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보람이가 말을 합니다.
엄마,아무래도 내일 아침 마두 도서관에 가야 할 것 같아.
순간 앗 일요일 아침의 단잠이 또 날라갔구나
마음이 복잡했지만 한 편 생각하면 그 시간에 나도 함께 준비해서 길을 나서면
정발산이나 호수공원에 갈 수 있겠다 싶어서
그러면 몇 시에 깨우면 되냐고 물어보았습니다.
6시 50분정도면 될 것 같다고 하네요.
어제 밤 장영희님의 영미시 산책을 담은 글
생일을 읽었습니다.
조금씩 읽어야지 하다가
소리내어 읽어보는 원문시와 너무나 자연스러운 번역
그리고 시에 관해서 짤막하게 이야기한 글
거기다 김점선님의 그림까지 여러가지가 어울린 글에
매료되어 결국 한 번 다 읽고 말았지요.
시를 읽다보니 잠이 다 달아나서
조금 늦은 시간까지 깨어있었더니 역시나
일요일 새벽에 몸이 순조롭지 않습니다.
그래도 막상 길을 나서니
어제 온 비로 말끔하게 정돈된 거리,
그리고 약간 서늘하다 싶게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기분이 조금씩 좋아집니다.
장미원의 장미가 과연 어떤 상태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들어선 곳
절정을 넘어선 장미들이 막 시들기 시작하면서
보여주는 모습에서 처음에는 눈을 돌리게 되네요.
공연히 왔나?
그래도 자세히 돌아보고 있자니
지는 꽃, 그 사이 사이마다 새롭게 피어나는 꽃
지난 번 왔을 때는 아직 몽우리에 불과하던 것이
지는 꽃을 대신해서 장미원에 온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네요.


어제 내린 비로 인해서 마른 장미가 아니라
이슬이라고 하기엔 조금 더 촉촉한 물 머금은 장미가
싱싱합니다.



혹시나 해서 긴 팔 옷을 입고 갔는데
그러길 잘 했다고 느낄 만큼 아직 9시가 못 된 시간의
호수공원은 서늘한 공기,좀 더 맑게 울리는 새소리
말갛게 정돈된 공간,거기다가 평소보다 조금 덜 붐비는
느낌이라서 좋았습니다.



아마 이 번 주가 지나면 장미원의 장미는 일부러 찾아가서
보기엔 조금 곤란한 상태로 접어들 것 같네요.
그래도 그렇게 오랜 세월 일산에 살면서
이번처럼 일부러 장미를 보러,장미를 찍으러
같은 장소를 이렇게 여러 번 찾아간 것이 처음이라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시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