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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다시 만나는 칸딘스키

| 조회수 : 1,536 | 추천수 : 32
작성일 : 2007-05-31 23:16:08


  오늘은 서양사 깊이 읽기 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책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 시점인데 트로츠키에 대한

골치아픈 내용을 발제해야 하는 날이어서

어제 밤 다시 한 번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문득 지난 주일에 서점에서 만난 한 권의 책

그것도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니고

서서 대강 목차와 책소개를 읽은 것만으로도

처음 글을 읽었을 때와는 다르게 글이 읽히는 것에

놀랐습니다.

마르크스와 트로츠키란 제목의 그 책에서는

현실 사회주의가 막을 내린 것은 스탈린주의의 패배라고 보아야지

마르크스주의 자체가  패배한 것이 아니다,

마르크스의 생각은 오히려 트로츠키와 그의 계승자들을

통해서 지금의 현실에서도 논의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 책을 쓰게 된 것이라는 점이

저자의 글을 쓴 목적이라고 하더군요.

간단한 소개글로도 새롭게 다른 글을 읽을 수 있는

끈이 되어준다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내용이 많아서 발제를 다 끝내지 못하고

한 주 더 기회가 생겼으니 다음 번에 서점에 가면

조금 더 깊숙한 곳까지 뒤적여보아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수업이 다 끝나갈 무렵

함께 수업하는 김미현씨가 신문지로 싼 컵 하나를

내밀면서 선물이라고 하네요.

무슨 선물인가 했더니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에 가서 그림 구경하고

기념품으로 주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컵에는 피카소의 꽃그림이 새겨져 있어서

커피 마실때마다 그림과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전혀 예상치 못한 선물은

오인순씨가 정독도서관에서 구해온 두 권의 책

하나는 책읽는 여자가 위험하다

다른 한 권은 칸딘스키와 클레의 추상미술이었습니다.

무엇을 먼저 읽을까 고민이 될 정도로

다 관심이 가는 책이라

이 책 저 책 조금씩 맛을 보다가 역시 오늘은

칸딘스키와 클레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서

집에 돌아오는 때까지 시간 날 때마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칸딘스키와 클레의 추상미술을 쓴 저자는

언젠가 다 읽기가 아까워서 두고 두고 보고 싶다던

마네와 모네에 관한 글을 정말 잘 썼다고 말하던

김광우님입니다.

역시나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이번 책에서도 두 사람의 시초부터 변화과정을 자세히 추적하는

글을 통해서 이제까지 잘 몰랐거나 이상하게 알고 있었던

사실을 바로잡아가면서 정말 공부가 되는 책읽기를 하게

되었네요.








모스크바 대학에서 법학과 경제학을 공부하고

법학도로서 전도유망하던 칸딘스키가 30세가 되던 해인

1896년에 모스크바에서 열린 인상파 전시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전시회에서 모네의 haystack 그림을 본 칸딘스키는

형태가 견고하지 않은 그림이 색과 빛으로 주는 충격에

사로잡혀 고민하다가 안정된 일자리와 유망한 미래를 버리고

독일로 그림을 배우러 떠났다고 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그림,거기서 그치지 않고

미술사의 미래를 바꾼 그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Color is the keyboard, the eyes are the harmonies, the soul is the piano with many strings. The artist is the hand that plays, touching one key or another, to cause vibrations in the soul."

이론에도 밝았던 그가 쓴 글에서 발췌한 인용구가

집에 와서 찾아보는 싸이트의 가장 위에 뜨네요.

음악,특히 바그너의 음악과 쉔베르트의 음악을 좋아했던

칸딘스키는 색을 소리처럼 사용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회화도 음악과 같은 에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었다는

점에서 그는 클레와 일맥 상통하는 점이 있었고

추상에 도달하는 과정도 비슷해서 아마 저자는

두 사람을 한 묶음으로 글을 쓴 모양이더군요.

제 개인적으로 둘 다 아주 좋아하는 화가라서

책을 읽는 즐거움이 증폭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바바리아의 가을이란 제목이 붙은 이 그림에서는 아직

형태를 알아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아닌 풍경화를 볼 수 있지요?

그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마티스를 비롯한 야수파의 흔적이

느껴지는 그림이네요.



뭰헨으로 간 칸딘스키는 본인이 원하는 미술학교에 처음에는

입학을 허락받지 못하더군요.

이것은 칸딘스키만의 경우가 아니고

대부분의 미술사에 이름이 남은 대가들이

처음에 미술공부를 하려고 할 때 기존의 아카데미에서

거절당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 아이러니로 느껴졌습니다.

그만큼 이미 확립된 체계에서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일까요?

2년간 다른 곳에서 드로잉을 배운 다음 그는 1900년에

원하던 뮌헨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제대로 그림을

완성하는 것을 배우고는 곧 그곳을 떠나서

미술학교를 설립하고 교사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가르치는 일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고 합니다.

이미 결혼했던 그는 이 학교에 입학한 바로 위의

초상화의 주인공 가브리엘 뭔터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와 오랜 세월을 방랑하면서 유럽을 떠돌다가

나중에 마음에 꼭 드는 마을에 정착하여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게 되더군요.








독자적인 자신의 그림을 발견하기 전에

이런 저런 당대의 미술사적인 영향을 흡수하여 그림을

그려나가던 초기의 작품들입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의 최대 장점은 도판이 엄청 많다는

점입니다.

인터넷 싸이트에서도 잘 찾기 어려운 초기 작품들

드로잉,포스터,사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료가 실려 있어서

한 화가의 중요한 작품뿐 아니라 생애 전반의 변화를

제대로 짚어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칸딘스키가 정착하여 살았던 무르나우 풍경인데요

사실 이 그림에서도 구체적으로 형태를 알기 어려운

색으로 충만한 그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지는

색의 향연이라고 할까요?

이 책 역시 한 번에 휙 하고 읽어버리기 아까워서

이 주일 정도 기간을 두고 야금 야금 읽으면서

그 때마다 그림도 더 찾아보고 책을 일부러 도서관까지

가서 빌려주신 오인순씨에게 사례하는 의미로

자세히 설명과 그림을 곁들인 글도 쓰면서

그렇게 보고 싶어집니다.

이 기회에 거의 손이 가지 않던 작곡가

바그너의 음악과 막 듣기 시작한 쇤베르크와도

만나는 시간이 되면 일석이조의 시간이 되겠지요?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작은 제비꽃
    '07.6.1 12:51 AM

    칸딘스키 초기작은 처음 봅니다.
    저도 오인순님께 감사^^
    실은 정독 도서관에도 감사하고 싶어요 ㅎㅎㅎ
    그리고 정독 도서관에 가서
    여유있게 책을 보고 싶은 맘이 한 가득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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