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첫 날에 영풍문고에 갔었습니다.
그 날 친구네 식구와 함께 점심을 먹고
영풍문고 근처의 야트막한 뒷산에 올라가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나서
미처 준비하지 못한 그 집 아들 선물로 책을 고르려고
함께 갔었던 것인데요
아이 책만 고르고 나오기엔 아쉬움이 있어서
저도 짬을 내서 몇 권의 책 목록을 적기도 하고
제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르기도 했습니다.
그 때 적어온 책 목록이
지도로 읽는 한국사,풀빛에서 발간한 청소년 고전문고시리즈
중에서 플라톤의 국가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이 두 권은 읽어야지 하면서도
제대로 못 읽은 책인데 이번에 청소년용으로 풀어쓴
좋은 책이 나왔길래 목록에 적은 것이지요)
그리고 나머지 한 권이 나이듦의 즐거움이었습니다.
나이듦을 준비하자는 것이 아니라
나이 듦이 즐겁다고?
순간 관심이 가서 서서 읽어보았습니다.
서 너 편 짧은 글을 읽고 있자니
이 정도의 책이라면 얻을 거리가 풍성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것도 목록에 추가했습니다.
그리곤 도서관에 가서 동생에게 책구할 때
이 책들도 함께 부탁한다고 메모를 전해주곤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저께 책이 도착했다고 다 전해주네요.
우선 먼저 읽고 도서관에 비치하겠다고 하면서요.
짬짬이 나이 듦의 즐거움을 읽었습니다.
오십 고개를 넘기 전의 저자는
카톨릭대학교에서 인간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경집교수인데요
그가 가까운 지인들 친구들에게 보냈던 글에서
출판사가 골라서 추린 글을 모은 책이라고 소개되어 있더군요.

크게 소리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잔잔하게
그리고 상당히 진솔하게 보여주는 글이 매력이 있었습니다.
더구나 저자는 가르치는 일이외에도
마음속에 가두고 있던 낯선 열정,소설쓰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나무를 심는 일과 소설쓰는 일을
병행하고 싶다고요.
죽으면 시신을 기증하기로 약속한 상태이고
수목장을 하고 싶다는 대목에서는 오랫동안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음악을 좋아하고 사람에 대한 예의가 있는 사람
그리고 그림을 바라보는 일을 정말 즐기는 사람이로구나
상당히 비슷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 살고 있구나
그런 놀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가끔 인용구절을 적어놓은 곳에서는 한숨 고르면서
올해 가능하면 메모를 하자고 마련한 두툼한 공책에
적어두기도 했지요.
카프카,"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삶을
아는 사람이다"
강한 것이 오래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오래 버티는 것이 강한 것이다
그리고 저자가 마음속에 닮고 싶은 사람으로 소개한
줄리어드 음대의 강효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저자가 소개한 책,아직 읽지 못한 책이름은 메모도 하고
저자가 말하는 영화중에서 아니,이 작품은 아직 못 보았네
하는 것에는 역시 메모도 해놓았습니다.
나이앞에서 아직도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저를
가끔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잘 늙어가고 있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공연히 기분이 좋아지면서 나도 하는 마음이 생기는군요.
내일부터 추워진다고 하더군요.
추워서 밖에 나가기 싫은 날
좋아하는 음악 틀어놓고 이런 책 한 권 구해서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