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이 책 제목을 보고 읽어보려면 수퍼맨 대여점에 부탁해야하나
그런 고민을 하다가 마침 반납할 책이 있어서 그 곳에 갔더니
턱 하니 책이 주인부부가 앉아서 일하는 카운터뒤에 꽂혀있네요.
반가운 마음에 빌려서 읽었습니다.
소설가 박완서님의 실제 여행기록을 모은 책인데요
국내의 여행지,그리고 그동안 다닌 국외 여행지 몇 곳에 관한 단상입니다.
저는 이번 글에서 국내 여행,특히 남도기행,섬진강,하회마을,오대산 기행에 관한 글이
마음에 들었고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실제로 다 가 본 곳이긴 한데 오래 된 기억을 헤집고 올라오는 추억도 좋았고요.
일지암에 가서 하루를 자면서 초의 선사를 기억하면서 차를 마시고
다산 정약용이 차를 마시기 위해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오고 간 사연을 추억하면서
정기가 없는 자연은 그저 경치일 뿐이다,산천이 유정한 것은 하는 글귀가 있는데
제겐 그 글이 얼마나 다정하던지요,
제가 마음속으로 스승으로 삼고 있는 인물,그래서 제게도 그 길이 그저 길이 아니라
언젠가 이 곳에서 고통을 이기고 생각을 다듬어 글을 쓰던 마음의 스승이 살던 곳이라 생각하니
흑산도를 바라보고 마음 아파했을 다산의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던 산천이 기억납니다.
물론 산천이 유정하거나 무정할리 만무하지만
산천을 바라보는 우리들 마음이 투사되어 유정하거나 무정하게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섬진강 근처를 다니다가 버스속에서 으악 소리로 들리는 버스 차장의 말이 이상하여
도대체 어떤 지명을 말하는 것인가 물었더니 토지도 못 읽어보았느냐고
차장이 경멸하듯이 여기가 바로 토지에서 나오는 곳이라고 으스댈 때의 경험에 대해
소설가는 말합니다.
버스 차장이 소설을 읽었던 읽지 않았던간에
자기가 사는 지역이 소설속의 배경이 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살 수 있을 때
문학은 체화된 경험이 되는 것이 아닌가
소설가는 우리와는 또 다른 의미로 소설가 박경리님의 성취를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고 부러워하지 않았을까
미루어 짐작하기도 하면서 읽은 글읽기
박완서님의 소설은 제겐 늘 뭔가 시세말로 하자면 이프로 부족한 느낌이어서
대단한 소설가라 그렇게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
나이들어가면서 쓰는 에세이에서는 오히려 더 깊은 감정을 느끼게 되네요.
문득 남도에 가고 싶어라 소리가 절로 나오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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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국내 여행말고도 8편의 글이 더 소개되어 있어요.
중국에서 백두산에 간 기행문에서는 이이화 선생님과 송우혜씨와 함께 한 기록이
그리고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가게 된 두 곳의 여행기
언젠가 모독이란 제목으로 책을 낸 적이 있었는데 그 책에서 읽었던 티베트 기행과
카트만두에 관한 기록도 있고요.
제가 개인적으로 이번 책에서 끌린 내용이 주로 국내 여행에 관한 것이라
아무래도 그 이야기를 주로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책에서 또 다른 느낌을 받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