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어디로부터 시작되는 것인가.
나로부터 시작되는 능동적인 것인가 아니면,
남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만들어지는 수동적인 것인가.

어렸을 때는
행복과 불행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고,
그저 행복하다거나 불행하다는 것은
슬프고, 기쁘고, 즐거움의 차이에서
생기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어찌보면 그것은
내가 행복이 무엇인지 불행이 무엇인지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않고
철없이 살아왔다는 반증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기분 좋은 일로 생기는 감정과는
확실히 다른, 행복이 내 가슴에
자리잡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아침 햇살 비치는 창을 열면서
밖에서 들려오는 새 소리를 들으면,
기분 좋다는 표현보다는 행복하다는
표현이 훨씬 편안하게 느껴진다.

초여름 따가운 햇살에
눈을 찌푸리며 걷다보면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솟는데,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의 싱그러움에
온몸 가득히 감사와 행복이 넘친다.
오랜 동안 소식이 뜸했던 친구가
생일날 갑자기 전화를 해서 "미역국 먹었냐?"고
퉁명스럽게 내뱉는 말 한마디에
살아있는 자의 행복에 가슴이 벅차기도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냐?"라는 질문에
내가 선뜻 답을 하지 못했던
까닭을 이제는 알 것 같다.
행복이란
무게나 크기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내 작은 가슴을 아릿한 통증까지 동반하며
꽉 채우다 못해 때로는 흘러 넘쳐
남에게도 나눠주고픈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에
온전한 정신으로 건강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데서 얻는 행복이,
오랫 동안 기다려 왔던 일의 성취로부터
얻는 행복과 어느 것이 더 무거운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내 어리석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새 나는 행복을 누리는 지혜를 말하고픈 사람이 되었다.

정말 아주 작은 일상의 사소함에서 행복이 밀려오면,
그냥 가슴을 활짝 열고 그 행복에 푹 젖어보라.
그게 큰 행복인지 작은 행복인지 무게를 생각하지 말라.
내 가슴으로부터 비롯되어,
그것이 차고 넘치면 가까운 이들과도
나누는 것이 행복이다.

어떤 영향을 받아 생긴 행복은
그 조건이 사라지면 행복도 스러지지만,
스스로 만들어진 행복은
설사 그 조건이 사라지더라도
내 가슴에 언제나 행복이라는
고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행복이란 스스로 만들어
내 빈 가슴을 채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