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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쓰리고에 피 박

| 조회수 : 1,869 | 추천수 : 136
작성일 : 2008-09-15 18:04:37
연휴기간이 짧은 관계로 멀리 나선다는건 엄두도 나지 않았다.
명절 전날은 음식하느라 바쁘고,
명절날은 차례지내고  뒷정리하느라고 바쁘고,
그렇게 마지막날 !
연휴 마지막날을 바보상자앞에서 시간때우며
잠으로 메우기는 너무 아쉬움이 많았다.
그래서 생각해낸게 오랜만에 남편과의 산행이었다.
거창하게 산행이랄꺼 까진 없고
남편과의 오붓한 산행을 한게 30여년전에 일이다.
그때 그 시간을 다시 떠올리기 위해 둘만의 길을 나섰다.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야만 했다.
아침먹고 설겆이해야지 정리도 기본은 하고 가야지 ....
등산복찾고나면  모자가 없고 ...
장갑찾고나면 스틱찾고 ....
다 한장소에 있는데...
날 부르는게 재미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
얼음물을 챙기고 이쁜놈으로 홍로도 하나 챙겼다.
해야할일은 많고 , 아침부터 길을 나선다는게 험난했다.
혼자사는 남자들은 이 모든일을 알아서
혼자서도 잘할까?
남편도 자율적으로 키워야(?)하는데 ,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챙기는 그대이름은 여~자 !
이것도 그 무섭다는 불치병의 일종일까?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학교 뒷산에 있는 "원통사"로 향했다.
피로가 아직 풀리지 않아선지
괜히 나섰나 싶을 정도로 힘이 들었다.
그이도 어제 그제 연이은 음주로 인해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약속을 해놓고 안가자니 그 쓸데없는 체면이 사람을 일으켜 세웠나 보다.
진작 알았으면 내가 독박쓰고
그냥 집에서 쉬었을 텐데...

항상 그랬다.
모른척하고 넘어가곤 했지만....
아빠:  내일 나하고 산에갈까?
엄마:  그럴까? 멀리 가면 힘들텐데 ...가까우면 따라가고....
그리고 다음날
음주로 인해 예전같지 않은걸 내가 다 아는데도
여보 우리 그냥 쉬자.
이 한마디에 언제나 독박은  내 차지였다.
남편왈 나는 가고싶었는데 당신이 안간다고 해서 산행을 못했다 이거였다.
그래 누가 쓰면 어떠랴!!!
쓰리고에 피박도 당하는데....

아직도 낮에는 햇볕이 따갑다.
생각외로 잘올라가는 내가 신기했나보다.
불면증에 시달리지만 않으면 몸이 더 가벼울텐데...

그렇게 쉬엄 쉬엄 올라가니 "원통사"가 보인다.
좌우에 삼각산과 수락산을 거느리고 한강을 바라보는
도봉산 최고의 길지에 자리잡은 수행기도처로 알려져 있다.

집에서 걸어서 갈수 있는 이런곳이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된다.
계획도시처럼 만들어진
도로가 넓직하고 건물도 쮸쭉 뻣어 시원해 보이긴하지만,
나는 그런곳보다는
고만 고만 한게  옹기종기 모여서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있는
곳이 더 정겹게 느껴지는건 아직도 촌스러워서일까?
집에서 부터 걸어서 산을 ?
그것도 국립공원을 간다는게 쉬운일은 아니지 않은가!

내려오는 길에 개울에 시원하게 발을 담그고 왔다.
발이 편안한게  훨씬 힘이 솟는듯 했다.
피로가 몰려 왔지만
즐거움이 묻어나는 피로였다 .

여보!  나 생각보다 잘올라가지?
학생은 학교로!
주부는 가정으로!
아빠는 생활전선으로!
이제 본연의 자리로 되돌아갈 시간 !
이제 명절휴우증 에서 벗어나는길은
훌훌 털어버리고 자신의 생활로 되돌아가는 일뿐!

서서히 해가 지고있다.
오늘이 가고나면 또 바쁜 하루가 시작될것이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별이엄마
    '08.9.21 3:18 PM

    오늘도 그이는 대동문으로 향했습니다.
    함께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
    도깨비시장가서 고등어사다 고등어김치찜이라도 해야 겠네요.
    다음주는 시간내서 함께가야 할라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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