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맞기 어려웠을 법한데 그래도 중간에서 스톱한 덕분에
아침 시간 오늘 읽어야 할 타키투스 내용을 예습한 다음
자리에 앉아서 바흐를 들으면서 그림 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글쓰기를 마치고 나가려고 하기 전 엔지니어 66님의 글과 음악이 올라와 있고
그것도 3시간밖에 들을 수 없다고 하길래
잠시 앉아서 음악을 들으면서 현대 갤러리에서 나와 두가헌으로 가서 본 황규백님의 그림
몇 점을 리플에 올려 놓았지요.
그 곳에 올린 그림 말고 다른 그림들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현대 갤러리 전시에 가면 마치 보너스를 기대하고 있지 않다가 갑자기 선물로
불쑥 받는 기분입니다.
황규백님의 전시는 있는 지도 모르고 갔다가 만나서 더 반가웠지요.
이번 전시의 주제는 악기와 어울린 자연이었는데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가 없네요.
아쉽지만 다른 작품들로 시선을 돌려서 구경중입니다.


아주 오래 전 현대 갤러리에서 그의 그림 한 점을 아트프린트로 구해서 집에서 자주 보다가
가게를 개업한 분에게 선물했습니다.
미리 말을 했지요.
새로 산 것은 아니고 이 집의 분위기에 어울릴 것 같아서 보내는 것이라고요.
그래도 상대방은 아주 흡족해 했습니다.
그 때 생각한 것 한 가지
우리가 늘 집에 걸어두고 같은 작품을 볼 것이 아니라 서로 일정 기간 돌려가면서 그림을 보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이렇게 한동안 좋아했던 작품을 선물하고
새롭게 그림을 구해서 걸어놓고 보아야겠다고.
돌려가면서 보는 일은 생각만큼 수월한 일이 아니어서
오히려 저는 후자의 방법을 가끔 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아끼던 그림을 선물하게 되는 경우는 아무래도 아주 가까운 사람들이거나
식구들이기 쉬우니 다시 그 집에 가면 그림을 볼 수 있고
우리 집에서는 새로 건 그림을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인가요?


다른 선물의 경우는 주로 음반을 고르는데요
제가 들어서 좋았던 것을 고르는 경우와 전혀 들어보지 못했으나 들어보고 싶은 곡을 고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들어서 좋았던 것을 고르는 경우는 멀리 있어서 자주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고
못 들어본 곡을 고르는 경우는 가까이 사는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경우이지요.
그리곤 한참이 지나고 나서 빌려서 들어보곤 하는데
그런 음반중의 하나가 레이 찰스 영화를 보고 산 음반과 한 악기로 연주하는 다양한 곡을
편집한 음반들이 있습니다.
일요일 아침 도서관 가는 길에 그렇게 선물한 음반을 갖고 있는 집에 가서
아이스 커피 한 잔 얻어마시고 음반을 추려서 빌려 왔지요.
며칠간 즐겁게 듣고 있는 중입니다.
멀리 사는 사람들 말고 가까이에서 그렇게 음반,.비디오,디브디이,책,그림등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참 좋네요.



어제 두가헌에서 그림을 본 다음 그 곳의 테이블에 앉아서 artmania님과 이야기를
했습니다.조금 한가한 스케쥴이어서 그럴 여유가 있었거든요.
우선 어제 그 자리에는 못 나왔으나 그 전에 만나서 함께 그림을 보았던 분이
제게 보낸 책 내 짐이 내 날개다란 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분을 만나면 전해 주려던 두 권의 책
현대미술에 관한 책 한 권과 미술관 관람의 길잡이에 관한 책을 artmania님 먼저 보라고
빌려주고 요즘 읽는 책 이야기,무슨 전시를 볼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강좌에 대해 그녀가 궁금해하는 이야기등을 나누었습니다.


현대 갤러리에서 받아오는 서울 아트 가이드를 보면서 전시에 관해서
알아보기도 하고요.


뒤적이다 보니 이화여대 70주년 박물관 전시에 대한 기사가 눈에 띕니다.
학교를 떠난 뒤 거의 못 가게 되는 곳인데
기사에서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들더군요.
마음속으로 이 곳 전시도 새겨둡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국제 갤러리로 갑니다.
그러나 그 곳에서 본 그림들과 현대 갤러리의 그림들이 많이 달라서
그 이야기는 다음 꼭지로 써야 할 모양이네요.

처음 제대로 만나는 화가 최욱경님에 대한 예의로요.
그리고 그림속에 음악이 묻어나는 황규백님의 그림을 보면서
수요일 아침 맑은 몸과 마음으로 듣는 음악이
집안에서 마치 살아 움직이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