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강의 내용은 르네상스 시대의 원근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원근법이란 말에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아하 그것하고
반응하지만 사실은 정말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더라고요.
머리에 쥐가 난다는 표현이 딱 맞는 그런 수업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한 주 더 강의가 남았다는 것에 위로를 삼고
수요일 아침 마침 휴강이라서 시간여유가 생겨서
마음먹고 어제 수업을 복습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아하,원근법을 보여주는 그림이로군
하고 자동적으로 반응하게 만드는 그림이고
실제로 여러 책에서 그런 언급을 보기도 한 그림인데요
어제 수업에서 이 그림을 이야기하면서 강사는
이 그림은 원근법적인 구성이 아니라
유사 원근법이라고 잘라 말하더군요.
원근법에서는 수학적인 비례개념이 필요한 법인데
그런 점이 모자라다고요.
정확한 연도는 기록에 남아있지 않으나 원근법이란 말이
생기고 실험이 된 것은 브루넬레스키때부터라고 합니다.
그가 브루넬레스키의 쇼라고 해서
실험한 내용을 담은 기록(그 쇼에 참가한 사람이 기록한)
거기서부터 원근법이 미술에 적용되기 시작했다고요.
그래서 지난 시간 천국의 문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처음에는 패널28개로 작업한 기베르티가
중간에 원근법에 대해 알게 되면서 10개의 패널에 성경의
이야기를 담았고 각 패널이 창문역할을 했다는 것
복습하면서 적은 기억이 나네요.
창문 원근법이란 말은 알베르티가 회화론에서 이야기한 것인데
창문을 통해서 바깥 공간을 내다보는 것같은 재현이란
언젠가 성 히에로니무스의 서재를 보여준 그림에서 본 것같은
바로 그런 재현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그림을 자주 들여다본 덕분에 설명을 이해하는 것에
조금은 도움을 받아서 신기했습니다.
알베르티 이전에는 회화란 그저 평면에 모티프를 제대로 재현하는 것이 제대로 된 회화였다면
원근법의 발명이후에는 보는 사람 혹은 재현 주체의 관점이
변하면 대상도 함께 변한다는 의미에서 시각 주체가 등장하는
굉장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아,그래서 르네상스 이후에 원근법,원근법하는구나
어제 수업에서 그 한가지를 제대로 파악한 것만으로도
굉장히 의미있는 수업이 된 셈입니다.
브루넬레스키와 기베르티의 경합에서
브루넬레스키의 그림이 보기에 더 좋았지만
기베르티의 공간이 마지막으로 선정된 이유도 이제
제대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기베르티의 이삭의 희생에서 벼랑을 표현한 것에서의
원근법적 구성이 바로 새로운 회화를 적용한 것이고
그것이 심사위원들에게 채택된 이유로구나하고요.


위가 기베르티,아래가 브루넬레스키 작품입니다.
사이버상에서 보아서는 제대로 알기 어렵네요.
저는 수업중에 스크린으로 제대로 보아서 도움이 많이
되었는데요.

카를로 크리벨리,어제 처음 제대로 주목한 화가인데요
그의 그림이 제대로 된 원근법적 구성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이전에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을 예로 들면서
공간,인물들간의비례관계,그리고 선들의 관계에서 보면
원근법적 구성에 비교적 제대로 들어맞는 그림이라는 설명이
있었고요
북유럽의 경우 1495년 뒤러가 이탈리아에 와서 공부를 한 다음
고향으로 돌아가서 자신이 배운 내용을 퍼뜨려서
그 이전과 이후의 북유럽의 그림이 달라졌다는 예로
1490년대 초반에 뒤러가 그린 예루살렘 도성에 관한
그림을 스크린으로 보았는데 시점이 한 공간에 여럿 혼재한
그림을 보니 완전하게 이해는 되지 않아도
그렇구나 조금은 고개 끄덕이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었지요.

어제 또 하나 중요한 설명을 들은 것은 늘 만테냐의
이 그림을 설명하면서 나오는 단축법이란 표현인데요
단축법은 공간이 배제된 상태에서 소재의 원근법을 나타낸
것을 단축법이라고 설명한다고 하더군요.
이 그림의 제목도 알고 보면 짧은 예수라는 뜻이라고요.

맨 오른쪽에 있는 남자의 뻗은 팔에 관해서도 설명을 들었습니다.
바로 단축법적인 묘사라고 하네요.
카라바지오의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장면입니다.
티치아노의 그림에서 그리스도를 석관에 넣는 장면에 대한
설명도 기억이 납니다.
강의란 바로 이런 묘미가 있네요.
그림을 쓱 하고 보고 지난 것에 대해서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하는 힘,그래서 그 다음에는 그 그림을 이전의 눈이 아니라
새롭게 탐색하게 만드는,
한 주 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조금 더 탐색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림을 보고 글을 정리하는 동안 내내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을 들었습니다.
어째 제대로 된 선곡같은 기분인 것은
원근법에 관한 것이 제겐 다 미완성으로 다가오는 개념이라
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