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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보다 못한 엄마

| 조회수 : 2,137 | 추천수 : 55
작성일 : 2005-04-28 03:04:10
얼마전 딸아이 학교의 행사가 있던날...

나라별 문화.음식을 알리는 박람회가 한참 진행중일때 식당 한켠에서는 학생들이 그린 그림 경매가 이루어 지고 있었습니다.

여긴 한국처럼 사교육에 그리 힘쓰는 나라가 아니구 미술시간의 비중도 약하고 해서 그림을 잘그리는 아이들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인지 솜씨 좋은 한국아이들이 미술쪽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미술을 좀 한다는 아이들이 미술시간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모양입니다.
(대략 15명정도 되는듯)

그중에는 울 큰딸 아라와..큰집 조카 녀석도 포함이 되어있더군요.
(여담이지만 미술선생이 그랬답니다..학교에 다니는 모든 KIM(성)들이 그림을 대체적으로 잘그리는걸로 봐서 아마도 유전인듯 싶다고...이거 자랑아닌데 자랑인줄 아시고 돌 날리시면 섭해요^^)

박람회 하는 동안 식당에서 미술경매있으니 참가하라는 방송이 몇번 있었어도 제 딸것도 있는지 정말 몰랐내요.

순전히 바깥 박람회장이 너무 더워서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식당에 가서 땀 좀 식힌다고 구경을 가보니 거기에 울 아라 그림도 있고 (첫번째 사진의 왼쪽것) 조카 그림도 있는겁니다.

경매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들여다보니 앞에 있는 종이에 순서대로 사고싶은사람이 본인이름과 가격을 적으면 다음사람이 더 높은가격을 쓰게 되는데..보시다시피 울 아라 그림앞에서 이름이 줄줄이 사탕이더군요..(기분 좋았슴다..^^)

자세히 목록을 들여다보니 울 둘째 수아이름이 있더군요.
가격과 함께...
그러자 다른사람이 더 높은가격을 써놓자..수아가 그사람보다 50센트 더 올린가격을 써놓고..그리고 그뒤로 다른사람이 줄줄줄....^^

조카녀석의 그림앞을 보니 거기에도 수아이름과 가격(달랑 6불)이 있는겁니다.
아라그림과는 달리 다른사람이름은 아예 없구요.

순간..

"아니..이 오지랍이 또 사고를 치내..언니그림에..사촌그림에...지가 왜 사겠다고 설치는거야..다른사람이 사가도록 내버려두지..지가 그 그림을 가지고 뭐하겠다고...이걸 그냥..꽉!"
이런 생각이 드는겁니다.

경매 종료시간이 다되어 가보니..
그림을 들고 낙찰자와 낙찰가를 확인시켜 주고 있더군요.

큰아이 그림은 20불에 어떤남자녀석이(혹시 울 딸에게 흑심품은 녀석은 아닌지..싶은 공주과 엄마다운 발상을 한번 해봅니다^^)낙찰이 되었구요.

조카그림은 예상대로 6불에 울 둘째 수아에게 떨어졌습니다.

돌아오는길에..

"으이구..그걸 왜 산다고 하는거야..그리고 언니것도 니가 왜 산다고 거기다 가격을 적어..하여간 오지랍..오지랍.. 알아줘야해...남들이나 사가게 놔두지..돈도 많다..돈도 많아 엉?"

이러면서 윽박지르는 엄마에게...

"엄마...아라언니것은 **(남자녀석의 이름을 대며)가 너무 맘에 든다고 ** 가 꼭 산다고 해서 가격을 좀 올려보려고 장난친거구..**오빠것은 아무도 산다는 사람이 없잖아..**오빠가 알면 얼마나 속상하겠어..그래서 내가 산다고 한거야..**오빠 5월에 졸업하니까 졸업선물로 줄려고...."

순간 할말이 없더군요.

그동안 나댄다고..수선낸다고..오지랍스럽다고..오만 구박 다 받아가며... 그리 선머슴아 처럼 크고 있는 둘째인데...

나이차이 나는 막내수지랑 날마다 너무 싸워서 저게 언제 철이 들려나...이런생각뿐이였는데...

그동안 그렇게 크고 있었던 겁니다.
모진(?) 구박을 견뎌내면서 말이지요...

저...딸보다 못한 엄마임을 이렇게 고백합니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미스마플
    '05.4.28 4:55 AM

    ㅎㅎ
    결국은 딸들 자랑 하시는 거 되지요? ^^

    너무나 기분 좋으셨겠어요.
    저래도 너무나 흐뭇하고 행복했을거 같애요.
    친척들한테 자랑 많이 하시고.. 딸아이 기 많이 살려 주세요.

  • 2. 소박한 밥상
    '05.4.28 5:30 AM

    딸자랑은 그 딸을 키운 자신을 자랑하는 것=3 =3 =333

  • 3. 여름나라
    '05.4.28 5:46 AM

    미스마플님..
    히힛..^^ 들켰당(부끄부끄~~) 저 정말 이날 둘째 딸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감동먹었습니다..첫째가 그런이야기를 했으면 그려려니 했을텐데..둘째는 정말 철이 언제나 들까 싶도록 천방지축이거든요..
    아주 속이 없는건 아니였나봅니다

    소박한 밥상님..
    제가 좀 외모와는 달리 공주병이 있어서.재섭다고 주위에서 욕 무쟈게 먹고 삽니다=3=3==33

  • 4. 첨밀밀
    '05.4.29 12:35 AM

    정말 속깊은 둘째네요... 예쁘다고 뽀뽀 삼만번 해주셨죠? ^^

  • 5. 여름나라
    '05.4.29 4:34 AM

    둘째가 워낙 엄벙덤벙하는 애라서 그렇게 살갑게 다뤄(?)지지 않더라구요.
    그냥 평소대로 "자~~알 했다!" 했지요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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