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를 떠나가는 반딧불이/이승민작시/김성봉곡
빨간 사과/이승민
가을운동회 연습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과일가게 앞에 놓여있는
탐스런 빨간 사과
보다보다
얼른 한 알 훔치고 달린다.
퉁탕거리는 가슴도 달리고,
길도 달리고, 차도 달리고,
뒤 돌아 보고보다 넘어져
무릎에선 피가 나고
떼구르르
빨간 사과 한 알 구른다.
여기저기 상처 난
덤불 속 빨간 사과
코스모스 핀 길 따라 걸으며
와사삭 깨물어 물고
달다달다
아껴가며 조금씩 먹는다.
집이 가까워져 올수록
상처 난 무릎 더 아프고
걱정 점점 더 커지고
빨간약 발라주던 누나
왜? 왜?
물어와 살짝 얘기해줬다.
사과 한 알 훔쳐 먹고
저녁에 아버지 손에 이끌려
가게로 찾아가
사과 한 상자 값 물어주고 오며
이제 학교도
갈 필요 없다고 했다.
빨간 사과보다 더 빨간 얼굴로
사과를 해도 사과 받아주지 않던
주인 얼굴이 무서워
학교 갈 때면 뺑뺑 둘러갔고
나무에 올라
빨간 사과가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