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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누라가 달라졌어요!

| 조회수 : 3,061 | 추천수 : 35
작성일 : 2006-03-04 01:42:31

우리 마누라가 달라졌어요!


제가 우리 마누라와 결혼 해.준.지. 만 20년이 지났습니다.
결혼 전 십 수년의 기간까지 합하면 무지하게 서로 오래 버티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 마누라,
본래는 착하고 마음씨 고운 여자였습니다. (과거 완료형)

결혼 전에는 순하디 순한 양 인척~ 하더니,
결혼하면서부터 곰과 여우를 오락가락 하더군요.
마치, 곰탱이와 여우를 섞어 놓은 것 같았지요.

그러더니 10 여 년 전 쯤 부터 늑대의 기질을 보이기 시작합디다.
그러다 4년 전, 음식점을 하면서부터 점점 더 사나와지더니
급기야 호랑이로 변신해버렸습니다.

24시간 연중무휴의 음식점을 운영하다보니
가게에서건 집에서건 24시간 본의 아니게 어쩔 수 없이
호랑이와 부딪치며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ㅠ.ㅠ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저 역시 살기위해(?) 같이 으르렁거릴 수밖에 없었지요.
제가 무슨 말만 했다 하면 잡아먹을 것처럼 으르렁거리니 원~ ㅠ.ㅠ


특히 자동차 운전을 할 때면 거의 두 얼굴의 사나이,
아니 두 얼굴의 아줌마로 변신을 합니다.

마누라 앞으로 끼여들기? 절대 못합니다.
대형 버스가 머리를 들이밀며 들어와도 받아라~ 받아~ 하면서
절대로 물러서지 않지요.

앞에서 어설프게 가는 차가 있으면 짜아식~ 운전도 못하는 게 왜 앞에서 얼쩡거려~
하면서 휘익~~ 앞질러 갑니다.

그리고 걷는 것을 무지 싫어해서 삼보 이상 승차합니다.
어디든지 악착같이 꼭 차를 끌고 갑니다.
음식 재료들 사러 시장을 가도 그 복잡한 시장 통 가운데를 악착같이 들어갑니다.

십 몇 년 전 무서워서 운전 안 배우겠다는걸 제가 등 떠밀어 학원에 보냈던
아줌마가 바로 이 아줌마인지 의아할 정도입니다.

차 없으면 꼼짝을 못 하는 아줌마로 변했지요.





아파트 주차장에서도 주차 공간이 마땅히 없으면 대충 팽개쳐 버.리.고. 올라갑니다.
앞에 주차했던 차가 뒤로 후진을 하면서 앞 보닛을 받아서 우그러져도 호탕한척~ 웃고 맙니다.

어느 날 아침 주차장에서 옆집 남자가 전화를 했더군요.
차를 후진하다 저의 차 뒷문을 받아서 푹~ 들어갔다고......
저기 뒷문 푹 들어간 거 보이지요?

마누라 내려가서 그 남자에게 교양있는척~ 웃으며 말했다지요.

'아유~ 뭐 이정도 가지고 그러세요. 신경 쓰지 마시고 그냥 가세요. 아침 출근 늦으시겠어요.'


본래 지인에게 얻었던 차 였는데 5년 이상을 큰 고장 없이 우리 집 발이 되었던 차지요.
23만 킬로를 달렸으니 오래 달리긴 했지만 그래도 별 탈 없었는데
얼마 전 급기야 길 위에서 서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차 없으면 꼼짝 못하는 마누라를 위해서 새 신, 아니 새 차를 사 줬습니다.
20여 년 동안 늘 얻은 차만 타다가 처음으로 장만한 새 차입니다.






그날부터 우리 마누라가 달라졌습니다.

마누라 앞으로 들어오는 차는 무조건 양보해 줍니다.
버스? 무조건 피합니다.
불법 유턴? 절대 안합니다.
주차? 단지 주차장 로얄석(?)에 주차하려고 일찌감치 귀가 서두릅니다.
조금 늦어 일열 주차라도 하게 되면 누가 옆구리 긁을까봐
수시로 들락거리며 감시하고 새벽에 일어나 밤새 자리가 난 곳으로 이동 주차시킵니다.
새 차에 신경 쓰는 것이 마치 아기에게 신경 쓰듯 하는군요.


웃기는 건 운전 습관만 달라진 게 아니라
목소리와 행동도 달라졌습니다.

저를 잡아 먹을 것처럼 으르렁거리며
머슴 대하듯 부르던 목소리가 새색시 서방님 부르듯 바뀌었습니다.

제가 가끔 승질 한 번 내면, 되려 서너 배 더 승질을 부리더니
요즘은 한 박자 숙이고 목소리 톤을 올리지 않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눈이 마주쳐도 서로 으르렁거리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알콩달콩은 아니고 그냥 소 닭 보듯 합니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요.


아무튼 우리 마누라가 달라졌습니다.
단지, 차 한대 사줬을 뿐인데......


------------------------------

* 에필로그 *

먼저 타던 차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응급조치로 고쳐서 제가 계속 잘 타고 다닙니다.
다만 파워핸들은 완전히 고장나 잘 안돌아가는 핸들 돌리느라
주차 할 때 얍~! 얍~! 하고 기합을 넣는것만 빼면......


----강두선...

강두선 (hellods7)

82cook에 거의 접속하지 않습니다. 혹, 연락은 이메일로...... hellods7@naver.com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끼리
    '06.3.4 2:55 AM

    너무 재밌게 사시네요^^;;
    덕분에 새벽에 흐뭇~하게 웃었습니다.

  • 2. 브리지트
    '06.3.4 8:31 AM

    ㅋㅋㅋ 글맛이 고소하면서 쌉싸름하네요.
    저도 울남편이 차 한대 사주면 그럴거예용~~

  • 3. 진 아
    '06.3.4 9:15 AM

    여성시대에 투고하심이 좋을듯하옵니다...
    즐거운 아침입니다~

  • 4. yuni
    '06.3.4 10:17 AM

    차가 매끄롬하니 이쁘군요.
    진이양 어머님 아주 좋으시겠어요.
    와이프 생일날 태극기 내거는 친구분보다 강두선님이 더 애처가신데요. *^^*

  • 5. 미미랑
    '06.3.4 10:26 AM

    진짜 글을 맛있게 쓰시네요.^^
    아침부터 미소짓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에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 6. unique
    '06.3.4 10:39 AM

    ^^ 정말 윗분 말대로 미소짓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남편때문에 하루종일 아니 요즘에 엄청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조금이나마 위안받아 ^^ 감사해요..ㅎㅎㅎ..

  • 7. 우향
    '06.3.4 10:43 AM

    하하하....
    도가니탕 맛처럼
    글맛도 쫀득거립니다.
    맛있어요~~~~행복하시길요.

  • 8. 안나돌리
    '06.3.4 11:03 AM

    치잇~~~
    새차샀다고 지금 자랑하시는 거죠!!

    다 알아요...새차 턱이나 쏘시지요~~~^^* ㅎㅎㅎ

  • 9. plumtea
    '06.3.4 11:05 AM

    기분 좋은 글입니다. 맛있게 사시네요^^

  • 10. 꼼히메
    '06.3.4 11:51 AM

    글..너무 재밌게 잘쓰시네요....근데.. 사모님께 진작에 이쁜차 한대 사주셨어야 할것 같은데요? 사모님께서도 결혼 해.주.신.지 20년이나 되셨는데요..333===

  • 11. 강물처럼
    '06.3.4 12:06 PM

    ㅋㅋㅋ.. 재미있네여...

  • 12. 미소리
    '06.3.4 1:01 PM

    반대로 두선님께소 호랭님으로 변신하실듯~~~~~~ 텨~~~~~~~~ ㅋㅋㅋ

  • 13. 꽃다지
    '06.3.4 1:04 PM

    새신, 좋은신을 신으면 걸음도 사뿐사뿐 이쁘고 조심스럽게 교양있는척하며 걷구요,
    떨어진 운동화 신으면 아무거나 걷어차고 싶구 뛰고, 싶고 조심성이 없지요 이와 마찬가지...ㅎㅎ
    그나저나 강두선님 호랭이 마누라 무서워서 어찌 산대요?? 그래두 20년 살으셨으면 잡혀사는게 속 편할거예요ㅋㅋ
    행복한 가정을 보는것 같아 오늘 아침 기분이 좋습니다.

  • 14. 골고루
    '06.3.4 1:54 PM

    ㅎㅎㅎ.
    아침마당에 출연신청 하셔야 할듯...
    저도 점점 늑대가 되어갑니다...

  • 15. lamp
    '06.3.4 3:04 PM

    오래 가야 할 텐데... 저도 남편에게 선물 받으면 하루, 일주일짜리 등이 있는데
    그렇게 큰 선물은 못 받아봐서
    아뭏든 행복하시고 약발이 오래 가시길...

  • 16. 야무진21닷컴
    '06.3.4 8:57 PM

    글을 보니 소 닭보듯..혹은 으르렁..이 아닌
    사랑과 정이 듬뿍 묻어 납니다.

    정말 재미있어요~~~
    항상 행복하시길~~

  • 17. 서비맘
    '06.3.4 9:52 PM

    나도 새차사주면 변할꺼가따

  • 18. free
    '06.3.5 1:19 AM

    차가 멋지고, 행복하시네요,

  • 19. 강두선
    '06.3.5 2:45 PM

    이렇게 많은 분들꼐서 칭찬해 주시니 흐뭇~합니당~ ^^
    안나돌리님, 새차턱~ 쏠테니께 오세요~ ㅎㅎ

    그나저나,
    lamp님 말마따나 약발이 오래 가야 할텐데......

  • 20. 오키프
    '06.3.6 12:58 AM

    아...제가 성질 드러운게(-_-) 차가 똥차라서 그런가봅니다.
    저도 버스고 트럭이고 절대로 안 껴주거든요...^^

    강두선님 글 보면서 빙그레 웃었네요.
    항상 행복하세요~~~

  • 21. 이규원
    '06.3.6 9:02 AM

    선배님!!! 애처가 맞지요?
    아님 경(?)처가가 맞나~~~~~~~~~~~

    저도 남편에게서 큰 선물 받고 싶은데, 그저 부러울뿐입니다.

  • 22. 둥이모친
    '06.3.10 2:25 PM

    이참에 전용 주차장이 있는 집을 하나 새로 개비해주시면
    다시 순~~한 양으로 다시 돌아가시지 않을려나?
    제 의견이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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