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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친정이란 이름

| 조회수 : 2,698 | 추천수 : 50
작성일 : 2007-03-01 09:43:20



싱크대 위에서 음식을 조물거리시는 것 보다
바닥에 옹크리고 앉아 일하시는게 편하신가 봅니다.
홍어회 한 접시 무쳐 주신다고 굽은 허리 더 낮추시네요.

살아 계실 때 얼굴 한 번 더 뵙는게  도리며
적어도 사람 살아가는 구실은 하고 사는 것이다 ~ 생각하고
아이들 봄 방학 시간을 빌어 친정을 다녀왔습니다.

이렇게라도 마음 먹고 실천할 수 있는
지금 상황에 감사도 드립니다.

무엇보다 두 분이 너무 힘들고 외롭고 지쳐 계실때
다녀 와야지 싶었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컸을때  그 어린  기억속에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얼굴이라도 생각나게 해야 되지는 않겠나?
하는 생각도  있었기에
작년 부터 맘먹고 실천하고 있는 일 중의 하나가
아이들 데리고 친정 다녀오는 거랍니다.

그래 봐야 1박 2일 이지만요.

아이들이 앞으로 기~인 인생을 살아가면서
아래로 위로 치우침이 없이 두루 보살필 줄 아는
힘들이  이런데에서 나오길 바래어 봅니다.

집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을 보고
가끔 가는 외갓집에서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모습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리라 봅니다.

어떤 말로 딱 뿌러지게 말할 수는 없지만
가슴으로 느끼고 받아 드리길 바랍니다.

몇 시간 이상을 힘들게 가서
달랑 밥 두 세 끼 먹고
또 다시 몇 시간에 걸쳐 집으로 돌아오는게 전부이지만
함께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 하고 사는 모습 보면서
다 늙으신 나이에 서로 흉보시는 모습도 보면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삶의 지혜를 배우리라 믿습니다.

괴팍한 외할아버지 모습
삶에 지치고 힘드신 외할머니 모습
아이들 머릿속에 과연
어떤 생각으로 자리 잡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외갓집 하면
이러고~ 저러고~
저네들 끼리 이야깃 거리가 있을꺼라 생각되네요.

그게 좋은 이야깃 거리가 아닐지라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다 그 나름대로 살아가는 모습이니까요.

우리가 사는 모습을 다 어찌 표현하고 말할 수 있나요?
생김새가 다 다르듯
사람 사는 모습도 살아가는 이야기도
그 상황에 여건에 따라 다 다르다는 것이지요~

친정이라고 늘 편한것은 아니죠.
친정이라고 늘 가고 싶은 곳은 아니죠.

내가 찿아보고  
가 뵐 수 있는 친정이 있고
그래도 낑낑대고 내려가서 뵙고 올
부모님이 계시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둘 때도 있습니다.

늘 뭔가 문제가 있고
늘 아픔이 있고  
늘 상처가 있고
엄마가 원하는 자식들 모습이 하나도 안그려 질 때
그 깊은 한숨을 듣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전화기 들었다 내려놨다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지요~
이런 말 저런 말 듣기 싫을때도 있으니까요~

친정 아버지가 올해 81살.
우리 시아버님 마냥 왼팔에 마비가 오시고 계시네요.
뇌졸증은 아닌것 같은데 하여간 맘이 복잡하네요.

친정 아버지까지 누워 계심 안되거든요~

우리 시아버님은  10년 세월을 누워 계시다 보니
그냥  이렇게 살아야 하나 부다~ 하고 체념하셔서 그런지
어느 정도 당신 삶에 나름대로 잘 적응을 하십니다.
이것도 감사할 뿐입니다.

친정 아버지는 당신 성질 못이겨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르기에 답답할 뿐입니다.
아버지가 힘들수록 엄마가 힘들어 지니까요~

세상의 남편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남편님들)
제발 부인들 애간장좀 그만 녹였으면 좋겠어요.
(그냥 헛소리 해봅니다. 답답해서리....)

친정이 항상 따뜻하고 포근하고 편안한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제 경우에는 말이죠.

가끔 불평을 늘어 놓습니다.
친정가도 주방으로 쪼르르르 달려가야 하는 제 입장을 말이죠.

늘 시장에서 일하시는 어머니시기에
75세 구부정 허리 굽으신 노인이 된
어머니 밥상을 제가 어찌 받나요?

젊었을때는 정신없이 일하시느라 주방에 계실 시간이 없으시더니
지금은 몸이 안따라 주니 주방에 못 계십니다.
그냥 달가닥 달가닥 밥해서 드시는 것도 다행이다 싶습니다.

친정이란 이름이
조금은 편안한 이름이였으면..

찬 바람이 덜 불어주는
이름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경빈마마 (ykm38)

82 오래된 묵은지 회원. 소박한 제철 밥상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마마님청국장" 먹거리 홈페이지 운영하고 있어요.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uzziel
    '07.3.1 10:26 AM

    저도 친정 엄마가 갑자기 생각나네요.
    그리고 시어머님도 함께 떠오르네요.
    저희 시어머님이 바닥에서 뭐든 하세요.
    다리가 불편하시기도 하시고 코끝이 찡~합니다.

    안부전화 한번 드려야겠습니다.

  • 2. 르플로스
    '07.3.1 10:49 AM

    가슴이 짠~하네요....

  • 3. 겨울나무
    '07.3.1 2:27 PM

    친정어머니를 생각하는 애쟎은 마음이 느껴지네요
    어머니... 좀 편하고 건강하게 오래사셨음 좋겠습니다

  • 4. 변인주
    '07.3.1 2:29 PM

    I envy that you have your own mother and father :)

  • 5. 행복해
    '07.3.1 3:13 PM

    님의 글을 읽으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저는 잘 있는데,,, 친정이 힘든 일들이 많아,,,
    요즘 늘 ,, 가슴앓이를 하는 중이에요.
    내가 돕거나,, 해결해줄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는 일이라,,,
    생각하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을때도 많지만,,,
    피가 흐르는 곳이라,,, 무심해 질 수도 없는 곳,,

    그래요,, 양은 그릇이 서러워요,,,,
    때묻은 그릇 한 귀퉁이도,,, 제겐 서러움이에요,,,,

    살아계실 때 부모가 부모이지,,, 돌아가신 부모가 무슨 부모인가,,,
    살아계실 때,,, 따순 말 한번이라도 더 해드리고,,,, 손 한번 더 잡아드려야 하는데,...
    기다려 주실 거지,,, 이렇게 믿어보며..
    사랑한다는 말,,, 내일 해야지,,,이렇게.. 이렇게,,,미루면서
    오늘 하루도 그냥 지나보냅니다...
    하나님,,,, 울 엄마들,,,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해주세요....

  • 6. 생명수
    '07.3.1 7:16 PM

    새벽에 일어나 차분한 맘에 경빈마마 글을 읽으니
    눈물이 나오네요.
    일년에 몇번이 아니라 몇년에 한번 뵐 수 밖에 없는 부모님들이 하염없이 그리워집니다.
    부디 오래오래 사실길..바랄 뿐이죠

  • 7. 수다맘
    '07.3.1 11:09 PM

    갑자기 서글퍼집니다
    돌아가신 친정엄마 생각에...
    시한부 암선고 받은 친정아버지 생각에...
    가만 생각해보면 부모님은 나에게 고향이었던 같습니다

  • 8. 노니
    '07.3.2 12:01 AM

    저희 친정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이젠 뵐수가없네요.
    저도 친정에 아이들 데리고가 이분이 울엄마야! 하고 아이들에게 자랑하고 싶네요.
    그러면 울엄마 아이들에게 없는돈이라도 손주들 용돈 넉넉히 주셨을텐데...
    그러면서 울엄마 아이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할수가 없네요.

    경빈님 걱정이있든없든 아이들에게는 좋은추억으로 남았을것 같습니다.
    갈수있는 곳이 있다는것만이라도 부럽습니다.

    잊었던 친정이 절절이 새롭게 생각납니다.

  • 9. 깽굴
    '07.3.2 12:29 AM

    마마님 댓글 달려구 로긴했어요...
    글이 넘 공감이 가서요 특히 마지막...

    친정이란 이름이
    조금은 편안한 이름이였으면..
    찬 바람이 덜 불어주는
    이름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마마님이랑 비슷한 이유로 저두 요즘 전화를 잘 안드렸는데... 낼은 꼭 전화해야겠어요

  • 10. 소박한 밥상
    '07.3.2 1:14 AM

    그 속내는 일일이 다 몰라도
    듣기만 해도 울컥하는 글자...........친정

  • 11. 아둘맘
    '07.3.2 11:45 PM

    옆에 있을땐..몰랐는데..저하늘에 계신 엄마! 불러보구 싶네여..

  • 12. 희야
    '07.3.4 9:56 PM

    마누라가 이걸 띄워놓고 애들 동화책 읽어주고 있네요.
    좋은 글 보고 지나치질 못하겠네요.
    그저께 장모님한테 전화를 드렸습니다. 늦은 시간(새벽3시)이었지만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동안 잘 해 드리질 못해 마음 고생을 하셨던 것 같아 전화를 드렸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마누라한테 고자질(?).... 그래도 제 전화에 기분이 좋으셨던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 장모님 생신이신데, 모시고 처남한테 다녀올까 합니다.

    저희 장인어르신은 아내가 초등학교때 돌아가셨습니다.
    아마 이 글을 보고 눈이 퉁퉁 부었으리라 생각 듭니다.
    예전에 마누라한테 가수 권진원씨의 아버지라는 노래를 들려줬는데
    차안에서 소리 없이 얼마나 울었던지 저도 눈물이 나더군요...

    여긴 바람도 많이 불고, 비도 꽤 내립니다. 여기 배경음악하고 짝입니다.

    대한민국 엄마들 힘내세요. 화이팅...

  • 13. ^^
    '07.3.4 11:48 PM

    정말....친정이 편안한것만은 아니라는 님 말씀 백번 공감합니다...내 편하자고 버릴수도 없는 친정
    애증의 연인 같습니다.

  • 14. 장쇠엄니
    '07.3.5 6:47 PM

    울아버지 돌아가신지 이제 곧 일년 되는데~~~그사이 엄마는 대퇴골 금가 꿈쩍 못하고
    일년사이 친정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함니다
    웃님 말씀대로 내 편하자고 버릴수도 없는 친정
    어찌하면 좋을까요?
    물론 살아계실때 잘해 드려야 할텐데~~~~
    돌아가시면 그만인것을 다시 다짐합니다.최선을다해서 잘해 드리자고

  • 15. 별똥별
    '07.3.10 12:30 AM

    흑 정말.. 친정... 결혼하고 3년간 서울인 친정갔다가 내가 살고있는 대전에 내려오기까지 엉엉 운게 기억나네요. 얼마전 엄마 왔다 갔는데 엄마 앞에서 안울다가 엄마 가시고나서 애 안고 막 울었는데 엄마가 빠트리고 가신게 있어 다시 초인종 눌러서 엄청 당황해 했다는..그때 엄마도 서울까지 우셨나부더라구용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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