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아트센터에서는 방학중에 아이들을 위한 특별전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건너뛸까 하다가 일행을 만나서
5,6층의 전시라도 보자고 올라간 곳에서
숨어있던 보물을 만났습니다.
행복한 공간을 위한 판화전이란 전시제목만 보고는
무엇을 만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사석원님의 그림이 떡 하니
저를 반기네요.
사석원,이왈종,황창배,임옥상,권옥연,김종학
이렇게 쟁쟁한 화가들의 그림을 판화로 만들어서
그림을 사랑하는 일반인들이 집에다 걸 수 있는 그림들
그래서 행복한 공간을 위한 판화전이라고 이름붙였구나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돌아보고 또 돌아보았습니다.
그중에서 이사가면 집에 걸어두고 싶은 그림이 몇 점 있어서
그 앞에서 고민을 하느라 한동안 서있기도 했지요.
바로 그 자리에서 살 수는 없는지라
그냥 나왔지만 아마 2월 4일까지의 전시기간내내
고심을 하게 되지 싶네요.
그중에서도 처음 본 화가 안혜자님의 자전거가 있는 풍경을
담은 작품이 자꾸 아른거리네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오층으로 내려가서 도자기 전시를 보던
중 한 번만 더 살펴보고 싶어서 다시 육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오랫동안 바라보고 싶은 그림,질리지 않고 볼수록 더
느낌이 좋을 그림들이 어떤 작품인가 한 번 더 구경을 하고
싶어서요.

어제 판화전에서의 느낌을 살려 권옥연님의 그림을 찾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북촌갤러리를 물어물어 찾아가는 길에
뜻밖에도 이화익 갤러리와 아라리오 서울 미술관을
지나쳐가게 되었습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이름으로 전시를 하던 이화익갤러리에
가보니 정말 작은 사이즈의 그림들을 전시하고 있네요.
그 중에서 첫 그림,그림인지 사진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
그림에 벌써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나무를 담은 것인데 집에 걸어놓고 보면 정말
숲에 와 있는 기분이겠다 싶은 소품이었습니다.
살짝 값을 물어보니 130만원이라고 하는데
벌써 팔렸다고 하네요.
팔려서 다행이다 싶더군요.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
그리곤 이층으로 올라갔는데 외할머니와 엄마사이란
제목의 그림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옷만을 겹쳐서 그린 그림인데 아이디어가 일품이네
화가는 어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꼬
다시 한 번 더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 만난 조각작품 세 점,나란히 세운 작품에서
보살의 이미지를 보았습니다.
각각 이미지가 조금씩 다른 것같지만 그래도 일관성이
있는 얼굴앞에서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우연히 만난 이 작은 전시장이 제겐 축복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곳에서 김덕용님의 그림을 미리 본 것
(미리 본다는 것은 북촌갤러리에 그의 작품이 전시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서요) 도 신기했지요.
아라리오 서울에서는 신디 셔먼의 사진,그리고 안셀름 키퍼의
사진을 만난 것도 좋았지만 처음 본 화가 토마스 러프의 그림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아리리오 미술관이 천안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가회동을 찾아가는 길에 새로운 길을 만났습니다.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느낀 날
자전거님과 나눈 이야기중에서 반 룬의 예술사 이야기와
몽떼뉴의 에세를 영어로 읽어보면 어떤가
그런데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으니 출신대학이나 대학원에
가면 도서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새로운 정보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서울 나들이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단 말인가
갑자기 마음이 부풀어오릅니다.'구하기 어려운 원서는
그렇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구나
물어물어 찾아간 북촌갤러리
그 곳이 바로 손병희 선생의 생가터가 있는 곳이네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갑자기 역사의 한 자락을 만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적어놓은 팻말을 읽어보고 갤러리로 내려가보니
들어가기도 전에 박항률화백의 그림으로 책의 표지를
잘 조절하여 만든 판넬이 눈길을 끕니다.
한참 바라보다가 전시장에서 들어갔습니다.
미리 everymonth에서 캘리님의 전시소감을 읽고
제비꽃님이 다녀와서 올려준 글과 그림도 보았지만
그래도 역시 내 눈으로 보는 것의 즐거움은 다른 맛이 있지요.
인사동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나오지 않아서 오늘 갑자기
사정이 생긴 모양이라고 생각했던 켈리님이
그 곳에 미리 와 있더군요.
그래서 일행이 다섯으로 늘었습니다.
제가 늘 고민하게 만드는 좋은 사진기를 들고
일취월장 사진 실력이 늘어서 부러워하게 만드는 꽃잎님이
부지런히 사진을 찍으면서 그림을 구경합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나는 사진을 찍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서
한 발 물러나서 느긋한 마음으로 구경을 했지요.
시인 김혜순님의 시에 그림을 그린 정정엽이란 화가가
궁금하네요.
그리고 베네치아에서 만난 사람이란 제목의 서정인님의
소설도 읽고 싶어집니다.
윤석남님의 전시가 있다면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마음에 새기고 돌아온 전시이기도 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갤러리에서 추천받은 동네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즐거운 이야기꽃이 벌어졌습니다.
그림을 함께 보고 나눌 수 있는 사람들,그리고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낼 공간이 있다는 것이 주는 행복을 느낀
날이기도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