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강점기인 1919년 무렵 경기도 인천지역 콜레라 방역지 모습. 칼을 찬 위생경찰과
자위단원이 콜레라 유행지역 마을 입구에서 공동으로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 위) 콜레라 유행지역에서 검역을 하고 있는 일본인 경찰과 헌병들.
(사진 아래) <호열자 조선을 습격하다>(역사비평사)에서
제가 요즘 읽은 책중에 '조선은 왜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는가'와 '조선에서 온 사진 엽서'라는 책입니다.
저의 화두이기도 한 것 중 하나, 바로 '우리나라는 과연 근대가 있었나? 라는 것입니다.
평소 그 문제에 관심을 갖다 보니 19세기 말~20세기 초,
다시 말하면 일제의 강점기에 대한 연구없이는 불가능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의 그 관심의 촛점을 열기 시작한 것은 거의 10 여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군요.
마침 어느 분이 일본 관련 서적을 한 10 여권 가지고 있어
열심히 빌려 읽고, 사서 보태 읽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저의 과제입니다.
아마도 평생의 과업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기사가 나오면 눈이 번쩍 뜨입니다.
위생경찰, 식민조선 만병골치약/신동원
전염병 관리·식품위생·거리청결까지
“식민조선 내 손 안에 있소이다”
신민의 건강 돌본다는 가부장적 인식
유럽선 이미 사라진 ‘위생경찰’ 제도
억압적으로 남용…후생정책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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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의 위생경찰
요즈음 학계 일각에서는 식민지 시대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이 통치하던 식민지 시대에 경제적인 성장이 이루어졌다거나, 근대화가 상당 정도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근거로 그들이 들고 있는 것이 사망률 감소와 인구의 증가다. 대체로 일본의 식민통치 기간에 사망률은 크게 감소했으며 한국인의 인구가 크게 증가했다. 일본의 식민통치 35년 간 한국인의 인구가 무려 1,000만 명 이상 늘었다.
이처럼 인구가 크게 증가한 것은 출생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며 완만하게 낮아진 반면,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급하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식민통치 35년 동안 갓 태어난 아이의 평균여명이 1906-1911년 남아 22.6살, 여아 24.4살이던 것이 1942년에는 남아 42.8살, 여아 47.0살로 늘어났다. 이렇듯 평균여명이 크게 늘어난 데에는 영유아사망률의 감소가 가장 크게 기여했다. 영유아사망률은 1932년 18.7명이던 것이, 1935년에는 16.1명, 1938년에는 12.5명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계된다. 일제강점기 이전에 두드러진 인구 변화가 없었음을 고려할 때 이런 변화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이런 양적인 지표를 곧바로 근대의 선물인 양 해석한다면 지나친 비약이다. 우리는 20세기 하반세기에 파키스탄, 방골라데시 등 저개발 국가에서도 놀라운 인구 증가가 있었음을 잘 알고 있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는 했겠지만, 대다수 학자들은 이런 국가에서의 인구 증가가 영양, 교육, 주거, 경제상황의 개선 등 삶의 질의 개선 등의 요인보다는 감염병을 관리할 수 있는 위생 테크놀로지에 힘입은 것으로 본다. 서양 선진국의 경우 18세기 이후 인구 증가는 경제성장, 영양·주거 상태의 개선이 사망률 감소를 이끌었으며, 19세기 중반 이후 공중보건의 발달이 거기에 더욱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었다. 20세기 후진국의 경우에는 뚜렷한 경제성장과 그 효과 없이도 사망률 감소와 인구 증가가 있었다. 극단적인 비유가 되겠지만, 우리는 항생제의 등장이후 양어나 양계 등에서도 단지 항생제 대량 살포만으로도 물고기나 닭의 대량 사육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식민지 한국의 경우에도 인구성장에 대한 후진국 모델이 적용된다.
인구성장이 근대화 증거라고?
경찰이 위생을 담당하는 위생경찰의 연원은 18세기 후반-20세기 초반 오스트리아와 독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의사경찰은 오스트리아 의사 볼프강 토마스 라우(1721-72)가 처음 창안했으며, 이후 요한 피터 프랑크(1745-1821), 안톤 마이(1742-1814)가 이 개념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 의사경찰이란 말에 포함된 ‘경찰’이란 개념은 매우 폭넓은 것으로서 국가의 국민에 대한 가부장적인 배려 일반을 포괄하는 것이다. 유럽 대륙 특히 절대군주제인 독일에서는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를 부자의 관계로 파악하면서 이런 가부장적인 이념에 따라 국가가 신민의 건강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싹텄다. 프랑크는 그러한 돌봄이 경찰 활동을 통해서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9권으로 된 <완전한 의사경찰 체계>라는 저작을 썼다. 이 책에는 출산·임신·결혼 문제, 영유아 건강문제, 식품위생과 의복, 오락, 주거 및 환경 문제, 사고 예방, 인구동태, 군진의학, 성병, 병원, 전염병의 문제가 망라되어 있었다. 이후 마이는 주택, 대기 보존, 식품위생, 의복 위생, 산업보건, 모자보건 등을 망라하는 종합적인 의사경찰 보건법안을 제시했다. 독일에서는 19세기말까지 법에 따라 공무원들이 공중 보건 행정 업무를 수행했다.
조선은 일본을 통해 이 위생경찰 개념을 도입했다. 19세기말 일본에도 위생경찰의 개념이 수입되었다. 일본은 국가중심의, 경찰중심의 위생체제를 받아들였다. 일본은 의사경찰이라는 이름 대신에 위생경찰이라는 말을 썼으며, 그들은 보건, 의료, 방역, 가축방역에 관한 일체 사무를 담당했다. 조선에서 최초의 위생경찰 도입 시도는 1882년에 있었다. 이해 김옥균의 <치도약론>의 저술했고 이듬해 박영효는 그것에 입각해서 길 닦는 사업을 실시했다.
김옥균은 “도로변의 불결을 없애 전염병을 예방하고, 소독된 분뇨를 활용해 농업생산성을 높이며, 교통을 편리하게 하여 물류 유통을 증대시키자”는 논리를 펼쳤으며, 거리 청결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신제도인 경찰에 맡겨야 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 세력의 반발로 이 치도사업은 3개월 만에 단명했다. 1894년 갑오개혁이후 내무대신이 된 박영효는 다시 훨씬 본격적으로 이 위생경찰사무를 정착시켰다. 대한제국의 위생경찰은 1906년 통감부 설치이후 사실상 무력해졌으며, 1909년 ‘경찰권 이양’ 후 막강한 일본제국의 위생경찰이 그것을 대체했다.
위생경찰은 식민지 경찰의 가장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로 규정되었으며, 업무 범위는 매우 넓어서 환경상태·전염병관리·의약인 단속·식품위생 등을 망라했다. 사상범의 경우 특정인을 범죄의 대상으로 삼는 데 그쳤지만 위생사범의 경우 전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삼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위생경찰은 매우 효율적인 통치수단이었다. 대한제국이나 당시 일본과 비교해서 볼 때, 식민지 위생경찰은 훨씬 억압적인 성격을 띠었다. 식민지 한국에서는 위생 행정 기구라 할 수 있는 위생국 대신에 모든 위생 사무를 경찰이 담당토록 했다. 즉 위생을 일본을 비롯한 선진제국이나 이전의 대한제국과 달리 독립적인 행정영역으로 인정치 않고 경찰에 종속시킨 것이다.
건강관리 뒷전…전염병 예방만
선진 제국이나 일본에 비해 왜 식민지 한국의 위생경찰이 더 억압적이어야 했는가? 총독부 관리나 일본인 학자는 한국인의 미숙함을 그 이유로 내세웠다. 그들은 한국인 절대 다수가 무지몽매한 미신과 관습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성숙한 근대인과 달리 취급하게 되었다고 강변했다. 한국인의 그릇된 위생 관념과 행위가 자신이 해를 입는 데 그치지 않고, 선한 근대인에게까지 병을 전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식민지 한국의 위생경찰은 20세기라는 시대를 거스르는 것이었다. 20세기 초반 이미 유럽의 대부분에서는 의사경찰이라는 개념이 무너져 버렸다. 그것이 급속히 산업화하는 현대 사회의 보건 문제를 지도할 중심 이념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건강 보호는 군주 또는 국가의 가부장적 배려라는 차원에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것을 누려야 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수여받는 것이었다. 집단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공리주의적 행복 못지않게 개인의 인신 자유가 중요하게 여겨졌다. 낡은 의사 경찰을 대신하여 인권에 기반을 둔 새로운 보건 개념이 등장했다. 비록 이 의사경찰의 개념이 일본에서는 완전히 쇠퇴하지는 않았을지라도, 거기에도 새로운 보건 개념이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식민지 한국의 경우에는 이와 반대로 위생경찰력이 남용되고 있었다.
▲ 신동원/카이스트 연구교수·과학사
그것의 한계는 곧 드러났다. 그것이 경제, 영양 상태와 관련이 깊은 결핵의 유병률은 세계 최고 수준에 달했고, 1930년대 이후의 전쟁 상황에서 동원해야 할 건강한 한국인은 매우 적었다. 식민지 위생경찰은 급성전염병 예방에 집중되어 있었지, 건강한 몸을 만드는 후생정책과 전혀 관련이 없었다.
따라서 1941년 총독부는 국민 체위 향상 시설 확충, 국민 체육 운동 단체의 이원화, 결핵과 성병 대책, 의료기관의 일원화, 의약품 확보 대책 강화, 군사 원호 사업의 강화, 사회사업 체제의 정비, 인적 자원의 증강, 주택의 증가, 노동자의 징용과 공출, 조선 내 노동자의 수급 조절 등을 내세우며 후생국을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그나마 전쟁이 악화하면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1년도 안되어 다시 이전의 제도로 환원되었다. 후생국의 설치는 위생경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것의 실패는 결국 식민지 의료정책 전체의 실패를 뜻하는 것이었다.
[아래 사진 설명] 일제강점기인 1919년 무렵 서울지역에서 위생경찰이 입회한 가운데
위생방역진이 여행자의 콜레라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채변을 하고 있다.
<호열자 조선을 습격하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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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의학 속 사상
반쪽이 |
조회수 : 1,189 |
추천수 : 16
작성일 : 2006-03-24 07: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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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엉클티티
'06.3.24 10:50 AM유독 일본에 관심이 많은 저에게 반가운 글입니다....
의학에는 무지합니다만....
일본의 통치가 없었다는 가정으로 한국의 현대사를 생각하면 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그냥 "우리 역사의 한 부분 이었다"라고 단정하려면 아직 일제통치에 의해 피해 본 주위 사람들이 많다는 것...
일제 통치 이 후 우리나라가 많이 변한 건 부인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것이 좋은 쪽이던 나쁜 쪽이던 간에....
또 다른 상상????
만약 몇 십년이 지난 훗날
20세기말 부터 21세기 초는 미국때문에 우리는 굴욕외교를 했다???
아니면 미국때문에 우리가 그 정도 경제 혜택을 누렸다??? 라고
후손들이 역사를 다시 정리 할까요???
암튼 일본...독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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