라서) 어떻게 보면 한 화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경향을 보여주고 있더군요.

마침 화가가 옆에 있어서 인사를 했더니 그림그리는 사람이냐고

물어서 웃었습니다.

그냥 그림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는데요 작품경향이 추상으로 변한 것이

제겐 더 인상적인 그림이라고 하니 얼굴 가득 웃는 모습으로

응대를 하는 화가의 웃음이 인상적이더군요.







전시장을 나서서 아무래도 서둘러서 가야 할 것 같은

연희동 콘서트장,그런데 택시기사분이 밀리는 금요일을

감안해서인지 연세대학교 안으로 들어가 주어서

갑자기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더군요.

나무가 많이 자라서 숲을 이룬 공간을 지나가면서

입시를 앞둔 캘리님 아들이야기,이 곳에 오고 싶었으나

들어오지 못한 딸이야기도 했지요.




너무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입장이 허용되지 않아서

동네에 유명하다는 중국집을 물어물어 찾아가서

조금 이른 저녁을 먹으면서 여행이 화제가 되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 먹고 간 연희동 집앞에 이미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 음악회

주최측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난감해하더군요.

이층 제겐 꿈의 공간처럼 보이는 그 공간을 잊기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랜드 피아노 한대 놓여있고 세로로 길쭉한 공간에

한쪽에는 책이 다른 한 쪽에는 음반과 디브이디가

많이 꽂혀 있더군요.

중간은 비어서 사람들이 앉아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백명정도 수용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50명정도라면 그래도 쾌적하게 앉아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래도 한 개인이 이런 공간을 갖고 그것을 혼자

가족끼리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대중을 위해서 공개하는 것은 보통 에너지가 아니로구나

놀랐습니다.

더구나 주인의 어눌하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으면서

이 상황을 어찌 수습해야 할지 감을 못잡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정작 힘이 있는 것은 이렇게 내성적인 사람들인가

그런 이야기도 나우었지요.피오니님과 옆에 앉아서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자리

아예 뒤로 돌아서 나중에 합류한 깜빡이님과 넷이서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연주자 둘과 반주자가 올라옵니다.

자리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곡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중에서 특히

피아노소리에 모든 것이 다 해결되어 버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실내악의 매력을 흠뻑 느낀 날이었지요.

앞으로 그의 행보를 계속 주목하게 될 새로운 연주자와

만난 참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아람누리에서의 김선욱도 좋았지만

가까운 자리에서 표정과 손의 움직임을 보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의 느낌이 더 좋더군요.







피아니스트 김대진이 이끄는 금호 아시아나 솔로이스츠의

창단멤버이기도 한 바이올린의 권혁주와는 오래 호흡을

맞춘 사이인듯 둘 사이의 어울림도 보기 좋았고

더 아래 연배인 김선욱이 오히려 둘 사이의 음악을

조율하는 느낌이었는데 마치 지휘자 정명훈의 젊은 시절

모습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드는 것은 저만의 느낌이었을까요?




연주가 끝나고도 한참 머릿속에서 음이 떠돌아다녀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잡은 소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참으로 희안한 경험을 한 날,

하루가 온 종일 빛난 날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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