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로스코의 그림이 리움에 왔다는 말을 듣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마음먹고 들어가서 예약을 하려 하니
목요일 밤에는 예약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미루다가 드디어 회원가입하고 금요일 2시로
예약을 했습니다.
금요일 아침 한의원에 갔다가
수색가는 버스를 타고 거기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고
한강진역에서 내리면 빠르다는 말을 듣고는
수색가는 버스를 탔지요.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서 발생을 했습니다.
수색가는 버스가 마침 좌석이 아니고
시내버스였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두 시간전에 탄 것이니 그리 늦으랴 싶어서
앉아 있는데
아무리 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돌아 돌아 가는 겁니다.
하염없이 돌아가는 버스가 불안하여
내려서 바꾸어 타야지 하는데
처음 가보는 길이라 판단을 제대로 못하고 우물쭈물하다보니
시간이 너무 늦어지는 느낌입니다.
이러면 곤란하다 싶어서
가리뫼인가 하는 곳에서 일단 내렸지요.
그리고 택시를 잡아타고 수색 지하철역에 내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수색에 가기도 전에 요금이 사정없이 올라가고
시간은 한시가 넘어가고 있네요.
내려서 지하철 타고 그 곳에서 내려 다시 물어물어 걸어가고
하다보면 시간에 늦을 것 같아
기사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리움 미술관까지 그대로 택시타고 가면 요금이 얼마나
나오겠는가 하고요.
리움미술관이 어디인지 기사분도 잘 모른다고 해서
한강진 역 근처라고 말하니 휴대폰으로 알아보더군요.
한 만 오천원가량 나올 것 같다고 하길래
고민하다가 그러면 그냥 택시로 가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덕분에 (책 한 권 덜 산 것으로 하자고 마음 편하게 먹고)
한강변을 돌아서 멋있는 풍광을 구경하는 시간이 되었지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길을 드라이브하면서 구경하는 시간
사진기를 꺼내어 찍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달리는 차안에서 찍는 법을 잘 몰라서 그냥 마음으로만
사진을 찍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즐겁게 구경하다보니 한강변에서 서서히 차가 밀립니다.
이러면 곤란한데 ,,,
그래도 조바심쳐서 될 일이 아니라서
한강다리 구경도 하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미군 감축에 관한 이야기
대통령 사면권에 대한 시민이 여론에 대해서도 듣다보니
드디어 리움 미술관
친구 반쪽이를 만나서 일단 요기부터 하고
로스코를 만나러 들어갔습니다.
27점의 그림이 왔더군요.
가끔씩 인터넷에서 들어가 구경하는
그의 그림을 200점도 넘게 소장하고 있는 워싱턴 갤러리에서
빌려온 것이라고 합니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그의 젊은 시절의 습작부터
생애 마지막 해의 미완성이라고 추측되는 그림까지
골고루 볼 수 있게 전시한 것
그래서 한 사람의 화가 인생의 변화를 볼 수 있게
한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이야기나누면서 끝까지 한 번을 다 보고
영상작업으로 보여주는 52분짜리 로스코의 생애를 보던 중
우루루 밀려들어가는 한무리의 사람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 여자분이 큐레이터인지
설명을 시작하더군요.
어라,그렇다면
우선 저 설명부터 다시 듣자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으로 따라갔습니다.
지난 호림박물관 이후
두번째로 와,설명을 제대로 하는 사람의 힘이 이렇게
막강하구나 절실히 느낀 전시였습니다.
그림,그냥 나름대로 추측하면서 본 그림들이
이번 설명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이라고 설명하면
될까요?
(3시에 설명하는 시간인 모양이더군요)
초기그림들에서도 배경에 나타나는 사각형이
후기 그림을 암시하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 잘 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눈으로 본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하는 생각을 해본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초기 습작시절,초현실주의의 세례를 받기도 하고
신화에서 모티브를 차용하기도 한 시절
멀티 폼의 형태로 차츰 캔버스에서 구상이 사라지는 시기
그 다음 색면을 만들어가는 시기
색으로 경계를 이루면서 거대한 캔버스에
생각을 담기 시작하는 시기
그 시기마다의 특성을 설명하면서 붓질은 어떤 식으로
이 곳은 광택을 어떻게 내고
이 곳은 그대로 둔 것이라든지 하는 기법상의 설명까지
잘 듣고 나서
다시 영상을 본 다음
마지막으로 돌아보는 전시장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더군요.
놀라운 경험을 한 날이었습니다.
그 곳을 나와서 백남준전을 보았습니다.
두 전시를 묶어서 볼 수 있게 되었더군요.
그의 기발한 아이디어란 그냥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또 다시 느낀 날이었는데
제게는 악기로 만든 사람모습이 제일 인상적이더군요.
관람도중 친구가 남은 인생에서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뜻깊은 이야기를 해서
행복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민속학에 관심이 많은 그녀에게 그렇다면
민속박물관이나 아니면 국립중앙박물관의 강의를 제대로
들어보면 어떤가 권고를 하기도 하고
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백남준전시장에 들어가기 전에 한 컷 찍은 것인데요
실내라 그런지 아니면 한동안 덥다고 카메라를 만지지 못한
탓인지 제대로 나오지는 못했지만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기분은 느껴지네요.

전시장을 나와서 일전에 본 조각을 보려고 했는데
이미 다른 조각으로 바뀌어 있네요.



주변 풍경을 조금 담은 다음
교보문고에서 약속이 있어서 헤어지는 길에
친구가 고속터미널쪽으로 택시를 타고 간다고 하여
동승을 했다가 어라,한남동이네
그러면 여기서 내려서 좌석을 타면 광화문이 바로겠네
하고 내려서 찍은 한 컷의 사진인데요
아침에 시내버스 사건으로 이제 순발력이 차츰 사라지고 있나
이것참 이것이 무슨 징조인가 하면서 마음을 다친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즐거워 하는 저를 보면서
혼자 웃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