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이를 만나러 갔다.
얼굴 본지가 거의 한 달이 넘은것 같다.
작년에는 그래도 일 주일에 하루 휴일이면 저녁 늦게 잠들기전 잠시나마 얼굴은 볼 수 있었지만,
고3이 되었다고 이젠 주말과 휴일에도 집에 거의 오질 않는다.
많지도 않은 네 식구, 모두 한 자리에 모여본 적이 언제였던가......
주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진이조차도 제대로 얼굴 보기 힘든 생활이다.
나 역시 매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 9시에 집을 나서서 새벽 1-2시에 돌아오는 생활이니
네 식구 동시에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가게에서 일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주이 학교에 도착하니 밤 11시 30분.
앉아서 이야기 할 틈도 없이 기숙사 1층 로비에서 선체로 5분 동안 얼굴만 보고
엉덩이 한번 토닥여주고 헤어졌다.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주이,
씩씩하고 용감한 주이,
예쁘고 착한 주이......
오랜만에 보니 얼굴이 많이 상한 듯 한데도 표정은 밝다.
어렵고 힘들어도 내색 안하고 밝게 웃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서울대 경영학과 07학번 강주이'
주이의 책이며 공책마다 이렇게 씌여져있다.
모의고사 성적으로 보나 선생님의 의견으로 보나 주이의 실력으로는
많이 모자라는 목표인데도 불구하고 저 혼자 개의치 않는 주이.
내가 고등학교때 넘보지도 못했던 목표를 가지고 있는 주이에게
공부 열심히 하란 말을 어찌 할 수가 있으랴.
목표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 역시 얼마나 중요한가.
주이가 대학을 가고 못 가는 것은 적어도 나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저렇게 자신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이 자랑스럽고 대견할 뿐.
주이와 진이,
엄마와 아빠 모두 온 종일 가게에 메어 있느라 여늬 부모들처럼 챙겨주지도 못하고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는데도 어디 하나 빠진곳 없이 바르게 자라주니
얼마나 예쁘고 대견한지…...
내세울 것 없고 자랑 할 것 없는 나에게 늘 일하는 보람과 자랑거리 만들어 주는
내 사랑 주이와 진이를 위해 난 오늘도 설렁탕을 끓인다.
----강두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