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 달에 한 번 둘째 주 금요일에
everymonth의 곰브리치 미술사 공부를 하는 날입니다.
물론 매번 모임에 설레는 마음으로 나가지만
오늘은 특별히 더 기대를 안고 나가는 날이었습니다.
정각심님의 남편이 로마에 가는 길에 (제가 언젠가
로마에서 쓴 글을 읽고서 기억을 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남편이 여행가는 길에 바티칸에 들를 때
제가 그 당시 못 사서 애석해하던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사진집을 구해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구해오면 연락을 주겠다고 해서 마음 설레면서 기다리던 중
카페를 통해 두 권을 구해와서 제게도 한 권 주시겠다고
리플로 달린 글을 보고는 며칠간 설레는 마음으로 금요일을
기다렸거든요) 구해 온 책을 만나는 날이라서요.
모임장소에 가니 제비꽃님이 먼저 와서 기다리다가
장영희님의 생일을 제게 선물로 한 권 주시네요.
와,오늘은 마음이 부자가 된 기분이 된 날이었습니다.
오늘 발제할 부분이 16세기 미술이었는데
드디어 교재를 보지 않고도 개요를 설명하는 일에
조금 이력이 붙은 날이었기도 합니다.
아직 글을 쓸 때처럼 좀 더 자유롭게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그동안 여기 저기서 읽은 것들이 제 안에서
소화되어 말이 되는 것이 신기한 날이었습니다.
새로 참석한 이쁜 여우님
활기찬 멤버가 들어오니 느낌이 새롭네요.
사진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는데
자기소개하면서 척 꺼낸 사진기가 어라,제가 찍는 사진기보다
상당히 고급카메라네,언제 나도 하는 마음이 들다가
지금 있는 카메라나 제대로 익히지 싶어서 부러운 마음을
접었습니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풍월당에 갔습니다.
오랫만에 가 본 그 곳에 들어보고 싶은 음악이 많았지요.물론
책을 받고 너무 기뻐서 저도 답례로 음반을 하나
마음을 담아서 고르고 싶었습니다.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전 곡을 녹음한 것으로 골라서
데스크에 틀어달라고 하고 정각심님 표정을 보니
음악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라 일단 그 곡으로 정하고
제가 듣고 싶은 음반을 심혈을 기울여 골랐지요.
모짜르트 레퀴엠을 편곡한 음반,슈베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그리고 마르첼로의 첼로 소나타를 최종적으로 고르고
일행중 먼저 가는 사람들을 배웅한 다음
정각심님,cutepond님 이렇게 셋이서 참 오랫동안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던 중
cutepond님이 가까운 이웃과 artist's way를 읽기 시작한 것을
알게 되었고 두 번째 만남인 오늘 조금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갑자기 밖에 비가 오는 바람에 어찌 할까 고민하던 중
그래도 비가 그쳐서 선정릉에 가서 사진을 조금 찍고
그 다음 무엇을 할지 정하려고 나선 길
선정릉가는 길가에 있는 꽃들이 시선을 끕니다.



비가 막 그친 시간의 싱그러움이 눈길을 끄네요.
그래서 사진기를 꺼내서 찍다보니
아무래도 능이 문을 닫을 시간이 다 된 느낌이라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먼저 선정릉에 가보자 하고
서둘러 갔습니다.
아뿔싸,5시까지는 입장을 해야 한다고 그래서 이미
입장은 끝났고 문을 닫을 시간이 다 되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입구에서 사진 몇장만 찍자고 하니
그것은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렇게 급하게 찍은 탓인지
집에 와서 보니 마땅한 사진이 별로 없군요.


윗 사진은 입구의 작은 화단에서 만난 것이고요
아랫 사진은 주차장 가에서 만난 것입니다.
나무를 찍은 것은 광선의 양이 적합하지 않았던지
건질 것이 없어서 서두르면 결국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것을 느끼고 돌아서서 다시 길을 거슬러 올라가
아까 찍다 그냥 떠나온 곳으로 갔습니다.



이름을 모르는 꽃들을 여러 송이 만났는데요
아시는 분 알려주실래요?

한 해의 반절이 거의 다 끝나가고 있는 6월
저는 이 번 한 해가 정말 제겐 빗장을 여는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는 기쁜 마음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저 자신에 대해서도 덜 엄격하고 조금 더 부드럽게 대하고
시간을 쓰는 일에 대해서도 융통성이 생겼으며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소통의 가능성이 점점 넓어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날들이거든요.

직선으로 쭉 뻗어가면서 살던 길을 돌아서
쉬어가면서 즐기면서 가는 여유도 조금 더 생겼고
새로운 것에 대해서도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실패를 덜 두려워하면서 대처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지요.


사진을 다 찍고나서 음악회에 갈까 하다가
집에 가서 새로 산 음반을 듣는 집안 음악회를 열면 되지
싶어서 지하철로 갔습니다.
새로 생긴 분당선을 처음 타보고 수서에서 자리잡고
요즘 그 책을 읽느라 무엇을 쓰기 어렵던 대망을 손에 잡았습니다.
대망은 원래 도꾸가와 이에야스란 제목으로 32권으로 번역되어 나온 책으로 읽은 작품이었는데
대망이란 책을 대여점에서 보고 모르고 빌린 것이었습니다.
읽다보니 어라 어디서 읽은 책인데 싶어서 주인아저씨에게
물어보니 그렇다고 바로 그 책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토지를 한참 만에 다시 읽으면 새롭듯이
이 책 역시 새롭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분량이 조금 두껍다 싶은 책으로 12권으로
번역이 되었길래 그 정도면 가볍게 (32권에 비해서 )
두 주일 정도 시간을 내서 16세기의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볼까
하는 마음으로 다시 잡아서 읽고 있거든요.
나중에 우리에게 이에야쓰로 알려진 그는 어린 시절
볼모로 잡혀가서 마음 고생을 합니다.
드디어 18세가 된 그는 처음으로 출전을 하게 되고
오다 노부나가가 처음으로 나중에 히데요시라고 불려지는
도키치로를 만나게 되는 장면을 읽고 있는 중인데
우리는 임진왜란의 상처로 인해서 과연 히데요시란 인물에
대해 제대로 배울 기회가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사람,사람,사람들
얼마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게 되는지
그리고 그 이전에 읽었던 것과 지금 제가 읽는 것사이의 시간동안에
책은 그대로이지만 제 자신이 변해서 인물이나
시대에 반응하는 것이 달라진 것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네요.
주위의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원한 지하철안에서 독서삼매에 빠져서 읽다보니
어느새 대화역
집에 들어와 슈베르트 음반을 걸어놓고
사진 정리하고 글을 쓰다보니
금요일 하루가 다 지나가고 있네요,아쉽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