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단테의 신곡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로마 역사를 함께 읽는 아이들과 로마에 기독교에 들어오게 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기도 해서 오랫만에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중세관인 클로이스터를 담은 사진을 찾아보게 되었지요.
사진은 보람이가 찍은 것인데 그동안 컴퓨터 화면에서 잠자고 있던 것을 깨운 셈이라고 할까요?
이 곳을 가게 된 것은 당시 뉴욕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던 보람이 친구덕분이었습니다.
지영이가 이미 가 본 적이 있고 경치가 아주 좋다고 권하자 보람이도 그렇다면 하고 따라나서더군요. 현대 미술이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아이라서 메트로폴리탄에 이어 중세관까지 가자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싶었는데 역시 친구 따라 강남간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더군요. 덕분에 지영이의 뉴욕에서의 이야기, 그 아이가 영국에서 고생하면서 인생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는 이야기등을
버스에서 들으면서 중학교 때 보람이 친구로 처음 만난 그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느끼던 존재감의 정체가 어디서 온 것인지
이해할 수 있기도 했던 시간이 기억나네요.
유럽에 있던 중세 수도원을 사들여서 그대로 재현했다고 하는 이 박물관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묘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아니 그래서 이렇게 볼 수 있다면 하는 것 사이에 흔들리는 마음이라고 할까요?
만나서 정말 반갑다고 느낀 것은 바로 이 작품이었습니다. 이 안에 담긴 그림을 소재로 한 편의 소설이 탄생했는데 그 작품을 아주
실감나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요.
사실 이 공간은 신앙이 없는 저로서는 성유물을 만나는 그런 경건함이 아니라 오히려 건축이 주는 아름다움을 만나는 것, 그리고 바깥 경치에
시선을 빼앗긴 것과 아이들이 둘이서 이야기하는 시간에 그들의 이야기속으로 들어가서 날 것 그대로의 젊음과 만난 시간이었답니다.
보람이가 떠나기 이틀전인가 중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세 명의 친구들 (뉴욕에서 만난 그 친구도 포함하여 ) 이 작당을 해서
한 명은 보람이를 불러내고, 둘이서 승태에게 집안의 비밀번호를 물어보고는 미리 들어와서 장식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 광경을 목격한
보람이는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데 저도 집에 들어와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마루를 빙둘러서 촛불을 켜놓고 줄을 걸어서 그동안
서로가 함께 한 기억들을 사진으로 뽑아서 걸어놓았더라고요.
그렇게 해놓은 상태에서 마루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다가 왁자지껄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그렇게 한동안 놀다가 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언제 이 아이들이 또 모여서 이렇게 노는 날이 올까 갑자기 가슴이 울컥하던 순간이 기억나기도 하고요.
사진이 상당히 많아서 오늘은 이 정도로 만족하고 , 어제 지나치게 오래 잔 덕분인지 펄펄한 몸으로 단테의 신곡속으로 조금 더
들어가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