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 다녀온 사람들이 사진으로 보여주는 북한산을 보기만 해도 좋은 제겐
목요일이 기다려지는 날입니다.
물론 저도 그 날 만나는 사람들과 서양사를 읽다가 지금은 살짝 방향을 바꾸어서
반룬의 예술사 이야기중에서 르네상스편을 읽는 중이라
그 시간의 에프터로 혼자 보는 그림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긴 해도
이상하게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 날의 일과에 북한산이 늘 아른거리는 기분이 드네요.
그래서일까요?
오늘 책을 반납하러 간 대여점에서
화요일마다 교보문고에서 적어오는 책 목록중에서 그래도 두 세권은 구해서
보여주시는 그 곳 주인의 배려로 오늘 빌려온 두 권의 책중에서
랜덤 하우스 중앙에서 출간된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라는 책을 읽고 나니
이상하게 안나돌리님께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무의사라니
그동안에는 우종영님을 소개하는 글에서 나무의사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읽어보려는 마음이 없이 그냥 지나친 책인데요
이번에는 이상하게 나무이야기에 마음이 끌려서 주문했더니
책이 들어와서 즐겁고 고마운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나무에 얽힌 이야기로 시작하여 결국은 사람사는 이야기가 되고
그것도 상당히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이야기라서 좋았답니다.
이미 읽은 책일수도 있겠지요?
그러면 아마 추억을 새기는 시간이 될 수도 있겠고요.
어느 한 길을 우직하게 가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는 날들이기도 하네요.
안나돌리님
요즘 올리시는 사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사진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여러 분들이 가슴 설레게 하는 사진들을 많이 올리는 바람에
사진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지요.
언젠가는 제게도 그런 기회가 오길 마음으로 바라고 있으니
사진을 보는 마음에 더 큰 울림이 있는지도 몰라요.
안나돌리님께 보내는 그림으로 오늘은 세잔을 골랐습니다.
세잔을 보고 있으려니 오늘 오전의 시간이 생각납니다.
원래 토요일 오전은 저 혼자 집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라 편한 마음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시간에 누구지?
아주머니께서 원래 약속했던 시간보다 일찍 오셨네요.
원래 다른 집에 오전 일이 있었는데
하기 싫어서 취소하고 여기 조금 일찍 왔노라고 하면서요.
어찌 할까 고민하다가
(아직도 일하고 계신 곳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는 감정적으로 어려워서요)
열무김치로 맛있는 비빔밥 한 그릇만 부탁한다고
먹고 나갈 시간이라고 했더니
정말 맛있는 밥을 주셨습니다.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주머니가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저도 이제는 공부를 좀 하면 좋겠다고요.
무슨 공부를 하고 싶으시냐고 물었더니
사실은 집안이 어려워서 중학교밖에 못 다녔다고
그러니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고 하시면서 남들이 하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네요.
순간 어떻게 도움이 되면 좋을까를 생각했지만
난감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지난 번에 아주머니가 듣고 좋아하셨던 노틀담 드 파리 음반을 틀어놓고
방에 들어가서 무엇을 권하면 좋을까 책을 골라보았습니다.
마땅한 것이 없어서 고민하다가 노은님의 책을 드리면서
빌린 책이라 오래 보여드리지는 못하지만
글도 쉽고 그림도 좋으니 글을 다 못 읽으시더라도
그림을 우선 본 다음
다음 월요일에 돌려주시면 좋겠다고 책을 내밀었습니다.
환한 얼굴로 고맙다고 받으시는 아주머니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 아침입니다.
다음 번에 교보문고에 가면 아주머니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골라보아야지 그런 생각을 마음에 담고
원래 도서관에 가야 할 시간보다 두 시간 정도 일찍 집을 나서자
늘 지나다니기만 하고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했던 성저공원에 가자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지요.
오십에 길을 나선 여자라고
미국에서는 여성부문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는 책을 빌려두고 아직 손을 못 대고 있어서
그 책을 들고 나무가 가장 우거진 곳의 벤치에 자리잡고 읽다가
새소리와 바람이 적당히 부는 느낌이 좋아서 한 시간 정도
그 곳에 누워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요.
좋았습니다.
다음에는 돗자리를 들고 가서 땅바닥에 누워서 나무들을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십에 길을 나선 여자는 조안 앤더슨이 쓴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인데요
그녀가 결혼생활의 메마름에 지쳐갈 때
남편이 갑자기 낯선 곳에 일자리가 생겨서 떠나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아이들도 다 커서 집을 떠난 상태라 자신은 그곳으로 함께 가지 않고
케이프코드에 있는 여름 별장용 오두막으로 가서 지내겠다고 선언을 합니다.
그 곳에서 그녀는 한 일년 정도 혼자서 삶을 꾸려가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새롭게 돌아다 볼 시간을 갖게 되는데
산책하러 갔다가 우연히 92세의 조안 에릭슨을 만나게 됩니다.
에릭슨?
그런데 알고 보니 정체성의 위기에 대해 말했던 심리학자인 에릭 에릭슨의 부인이더군요.
그녀가 멘토로 삼게 된 조안 에릭슨의 도움으로 조안은 서서히
자신에 대해 고민하면서 내면에서부터 자유를 찾아가게 되고
변화된 아내를 만나면서 그것을 느낀 남편이 결국은 사직을 하고 그곳으로 이사를 해서
둘은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고
그녀는 그곳에서 주말에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바닷가의 주말이란 프로그램을 열어서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하네요.
오십이란 물리적인 나이에 붙들려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원래는 책 한 권 소개하려고 시작한 글인데
이런 저런 이야기로 글이 너무 길어져버렸네요.
안나돌리님뿐만 아니라
북한산의 산행을 보여주시는 모든 분들께 일일이 리플을 달아서 고맙다는 인사를 못하지만
그래도 늘 감사하게 보고 있다는 인사로 보내는 세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