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누라가 달라졌어요!
제가 우리 마누라와 결혼 해.준.지. 만 20년이 지났습니다.
결혼 전 십 수년의 기간까지 합하면 무지하게 서로 오래 버티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 마누라,
본래는 착하고 마음씨 고운 여자였습니다. (과거 완료형)
결혼 전에는 순하디 순한 양 인척~ 하더니,
결혼하면서부터 곰과 여우를 오락가락 하더군요.
마치, 곰탱이와 여우를 섞어 놓은 것 같았지요.
그러더니 10 여 년 전 쯤 부터 늑대의 기질을 보이기 시작합디다.
그러다 4년 전, 음식점을 하면서부터 점점 더 사나와지더니
급기야 호랑이로 변신해버렸습니다.
24시간 연중무휴의 음식점을 운영하다보니
가게에서건 집에서건 24시간 본의 아니게 어쩔 수 없이
호랑이와 부딪치며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ㅠ.ㅠ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저 역시 살기위해(?) 같이 으르렁거릴 수밖에 없었지요.
제가 무슨 말만 했다 하면 잡아먹을 것처럼 으르렁거리니 원~ ㅠ.ㅠ
특히 자동차 운전을 할 때면 거의 두 얼굴의 사나이,
아니 두 얼굴의 아줌마로 변신을 합니다.
마누라 앞으로 끼여들기? 절대 못합니다.
대형 버스가 머리를 들이밀며 들어와도 받아라~ 받아~ 하면서
절대로 물러서지 않지요.
앞에서 어설프게 가는 차가 있으면 짜아식~ 운전도 못하는 게 왜 앞에서 얼쩡거려~
하면서 휘익~~ 앞질러 갑니다.
그리고 걷는 것을 무지 싫어해서 삼보 이상 승차합니다.
어디든지 악착같이 꼭 차를 끌고 갑니다.
음식 재료들 사러 시장을 가도 그 복잡한 시장 통 가운데를 악착같이 들어갑니다.
십 몇 년 전 무서워서 운전 안 배우겠다는걸 제가 등 떠밀어 학원에 보냈던
아줌마가 바로 이 아줌마인지 의아할 정도입니다.
차 없으면 꼼짝을 못 하는 아줌마로 변했지요.

아파트 주차장에서도 주차 공간이 마땅히 없으면 대충 팽개쳐 버.리.고. 올라갑니다.
앞에 주차했던 차가 뒤로 후진을 하면서 앞 보닛을 받아서 우그러져도 호탕한척~ 웃고 맙니다.
어느 날 아침 주차장에서 옆집 남자가 전화를 했더군요.
차를 후진하다 저의 차 뒷문을 받아서 푹~ 들어갔다고......
저기 뒷문 푹 들어간 거 보이지요?
마누라 내려가서 그 남자에게 교양있는척~ 웃으며 말했다지요.
'아유~ 뭐 이정도 가지고 그러세요. 신경 쓰지 마시고 그냥 가세요. 아침 출근 늦으시겠어요.'
본래 지인에게 얻었던 차 였는데 5년 이상을 큰 고장 없이 우리 집 발이 되었던 차지요.
23만 킬로를 달렸으니 오래 달리긴 했지만 그래도 별 탈 없었는데
얼마 전 급기야 길 위에서 서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차 없으면 꼼짝 못하는 마누라를 위해서 새 신, 아니 새 차를 사 줬습니다.
20여 년 동안 늘 얻은 차만 타다가 처음으로 장만한 새 차입니다.

그날부터 우리 마누라가 달라졌습니다.
마누라 앞으로 들어오는 차는 무조건 양보해 줍니다.
버스? 무조건 피합니다.
불법 유턴? 절대 안합니다.
주차? 단지 주차장 로얄석(?)에 주차하려고 일찌감치 귀가 서두릅니다.
조금 늦어 일열 주차라도 하게 되면 누가 옆구리 긁을까봐
수시로 들락거리며 감시하고 새벽에 일어나 밤새 자리가 난 곳으로 이동 주차시킵니다.
새 차에 신경 쓰는 것이 마치 아기에게 신경 쓰듯 하는군요.
웃기는 건 운전 습관만 달라진 게 아니라
목소리와 행동도 달라졌습니다.
저를 잡아 먹을 것처럼 으르렁거리며
머슴 대하듯 부르던 목소리가 새색시 서방님 부르듯 바뀌었습니다.
제가 가끔 승질 한 번 내면, 되려 서너 배 더 승질을 부리더니
요즘은 한 박자 숙이고 목소리 톤을 올리지 않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눈이 마주쳐도 서로 으르렁거리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알콩달콩은 아니고 그냥 소 닭 보듯 합니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요.
아무튼 우리 마누라가 달라졌습니다.
단지, 차 한대 사줬을 뿐인데......
------------------------------
* 에필로그 *
먼저 타던 차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응급조치로 고쳐서 제가 계속 잘 타고 다닙니다.
다만 파워핸들은 완전히 고장나 잘 안돌아가는 핸들 돌리느라
주차 할 때 얍~! 얍~! 하고 기합을 넣는것만 빼면......
----강두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