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사위가 처가에 가면...

| 조회수 : 2,404 | 추천수 : 14
작성일 : 2007-07-17 07:24:07


보통 친정 간다 하면  뒹굴 뒹굴하다가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밥 먹고 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시절이 내게는 없었다.
집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바로 몸빼 차림으로 주방으로 달려가는게 첫 번째 일이였다.

허리굽은 어머니 밥상 받는다는거 상상할 수 없기에
주방으로 베란다로 다용도실로 뛰어 다닐 수 밖에 없다.

미처 치우지 못한 일들을 내 손 빌어 주면 당신이 조금 편할까 싶어서다.

친정 엄마는 일을 이고지고 사신다.
사돈 남말 한다고 나도 일을 달고 사니 엄마 딸이 맞긴 맞는갑다.
휴~

내 세 딸들은 제발~일을 달지 말고 살아야 하는데
하나라도 닮을까 사실 겁이나고 싫다.

나도 어렸을 적 엄마처럼 안산다고 악쓰고 다녔으니까!



닭 날개 부위만 사가지고 갔다.
맵지 않도록 간장으로 찜을 해드리고 싶어서였다.
그 날이 복날이였기에 그래도 닭 맛은 봐야 되지 않겠나? 싶어...

광주 내려오는 날 일산 어머니 아버지 아이들이 함께 먹을 닭봉으로
닭봉찜을  해 드렸더니 점심때 밥은 손도 안대고
닭봉만 한 접시 다 비우시는 시아버지.
울 어머니 미안하신지 아버님 흉을 보신다.

"야야~~ 닭고기 생전 안먹어 본 사람모냥 고기만 드신다야~."
아...참 잘했다.
이럴때 밥상 차리는 사람 마음이 가볍고 즐겁다.

잘 드셔 준다는거! 밥하는 사람에겐 힘이다!

다음 날 또 드시라고 고사리넣고 닭계장도 한 냄비 끓여놓고
집을 나섰다.

이리 저리 챙길게 너무 많으니 때론 고단하기도 하다.
그래서 때론 집 밖 나가는게 귀찮을때도 있다.

안하면 어쩌냐? 담에 먹음 되지?
속 모르는 남자들 그리 말 할 수도 있다.

그게 아니다~~
때가 되서 먹어야지 덜 서운하다.

티비에서 계속 삼계탕이야기 복날 음식 이야기 나오는데
나만 안먹으면 어른들은 오래도록 서운해 한다.

아마 나도 늙으면 서운해 할거 같다.

나이 먹는 다는 것은 점점 어린애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아이 대하듯 어른들 대하면 편하다.



오이도 몇 개 사가지고 갔다.
시원하게 떠 먹을 냉국이 있으면
어른들 밥상이 서운하지 않고 든든하기에...

거창한 고깃국이 필요한게 아니라
이렇게 오이 두 세개가 밥 상 중심이 되어 주는 경우도 있다.

역시 사가지고 가길 잘 했단 생각이 든다.
너무 잘 드셨기 때문이다.

시원하고 개운했다.



풀먹인 모시 이부자리가 베란다 빨랫줄에서 춤추고 있었다.

수의 일을 해주고 남은 천조각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저리 만들어 요긴하게 쓰시는 분이다.

복잡하고 일 많은 풀먹이기.
평생 고치지 못하시니 당신 생명 다 하실때까지 이렇게 사실란 갑다.
일을 이고 지는것도 모자라 양손에 다 들고 사시는 듯 하다.

말린다고 하지 마란다고 어른들은 안하는게 아니더라~
그래서 그 정도 되면 이젠 당신이 즐기는 갑다~
생각해야 되겠더라~

곁에 사는 언니가 늘 불만이고 우리들 보면 엄마 일거리 만들지 말라고
볼멘 소리 하지만 그게 결국 메아리만 되는 것을 언니는 모르는 갑다.

옆에 살면서 티격태격 엄마랑 말싸움 하는게 보기 싫어
이러고 저러고 말안하고 후딱 갔다가 올때도 있다.

가끔 와서는 잘난체 하고 가는 동생이 되기 싫어서이다.
언니 마음 다치게 하고 싶지도 않다.

신경 곤두서 있는 사람 안건드리고 오는게 엄마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그랬다.
엄마에게 쥐어줄 용돈 언니에게 쥐어주고 왔다.

아픈 형부 고 1 조카 뒷바라지에
친정 엄마 아빠 뒷바라지에 자기 삶이 불행하다 생각하는 언니이기에
암 말 안하고 신경 안건드리는게 결국 엄마를 생각하는 길임을
나는 이미 터득했기 때문이다.

엄마도 그 마음을 아시는거 같다.

가끔 내게 전화해서 이러고 저러고 해라~~라고 말씀을 해주신다.

당신 머릿속에는 안걸리는 사람 있으랴?
참 복도 지지리도 없는 사람.
그 사람이 우리 친정 엄마다.

우리 화물차에는
엄마에게 드린 용돈의 몇 십배가 실려있음을 어쩔꺼나?



양념액젓도 이렇게 많이 만들어 놓고 누가 오면 한 병씩 주기도 하고
당신 먹고 싶은 것 있음 조물조물 양념도 하고...

" 몇 병 가져갈래? ." 하시기에~
"됐어요~ 저도 달여먹어요~."

아마 철없는 새댁때 였음 몇 병 차에 실었을것이다.
그 만큼 내게도 긴 세월 흐름이리라~

그 매운 손끝 솜씨 퍼주는 마음  나는 당할 제간이 없다.
남편도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든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게 친정 어머니다.



처가에 가서 사위가 할 일이 무엇이냐? 라고 묻는 다면?

거침없이 말해 주련다!!

1. 어른들 사진 찍어주기 ...............의외로 아이들 처럼 너무 좋아하시더라~

                                                 영정 사진 찍어 준다 하니 더 좋아하고
                                                 그 아픈 와중에 고운 옷을 갈아 입더라~ 새로운 발견이다.

                                                
                                             남편이 사진 찍는거 배운다고 애쓴 보람이 여기에 있는거 같아 참 좋다.

2. 안드는 칼 갈아주기 ..................세상에 오이도 안썰어 지는 칼로 두 분이 밥을 해드시다니 경악이다.
                                                 내가 쓰는 칼 잘 갈아주는 남편이 고마운 생각이 퍼뜩 나더라~
                            
갈아서 쓰면 되지 않겠나? 아니다!
당신은 세상이 다 일거리고 이리 저리 봐줘야 할 일도 많으니
갈 힘도 없거니와 그거 신경쓸 마음도 안서시는 분이다.

아버지는 왼쪽 팔에 풍기가 있어 힘도 없고 겨우 겨우 옷 갈이 입으실 정도다.
그래도 많이 좋아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남편도 내가 해 줄일 있어 좋아하는 눈치다. 그래서 더 고맙다.
당신이 칼을 쓸때 마다 일산 사위 생각하실 것이다.
참 잘했다는 생각이든다.

대한민국 사위님들...
처가에 가면 안드는 칼 직접 갈아주세요!



등허리가 굽어 난장이가 되어버린 어머니 뒷 모습에 그 긴 세월이 한스럽다.
키가 너무 작아지셨다.

지팡이가 당신에게 또 하나의 발이 되어 버린지 오래 되었다.

여기에 뭐라 덧붙일 말 하나 없다.
친정이란 이름이 가슴에 답답할 때가 참 많은데...

그래도
그런 친정이 있어 이렇게 내려오니 얼마나 좋으냐?
그래서 내가 부럽다라고 말씀하신
나주 질경이님 말이 귓머리에 잔잔하게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빈마마 (ykm38)

82 오래된 묵은지 회원. 소박한 제철 밥상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마마님청국장" 먹거리 홈페이지 운영하고 있어요.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안줘!
    '07.7.17 10:20 AM

    시간이 갈 수록 부모님이 다르게 느껴지네요...
    어느순간 내가 부모님보다 훌쩍 키가 크다는걸 느끼고
    시간이 지나 내가 부모님께 의지하는것 보다
    부모님이 내게 기대셔야 한다는걸 느끼고...
    눈물나네요.

  • 2. 푸른두이파리
    '07.7.17 12:11 PM

    저도 혼자 계시는 친정엄마 찾아뵌게 벌써...
    생신때도...아버지 기일에도...
    오빠네 가시는 걸음이 즐거우신 엄마께 전화해선 "엄마~아들들하고 있으니 좋지?" 하며 목소리가 한옥타브 높아진답니다.
    엄만 밝은 딸 목소리에 안심을 하시며 건강챙기레이 하신답니다...
    나이들수록 부모님에 대해 더욱 애틋해지는것 같습니다.

  • 3. 진이맘
    '07.7.17 1:20 PM

    경빈마마님이나 저나 늙으면 친정어머니처럼 되지 않을까요.
    손이 많이 가는 것인줄 알면서도 할 것이고, 자식들 하나라도 더 먹일려고 종종거릴거예요.
    왜냐하면 경빈마마님도 어머니 딸이니까요.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같은가봐요.
    마음이 짠합니다.

  • 4. 상구맘
    '07.7.17 2:33 PM

    글 읽는 내내 마음이 짠 하다가 마지막엔 눈시울이 젖어 드는걸 보니
    저도 그만큼 나이를 먹었나봅니다.
    항상 마마님의 글을 보다보면 그 넉넉한 마음에 고개를 숙입니다.

  • 5. 별꽃
    '07.7.17 3:21 PM

    저도 상구맘님처럼 눈시울이 젖어드네요.
    그래도 두분 함께 계시니 그것만으로도 행복이세요.
    저희 엄마 일찍 혼자되셔서 외롭게 지내시는것보면 맘이 짠 하답니다.
    네분 어르신들 내내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 6. 왕사미
    '07.7.17 3:39 PM

    아~
    콧끝이 찡해옵니다
    괜시리 경빈님 손이라도 잡고싶어집니다...
    어머님 뒷모습을보니 찡하네요....

  • 7. 은파각시
    '07.7.18 7:03 AM

    어머니!!
    불러보기에도 목이 메이는 이름입니다.

    글 읽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어찌 할수 없었지요.
    마마님 말씀처럼...
    저 역시나 절대로 어머님처럼은 안 산다고...
    그러나 지금 그렇게 ,어머님 걸어오신길을 가고 있네요.

    그러면서
    그 옛날,그리도 힘드셨을 어머님에 삶을 온 마음으로 느끼고 있지요.

    사는게 바빠서...핑계겠죠.
    전,그날도 모르고 지나 갔습니다.

  • 8. maYa
    '07.7.18 2:53 PM

    경빈님 때문에 울었잖아요~~ ㅠ.ㅜ
    엄마한테 한 번 가봐야겠어요.
    아버지가 건강하셔서 칼 잘 들게 갈아주시니 정말 고마운 일이죠...
    마마님 부모님 모두 더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기도할게요...
    오랜만에 제 마음의 느낌표 주셔서 고맙습니다.

  • 9. 푸른하늘
    '07.7.19 1:24 AM

    이글을 읽으면 제가 나쁜 며느리에 딸인것 같네요. 늙으면 아이같아진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음에도 저는 자꾸 짜증만 내고 화내고 했는데... 여태까지 내가 보살핌을 받았는데 이제는 내가 그분들을 보살펴야 된다는 것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것 같기도 하고... 반성하겠습니다

  • 10. 시골아낙
    '07.7.19 4:22 PM

    마마님..
    그냥 아낙에게 언니들이 많다는것이 고마움입니다.
    이렇게 시어른들과 함께하는 삶 속에 항상 혼자 계신
    엄마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엄마처럼 산다고 느끼는 이 네째 딸이 손톱 밑의 가시같아 눈물짓는 어머니..
    그 어머니를 언니들께 부탁하고 저만 바라보고 사는 아낙도 눈물납니다.

  • 11. 캔디
    '07.7.28 3:39 PM

    코 끝이 시큰한게 모를 설움이 나려 합니다...
    저희 엄마 호강 다운 호강 못 해보시고 일찍 천상 과부되어...
    지금 이 시간 쯤이면 옥수수 메밀 콩 고추 농사 에
    땀 흘리고 계실텐데...엄마의 자리가 얼마나 고귀한 자리인지...
    엄마! 정말 사랑해요...
    36년을 살면서 이 흔한말 한마디 못 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살아보니 알것 같습니다..
    그리고 엉엉 목 놓아 울것 같아서 아껴두었던 말인데,,
    이제는 자신있게 사랑해요' 라고 할겁니다..
    감상 잘 하고 갑니다...

  • 12. Wkdrk
    '07.8.18 8:02 PM

    아휴.........
    감동적입니다.
    너무 아름다워요.
    쭉 놓인 페트병하며 잘 갈아진 세월이 흔적이 뭍은 칼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닭날개까지....
    화려한 바지^^입으신 경빈마마님의 발도.....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7725 솔섬에 가는 길~~~~~~~~~~~~~~~~~~~~~ 4 도도/道導 2007.07.17 1,032 15
7724 사위가 처가에 가면... 12 경빈마마 2007.07.17 2,404 14
7723 연밭 메는 남자들과 연꽃 2 미실란 2007.07.16 1,317 28
7722 사랑하는 재혁이와 재욱이 계획표 5 미실란 2007.07.16 1,355 61
7721 소리 내어 읽는 즐거움-라파엘로를 보다 1 intotheself 2007.07.16 1,874 19
7720 .. 14 코코샤넬 2007.07.16 2,378 22
7719 열공에 빠진 단.무.지.... 2 망구 2007.07.16 1,526 9
7718 아쉬움~~~~~~~~~~~~~~~~~~~~~~~~~~~ 3 도도/道導 2007.07.16 872 35
7717 어떻게 이해할까? 인상주의 2 intotheself 2007.07.15 1,519 8
7716 향긋한 난향이 좋네요^^ 1 나오미 2007.07.15 1,164 54
7715 저희 지역의 자랑 -도자기 장인 오후 2007.07.15 1,121 31
7714 고마운 82 님들께 꽃씨 드려요 11 영심이 2007.07.15 1,398 42
7713 삼계탕입니다. 하늘담 2007.07.15 949 12
7712 안나돌리님 시원한 바람 받으세요 2 영심이 2007.07.15 1,205 54
7711 작은 제비꽃님에게 빌린 도록을 보다가 2 intotheself 2007.07.15 977 33
7710 독일 베를린 장벽과 동물원에서 찍은 동물 1 맘씨고운 2007.07.15 910 20
7709 비온뒤 일몰~~~~~~~~~~~~~~~~~~~~~~~ 5 도도/道導 2007.07.15 968 38
7708 어제...불타는 한강 7 안나돌리 2007.07.15 1,140 15
7707 영심이님께 드리는...수련 2 안나돌리 2007.07.15 1,118 24
7706 백합 3 자연 2007.07.14 1,289 72
7705 비오는 날 개구리 13 영심이 2007.07.14 1,323 44
7704 대천 해수욕장에서 2 하늘담 2007.07.14 902 9
7703 tile님께-www.artcyclopedia.com(수정) 2 intotheself 2007.07.14 910 21
7702 행복 6 영심이 2007.07.14 1,297 59
7701 새악씨의 모습으로~~~~~~~~~~~~~~~~~~~~ 도도/道導 2007.07.14 930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