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미술사 수업에서 노성두 이주헌의 명화읽기를
함께 읽어가고 있습니다.
돌아가면서 소리내서 책을 읽으면서 필요한 내용을
추가로 설명하는 형식으로 수업을 하는데
미리 읽은 책이지만 아무래도 수업을 리드하는 입장이라
전날 미리 한 번 다시 읽게 되고
수업시간에 소리내서 다시 한 번 읽게 되니
글맛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일학기 마지막 수업인 오늘
보티첼리,레오나르도 다 빈치,미켈란젤로
그리고 라파엘로와 티치아노까지
주옥같은 그림을 각 화가별로 한 편씩 읽어본 날
기분이 좋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그림을 떠올리게 되는 희안한 경험을 했습니다.

오늘부터는 두 아이가 다 방학이라 집에 와서
점심을 함께 먹고 피아노의 새 악보를 보는 중에
따라 들어온 보람이가 나도 한 곡 연습하고 싶다고 하더니
한 손으로 악보를 보면서 뚱땅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오늘은 라파엘로의 그림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는 날
집안에서 도서관에 수업하러 가기전
한가하게 즐기는 이 시간이 평화롭네요.
라파엘로는 우르비노 출신인데 아버지가 궁정화가였다고
하는군요,아무래도 어려서부터 그림과 친숙한 환경에서
자랐겠지요?
그는 여러 스승을 거쳐서 나중에 피렌체에 오게 되는데
그 때 인문학의 세례를 받았고
로마의 바티칸에서 미켈란젤로의 시스틴 천장화를 보면서
그 이전에 배운 것을 모두 버리고 그에게서 영향을 받았다는
기록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거장에 대한 경의로 아테네 학당의 인물중 한 명에
미켈란젤로의 얼굴을 그려넣었다고 하는군요.
얼마나 강렬한 충격이었을까?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성격이 좋아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화가,다른 사람의 장점을 살려서
자기 것으로 잘 소화한 화가,그러나 독창성에 있어서는
다른 두 명의 거장에는 조금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는
라파엘로

그러고보니 이 화가를 제대로 잘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그가 거장이라고 느꼈던 최초의 기억은 바로 이런 작품들을
통해서였습니다.
아마 성화에서는 그렇게 깊은 인상을 아직은 받지 못하는
탓에 초상화에서 화가의 진가를 느끼는지도 모르겠네요.

한 추기경의 초상화인데요 추기경이나 교황은
옷색깔 자체가 그림이 되는 느낌이 드네요.

언젠가 화요일 강의를 듣고 쓴 글에서 이 그림의 경매에서
비싸서 못 구한 렘브란트가 자신을 모델로 이런 포즈의
초상화를 그린 적이 있노라고 이야기한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인데요 이 그림의 주인공은 궁정인이란 제목의
책을 쓴 인물이라고 하네요.


젊음과 노년의 초상화
이 거리에 존재할 많은 이야기들에 사로잡히게 되는 시간입니다.

오늘 아침에 수업시간에 본 그림은 성 게오르기우스가 용을
죽이는 장면이었는데 이 그림은 성 미카엘이 용을 죽이는
장면이군요.
그 사이에 그림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놀랍습니다.
시작에서 끝을 짐작하기 어려운 화가가 놀라운 화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화가의 자화상을 끝으로 점심시간의 여유를 끝내고
일어나야 할 시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