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학고재에서 하는 전시를 보았습니다.
자유푸라는 처음에는 이것이 이름인지 아닌지도 잘 몰랐던
이름,신문에서 그의 전시소식을 보고는
소격동 학고재가 어딘가 어리둥절하다가 (소격동이란 단어에)
인사동 학고재가 아니라면 현대갤러리에서 계속 올라가면
나오던 바로 그 학고재인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그 곳으로 갔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서 본 전시
수묵화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던 고요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교보문고에 갔을 때 금방 전에 본 화가의 그림이
책으로 학고재에서 나온 것이 있더군요.
시인가,노래인가
그런 제목의 책에서 화가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림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제겐 마음에 새길 구절도
많아서 피곤한 몸인데도 서서 한동안 읽었지요.
그리고 돌아서서 다른 쪽을 보니
그의 스승이라고 이름을 본 화가의 책이 한 권 눈에 띄네요.
이커란,중국 문화대혁명의 시기를 살아가면서
인간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을 화가,
그의 일대기와 미술사적 의의
그의 산수화에 대한 이야기로 한 권의 책이 묶여져 있었습니다.

Li Keran (1907-1989)
Scenery of the Li River
1986
Ink and color on paper
69 x 116 cm
Collection of Mr. Lui Kwok Man, Hong Kong
재미있었던 일중의 하나는 그동안 그렇게 오랜 세월
서점나들이를 했지만
난생 처음으로 미술 실기에 관한 책이 있는 곳에서
뒤적이면서 이런 저런 책을 구경했다는 사실입니다.
유화 바이블,수채화 바이블
뎃생 바이블
이런 제목의 책들도 있더군요.
그 중에서 유화 바이블에 관한 책을 오랫동안 서서
읽고 왔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겐 상당히 도움이 되는 책이었지만
아직 사는 것은 보류하고 돌아왔습니다.
너무 성급하게 덤벼들고 나중에 실망하지 말고
차근차근 하자 싶어서요.
그래도 그런 책을 펴들고 읽고 있는 저를 지금 상상해도
유쾌하네요.
자신이 없어서 그림을 시작했다는 것을 자꾸 떠벌리는지도
몰라요.
이렇게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나면
조금 더 오래 열심히 할까 싶어서요.
사진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사진책 코너앞에 저절로 발길이
머물러 혼자 웃은 적이 있는데
어제는 또 미술 실기앞에서 마음이 끌리는 것
그것이 살아가는 자연스런 모습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