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초 첫 산행지였던 고대산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그날 바라보았던 남쪽의 우뚝 솟아있는 산.
금학산...
연천의 증기기관차를 위한 급수탑도 오랜 연륜을 말해주는 듯
이끼와 연녹색의 담쟁이 덩굴로 단장중입니다.
철교를 지나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물이 말라버린 한탄강 유원지의 모습이 흉해보입니다.
여름철엔 물놀이로 장사진을 이루는 곳인데...
많은 이들이 배낭을 메고 삼삼오오 몰려 나가니 고대산이 메어터질 것만 같습니다.ㅎㅎ
오늘은 남북 철도가 개통되어 시험운행하는 날인데 이 경원선은 언제나 연결되려는지요.2코스는 계단이 많지만 이 곳 3코스는 들머리가 예쁘기 때문입니다.
울창한 낙엽송과 발아래 밟히는 부드러운 감촉.
하는 수 없이 계단을 오릅니다. 이런 걸 팔자소관이라 하나요?
말등바위도 나타나고...
지난 번 산행이 주마등 처럼 떠오릅니다.
저 아래로 연둣빛 속에는 신탄리가 소담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칼바위능선도 반갑게 맞이해주며,
한창 피어나는 철쭉을 보니 확실히 북쪽이란 생각이 듭니다.
실록의 물결속에서 헉헉거림도 씻은 듯 다 사라지고 환한 볕속에 싱그러움만 가득합니다.
1시간 45분만에 정상에 올랐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무엇보다 금학산.
그러나 오르면서 아무도 만나지 못했으니 길을 어찌 찾아갈까가 걱정입니다.
오늘의 유일한 까메오의 등장~
고대산에서부터 금학산까지의 종주길을 고금코스라고 부릅니다^^
인터넷을 뒤져 찾아내 수없이 읽기를 반복한 안내서를 조심스럽게 꺼내들고 또 다시 읽습니다.
일단 교통호로 내려서서 오른편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예쁘장한 소로를 따라가는 길이 마치 어린 시절 엄마 손잡고 시장구경 가는 것 처럼
흥분되고 또 기대가 됩니다.
그렇게 걸어가 보고팠던 길이기에 지금 가고 있으면서도 초조하기까지 하네요^^*
아니@$#% 이건 고산식물인데 이 곳에 있다니?? 놀랍습니다.
이름은 잊었는데 고사리과의 식물로 한라산과 성인봉, 방태산 그리고 지리산에서 본 기억이 나는군요.
일단 급경사지를 내려와 뒤를 돌아보니 고대산 정상은 절벽 꼭대기에 우뚝 서있군요.
요렇게 예쁜 길을 보셨습니까?
아무도 없는 오솔길과 양옆으로는 연둣빛의 향연~
와아~
제가 사랑하는 꽃 중의 하나, 은방울꽃입니다.
어렸을 적엔 어른들께서 스즈랑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나는데 그 건 일본식 이름이지요.
鈴蘭을 그렇게 불렀답니다^^
조팝나무도 꽃을 피워 봄을 찬양합니다~
길 옆은 말 그대로 원시림을 이루고 있는데 이 까메오는 좋아서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큰 소리로 외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누구에게 말을 걸어 이 아름다운 경치를 전하고 싶기도 하고...
아까 보았던 그 고사리과 식물이 지천에 깔려있습니다.
문바위라는 커다란 바위가 양쪽에 서있는 그 바로 앞입니다.
보셨죠?
기가막히지 않습니까?
지나오면서 계속 셧터를 눌렀지만 몇 장만 올리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윽고 커다란 헬기장에 도착했습니다.
12시30분~ 고대산에서부터 한 시간가량 걸렸습니다.
저 곳이 금학산인데 이곳 보개산보다 훨씬높습니다.
고대산 837미터, 보개산 752미터 그리고 금학산 947미터...
다시금 길을 재촉하며 나아가는데 둥글레가 길섶으로 계속 따라옵니다
한참을 넋을 잃다시피 내려오니 사거리 길에 도달했습니다.
이 곳이 바로 대소라치라는 고개인데 탱크저지선과 군대 시설물이 있는 곳이어서
금방이라도 "손 들엇!"하고 외칠 것만 같습니다.
아무도 없는데 위장망이 씌워진 벙커등 군대 다녀온 까메오도 약간은 겁을 먹었습니다.
그렇다고 군 시설물에 카메라를 대고 마구잡이로 찍을 수 없어 멀리서 한 컷만 잡았지요.
보개산에서부터 약 40분 소요됐습니다.
그러니까 고대산에서부터 이 곳 대소라치까지 2시간여의 기막힌 환상길을 걸었습니다.
마치 오르가슴을 느끼듯이? 히히..
조그마한 붓꽃이 마중을 나왔습니다.
약간은 더듬거리다가 금학산으로 오르는 들머리를 잡았습니다.
전신주를 따라 가면 됩니다^^*
조금 더 오르니 각종 산행 클럽에서 걸어놓은 빛바랜 리본도 있는데 까메오가 가입한 까페도 있어 반갑더군요.
실은 한 번도 동행을 하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구요.
100미터 간격으로 이정표를 세워놓았는데 모두가 웃으라는 글귀를 써 놓았습니다.
힘들어 죽겠는데 그래도 웃으라는군요^ㅡㅡㅡ^*
500미터 지점에 오니 갑자기 개들이 나타나서 짖어대기 시작합니다.
아무도 없는 산중에서 거 참 난감하네요~
이런 때 무서워하면 개들이 덤벼든다는 걸 아는 까메오 침착하게 무서움을 감추고
워리~워리를 외치면서 달래줬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승강이를 하니 사병 세 명이 내려오면서 개들은 내려가고...
휴우~~ 혼 났네~
진정한 웃음은 힘이 들 때 웃는 것이랍니다^^*
웃음이 나올까......
지금도 한창인 진달래와..
900미터 지점에 도달하니 지나온 루트가 확연히 보입니다.
신록 아래로는 동송읍이 내려다 뵈고~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금학산에 올랐습니다.
꿈★과 웃음은 한 집에 살고 있습니다~
우하하하하ㅏㅏㅏㅏㅏ~~~~~~~~~~~
사방이 훤히 트인 정상은 맘껏 소리 질러도 좋으리만큼 전망이 일품입니다.
그러나 금학산 코스는 그리 권할 만하지는 않습니다.
오르는 길이 좋지 않을뿐더러 가파른 오르막에 지금까지 달려온 것을 감안하면 기운도 빠져있는 상태거든요.
그러나 대소라치까지 온 이상 다른 길로는 갈 수가 없으니 반드시 올라야만 합니다.ㅋㅋ
울며 겨자를 먹어얍죠^^
강렬한 햇볕에 달구어진 정상의 콘크리트 헬기장은 오랫동안 머물러 있지 못하게 하면서
어서 내려가라며 등을 떠밀어냅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있는 이 까메오는 지나온 능선길을 눈속에 또 담아보려 안간힘을 씁니다.
이제 동송읍으로 하산하렵니다.
올라오던 길과는 달리 오솔길이 아늑한데 무척이나 가파르기 때문에 주의해야합니다.
얼굴바위의 모습도 보고,
한결 가까워진 동송읍과 넓은 철원평야가 선명하게 잡힙니다.
매바위도 만났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내려오니 십자로의 길도 넓어지고 돌탑도 눈에 띄니 다 내려온 것 같네요.
한 편에는 진행중인 돌탑의 기저부만 있습니다.
여기서는 내려온 길을 직진하여 십미터쯤 가면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습니다.
헷갈리가 쉬우니 유의하시길...
이윽고 금학공원~ 하산 완료!
6시간 반 걸렸습니다. 하하하ㅏㅏㅏㅏ
이제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야만 합니다.
뒤돌아본 금학산~
읍에서 4시 20분 버스를 타고 신탄리로 나갑니다.
버스가 잠깐 서는 동안 예전 북한 노동당사가 있습니다.
한창 공사중이었는데, 어르신 두분이 말씀을 나누십니다.
"저거 5억을 들여 수리를 한다는구먼..."
"저까짓 걸 뭣하러 고쳐! 미쳤군~ 빨갱이놈들..."
"저기 한 번 들어가면 다들 죽어서 나왔지...많이도 죽었어~."
그러게요 저게 무슨 기념비적인 가치가 있는지는 몰라도 5억씩이나 들여가며 수리를 한다는 게 영...
지나는 길에 저 멀리 백마고지 승전탑이 조그맣게 보입니다.
이 곳을 찾아왔던 게 20년전~
지금은 대로가 뚫리고 완전히 자유롭게 왕래합니다.
격세지감^^*
버스가 도중에 많은 배낭족들을 태웁니다.
여기에도 등산할 곳이 있나..싶기도 했지요~
신탄리역에서 못내 아쉬웠던 까메오는 고대산을 향하여 마지막 샷!을 날립니다.
기차가 출발하기 직전 어디서 모여들었는지 남부여대하며 배낭이 빵빵한 사람들이 올라탑니다.
산에서는 한 사람도 보지 못했는데..
산나물을 캐러 여기까지 와서 온통 산을 헤집어놓고 가는 사람들입니다.
산을 망가뜨리고 산나물 씨를 말리려는가 봅니다.
한심한 사람들.. 동네 분들이야 괜찮겠지만 원정까지 나선다면 어찌되겠습니까?
다리 덕분에 눈이 시리도록 녹색에 호강한 날이었습니다^^*
Phil Coulter - The Sally Garde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