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칸딘스키로 하여금 법학도의 자리를 박차고
모스크바에서 뮌휀으로 30살 나이에 그림을 배우러
떠나게 만들었다는 모네의 그림을 찾으러 들어간 싸이트에서
마음을 사로잡는 다른 그림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래도 칸딘스키에 관해서 쓰려던 참이라
눈으로 살짝 보고 지나쳤는데
역시,마음에 남아서인지
다른 날이라면 이 새벽에 그림을 다시 보는 것보다는
잠이 먼저인 법인데
그림에 손이 갑니다.

everymonth에 올려놓은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보는
이른 아침,(제겐 새벽이나 마찬가지인 시간이지만)
참 특별한 맛이네요.


스피커에선 오월의 첫날이란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으나
실제로는 오늘이 유월의 첫날이지요.
시간의 흐름을 평소에는 잘 못 느끼고 있다가
이렇게 달이 바뀌는 날에 생각해보면
한 해의 첫날에 생각했던 많은 일들이 떠오릅니다.
올 한 해는 음악회에 실제로 많이 가보고 싶었고
일본어를 실제로 말할 수 있는 정도로 실력을 늘려보고 싶다고
마음을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실제로 가능한 일이 되고 있어서 작년과는 다른 경험을
하고 있으나
늘 잠과 운동 두 가지가 모자라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한 해의 남은 기간에는 모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미루고 있는
그러나 정작 중요한 두 가지에 신경을 써서 몸에 배도록
노력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려놓기,말은 쉽지만 일상에서 잘 실천이 되지 않는 것중의
하나이지요.
스스로 잘 일어나지 못하고
뭔가 하나를 정해서 정진하지 않는 대학생 딸을 바라보는 일이
버겁다고 느낄 때, 아직도 스스로 공부하는 일
정돈하는 일,절제하는 일이 어려운 고등학생 아들을
평온한 마음으로 바라보기 어렵다고 느낄 때
생각을 합니다.
온전한 몸으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고맙지 않은가라고


어제 대여점에서 빌린 책 안도현의 100일동안 쓴 러브레터란
제목의 글을 한 반 쯤 읽었습니다.
오래 전 조선일보에 연재한 글을 모아서 편집한 책인데요
한 쪽에는 본인이 읽은 글에서 인용한 구절이
왼쪽에는 인용구를 읽으면서 느낀 단상을 쓴 책이었습니다.
간단한 인용구들이지만 그 자체를 제대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만드는 글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신영복선생님이 감옥에서 쓴 편지글의
인용구와 어린 왕자에서의 한 구절
인도의 잠언시집,레오 리오니의 동화
정민 선생의 글에서 인용한 구절들이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모네 그림을 보는 아침에도
제 마음에 남은 구절들이 떠올라 다시 책을 뒤적여보게
되네요.


많은 모네 그림들을 보고 있으려니 다음 주면
실제로 모네 그림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는 것을
기억하게 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전시이기도
하지요.
렘브란트와 모네,두 사람이야말로 제게 그림과의 인연을
맺게 한 화가이고 늘 이런 저런 그림을 보다가
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화가이기도 하네요.

이 그림을 보니 이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
아침을 챙겨먹고 차 한 잔 마시고
하루를 시작하라고 슬그머니 권고하는 기분이어서
산뜻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