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친정 간다 하면 뒹굴 뒹굴하다가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밥 먹고 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시절이 내게는 없었다.
집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바로 몸빼 차림으로 주방으로 달려가는게 첫 번째 일이였다.
허리굽은 어머니 밥상 받는다는거 상상할 수 없기에
주방으로 베란다로 다용도실로 뛰어 다닐 수 밖에 없다.
미처 치우지 못한 일들을 내 손 빌어 주면 당신이 조금 편할까 싶어서다.
친정 엄마는 일을 이고지고 사신다.
사돈 남말 한다고 나도 일을 달고 사니 엄마 딸이 맞긴 맞는갑다.
휴~
내 세 딸들은 제발~일을 달지 말고 살아야 하는데
하나라도 닮을까 사실 겁이나고 싫다.
나도 어렸을 적 엄마처럼 안산다고 악쓰고 다녔으니까!

닭 날개 부위만 사가지고 갔다.
맵지 않도록 간장으로 찜을 해드리고 싶어서였다.
그 날이 복날이였기에 그래도 닭 맛은 봐야 되지 않겠나? 싶어...
광주 내려오는 날 일산 어머니 아버지 아이들이 함께 먹을 닭봉으로
닭봉찜을 해 드렸더니 점심때 밥은 손도 안대고
닭봉만 한 접시 다 비우시는 시아버지.
울 어머니 미안하신지 아버님 흉을 보신다.
"야야~~ 닭고기 생전 안먹어 본 사람모냥 고기만 드신다야~."
아...참 잘했다.
이럴때 밥상 차리는 사람 마음이 가볍고 즐겁다.
잘 드셔 준다는거! 밥하는 사람에겐 힘이다!
다음 날 또 드시라고 고사리넣고 닭계장도 한 냄비 끓여놓고
집을 나섰다.
이리 저리 챙길게 너무 많으니 때론 고단하기도 하다.
그래서 때론 집 밖 나가는게 귀찮을때도 있다.
안하면 어쩌냐? 담에 먹음 되지?
속 모르는 남자들 그리 말 할 수도 있다.
그게 아니다~~
때가 되서 먹어야지 덜 서운하다.
티비에서 계속 삼계탕이야기 복날 음식 이야기 나오는데
나만 안먹으면 어른들은 오래도록 서운해 한다.
아마 나도 늙으면 서운해 할거 같다.
나이 먹는 다는 것은 점점 어린애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아이 대하듯 어른들 대하면 편하다.

오이도 몇 개 사가지고 갔다.
시원하게 떠 먹을 냉국이 있으면
어른들 밥상이 서운하지 않고 든든하기에...
거창한 고깃국이 필요한게 아니라
이렇게 오이 두 세개가 밥 상 중심이 되어 주는 경우도 있다.
역시 사가지고 가길 잘 했단 생각이 든다.
너무 잘 드셨기 때문이다.
시원하고 개운했다.

풀먹인 모시 이부자리가 베란다 빨랫줄에서 춤추고 있었다.
수의 일을 해주고 남은 천조각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저리 만들어 요긴하게 쓰시는 분이다.
복잡하고 일 많은 풀먹이기.
평생 고치지 못하시니 당신 생명 다 하실때까지 이렇게 사실란 갑다.
일을 이고 지는것도 모자라 양손에 다 들고 사시는 듯 하다.
말린다고 하지 마란다고 어른들은 안하는게 아니더라~
그래서 그 정도 되면 이젠 당신이 즐기는 갑다~
생각해야 되겠더라~
곁에 사는 언니가 늘 불만이고 우리들 보면 엄마 일거리 만들지 말라고
볼멘 소리 하지만 그게 결국 메아리만 되는 것을 언니는 모르는 갑다.
옆에 살면서 티격태격 엄마랑 말싸움 하는게 보기 싫어
이러고 저러고 말안하고 후딱 갔다가 올때도 있다.
가끔 와서는 잘난체 하고 가는 동생이 되기 싫어서이다.
언니 마음 다치게 하고 싶지도 않다.
신경 곤두서 있는 사람 안건드리고 오는게 엄마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그랬다.
엄마에게 쥐어줄 용돈 언니에게 쥐어주고 왔다.
아픈 형부 고 1 조카 뒷바라지에
친정 엄마 아빠 뒷바라지에 자기 삶이 불행하다 생각하는 언니이기에
암 말 안하고 신경 안건드리는게 결국 엄마를 생각하는 길임을
나는 이미 터득했기 때문이다.
엄마도 그 마음을 아시는거 같다.
가끔 내게 전화해서 이러고 저러고 해라~~라고 말씀을 해주신다.
당신 머릿속에는 안걸리는 사람 있으랴?
참 복도 지지리도 없는 사람.
그 사람이 우리 친정 엄마다.
우리 화물차에는
엄마에게 드린 용돈의 몇 십배가 실려있음을 어쩔꺼나?

양념액젓도 이렇게 많이 만들어 놓고 누가 오면 한 병씩 주기도 하고
당신 먹고 싶은 것 있음 조물조물 양념도 하고...
" 몇 병 가져갈래? ." 하시기에~
"됐어요~ 저도 달여먹어요~."
아마 철없는 새댁때 였음 몇 병 차에 실었을것이다.
그 만큼 내게도 긴 세월 흐름이리라~
그 매운 손끝 솜씨 퍼주는 마음 나는 당할 제간이 없다.
남편도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든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게 친정 어머니다.

처가에 가서 사위가 할 일이 무엇이냐? 라고 묻는 다면?
거침없이 말해 주련다!!
1. 어른들 사진 찍어주기 ...............의외로 아이들 처럼 너무 좋아하시더라~
영정 사진 찍어 준다 하니 더 좋아하고
그 아픈 와중에 고운 옷을 갈아 입더라~ 새로운 발견이다.
남편이 사진 찍는거 배운다고 애쓴 보람이 여기에 있는거 같아 참 좋다.
2. 안드는 칼 갈아주기 ..................세상에 오이도 안썰어 지는 칼로 두 분이 밥을 해드시다니 경악이다.
내가 쓰는 칼 잘 갈아주는 남편이 고마운 생각이 퍼뜩 나더라~
갈아서 쓰면 되지 않겠나? 아니다!
당신은 세상이 다 일거리고 이리 저리 봐줘야 할 일도 많으니
갈 힘도 없거니와 그거 신경쓸 마음도 안서시는 분이다.
아버지는 왼쪽 팔에 풍기가 있어 힘도 없고 겨우 겨우 옷 갈이 입으실 정도다.
그래도 많이 좋아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남편도 내가 해 줄일 있어 좋아하는 눈치다. 그래서 더 고맙다.
당신이 칼을 쓸때 마다 일산 사위 생각하실 것이다.
참 잘했다는 생각이든다.
대한민국 사위님들...
처가에 가면 안드는 칼 직접 갈아주세요!

등허리가 굽어 난장이가 되어버린 어머니 뒷 모습에 그 긴 세월이 한스럽다.
키가 너무 작아지셨다.
지팡이가 당신에게 또 하나의 발이 되어 버린지 오래 되었다.
여기에 뭐라 덧붙일 말 하나 없다.
친정이란 이름이 가슴에 답답할 때가 참 많은데...
그래도
그런 친정이 있어 이렇게 내려오니 얼마나 좋으냐?
그래서 내가 부럽다라고 말씀하신
나주 질경이님 말이 귓머리에 잔잔하게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