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했던 때의 일입니다.
마침 프랑스에서 유학중이던 막내 동생이
이왕이면 자기가 있는 동안에 여행을 오면 가이드 해 줄 수
있다고 권하여 파리와 런던을 구경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마침 동생이 예약했던 오페라 표를 제게 양보하여
난생 처음 제대로 보는 오페라 공연을 파리에서 보게
되었지요.
마침 내용이 영어 자막으로 올라오는 바람에
영어로 내용을 읽으면서 공연을 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처음인데도 정말 좋았습니다.
우선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에 제대로 차려입고
여럿이서 모여있는 어른들.,(상당한 연세의 사람들이
잘 차려입고 음악을 들으러 오는 그 장면자체가
제겐 문화적인 충격이었지요)을 보는 것이 신선한
경험이었지요.
잘 차려입고 나설 자신은 없지만
저 나이에 나도 이런 경험을 누리면서 살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했었더랩니다.
공연장 안에서 처음 만나는 오페라와의 인연에
신기해했지만
돌아와서는 너무 바빠서 오페라장은 커녕
저녁시간의 음악회는 그저 그림의 떡이라고 생각하고
좋아하는 음반을 구해서 음악을 듣는 일로
음악에 대한 마음을 달랬었지요.
그래도 성악은 아직은 제게 미지의 장이었습니다.
일부러 목소리를 담은 음반을 사는 것은 아주 드문 경험이었고
그것도 전곡을 녹음한 오페라는 아이다 한 작품을 구한 것이
전부였지요.
나머지는 주로 아리아 모음으로 구해서
아리아 위주로 들은 것이 전부였다고 할 수 있네요.
그러다가 지난 금요일 메트로 폴리탄 하우스의 공연을
화면으로 본 것을 계기로
오페라와의 만남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행복하게요
오늘은 지난 번 본 벨리니의 청교도와 유사한 이야기이지만
비극으로 끝나는 월터 스콧 원작의 도니제티의
루치아를 보러 갔습니다.
물론 전작품을 다 공연하는 것은 아니고
아리아 모음이라고 할 수 있는 약식 공연이었지만
시종 피아노로 반주하는 소리도 좋았고요
(피아노로 표현할 수 있는 음역과 감정이란 얼마나
다양한가를 소리를 따라가면서 듣는 것도 좋았지요)
여주인공의 소리와 연기가 압권이었습니다.
소극장이라 바로 앞에서 호흡이 느껴지는 음악을 듣는
특별한 경험이었는데요
아쉬운 것은 남자주인공의 성량과 기량이 생각만큼
훌륭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같은 소재를 비극과 해피 앤딩으로
한 주 간격으로 보고 나니까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있었고
오페라를 아리아 중심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전 곡을 다 들을 수 있는 것으로 보러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verymonth의 캘리님과 함깨 한 오늘
리골레토 공연이 있는데 함께 볼 것인가 하는
제안을 받았을 때 선뜻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오페라와의 만남이 이렇게 뜻하지 않게
2007년의 제 삶속으로 슬며시 들어왔네요.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의 저자가 아주 두꺼운 책으로
묶어낸 오페라 책이나
아니면 문호근님의 오페라 책을 뒤적이면서
기본 상식을 늘려나가고
네이버 블로그에서 오페라 곡을 찾아 들으면서
기본기를 다져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집에 들어와서 다시 찾아서 루치아를 들으면서
보는 칸딘스키입니다.

음악회에 갈 기회가 있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늘 저녁에 수업이 있어서 거의 포기하고 있던 일
금요일 하루를 쉴 수 있게 되었어도 작년에는
다른 일에 바빠서 음악과 만날 기회가 적었는데
마음에 품고 있으면 정말 기회가 뜻하지 않게 오는구나
기회앞에서 선뜻 손 벌리고 잡고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늘 음악과 함께 한 세월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었겠구나
그래서 그런 관심을 고마워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제 밤 이 글을 쓰고 하루가 지났군요.
오늘
오페라를 만나러 가자와
청바지를 입은 오페라
두 권의 책을 도서관에서 찾았습니다.
특히 청바지를 입은 오페라는 문익환 목사님의 아들이기도한
지금은 고인이 된 문호근님의 글인데요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참 아름다운 책이었습니다.
오페라를 만나러 간 길에서 사람의 냄새를 흠뻑 맞아서
즐거운 그런 책읽기가 되었는데요
한꺼번에 다 읽을 것이 아니라
오페라 한 작품과 인연이 생길때마다 아껴두었다가
조금씩 꺼내읽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오페라,조금 더 가까이 하고 싶으나
방법을 잘 모르겠다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겐
살가운 안내서가 될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