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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의 여자로 산 2000일

| 조회수 : 4,192 | 추천수 : 39
작성일 : 2007-05-18 14:07:48
2000년 8월 4일..
친구와 함께 간 아는 오빠와의 약속자리에 함께 온 내 남자는
아직 타인입니다.

2000년 8월 5일..
내 남자는 나에게 전화를 합니다..
매일매일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정말..이 날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매일매일 만납니다.

내 남자의 집은 영등포
나는 낙성대
내 남자의 직장은 강남
나는 한양대
내 남자..아침마다 30분 일찍 일어나서 지하철을 타고 삼성역까지 함께 출근합니다.
거기서 내려서 강남역으로 되돌아가는 거지요..
이 생활은 결혼하고도 한참..제가 전업주부가 되는 그 순간까지 계속됩니다.

2000년 12월 31일..
내 남자는 거진 한달을 매일매일 철도청 홈피를 들어가더니..
취소하는 정동진 열차티켓을 드뎌 구했습니다.
우리는 밤기차를 타고 정동진에서 모닥불에 몸을 녹이며
2001년 첫 태양을 기다립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태양이 바다 위로 떠오르고...
벅찬 감동을 느끼고 있는 저의 손을 잡아 반지를 끼워줍니다.

2001년 11월 24일...
우리는 부부가 되었습니다.

2007년 5월 18일 오늘..
아침에 출근하는 내 남자 얼굴도 못보고 곯아떨어져 자고 있는 나..
큰 아들 어린이집 셔틀 태워보고 놓고는
다시 작은 아들과 또 잠이 들었습니다.
10시쯤 되어서야 일어나 냉장고에서 주섬주섬 반찬을 꺼내
작은 아들 밥을 먹이고 있는데 전화가 옵니다.,
"오늘 특별한 날이라서 일찍 들어가야 하는데..."
"엥? 오늘이 무슨 특별한 날인데? "
한참을 수수께끼 마냥 풀지 못하고 있는데..
"냉장고 안봤어? 하길래 뒤를 돌아 냉장고를 보니
편지 한장이 붙여 있습니다.
대충 읽어내려가다보니..
2000일이라는 글이 보이는 군요...
"아하~~~오늘이 벌써 2000일이야? 미안해,,몰라서.."
모를 줄 알았답니다...쩝..

그랬구나...
그래서 어제 내 속옷사이즈를 뜬금없이 물어본거구나...
나는 퇴직금 들어온다고 뭐 사주고 싶어서 그러나 했는데...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어제 닭다리 1kg을 사고
내 남자한테 내일은 키톡에 나오는 교촌치킨을 해주마 했습니다.

갑자기 마음이 바빠집니다..
치킨만으로는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없을 거 같은데
콧물나는 아들 데리고 빗 속을 가를 수도 없고..
암만 열어봐야 별 것 안나올 냉장고만 열었다 닫았다..하고 있으니..

그것 뿐이겠습니까..
예쁜 옷을 입고
화장도 좀 하고..
멋진 촛대에 분위기 나는 촛불도 켜고..
잔잔한 음악도 흐르는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나..

현실은 냉정한 법..
쉬도 때도 없이 젖 물려야 하는 둘째 덕분에 박스 수유티만 넘쳐나는 옷장과..
얼굴에 도통 신경을 안써서 거칠어진 피부에 화장하면 분명 들뜰테고..
멋진 촛대는 있지도 않거니와 촛불켜면 무조건 후~ 하고 불어버리는 큰 아들...
여기저기 장난감에서 멜로디 소리가 넘쳐날텐데 음악소리도 소음이네요..

어흑....
애들 몽땅 어디다가 맡겨놓고 오늘만은 두 아이의 엄마라는 이름표를 똑 떼고..
내 남자의 여자로만...잠깐이라도 보내고 싶네요..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志祐
    '07.5.18 2:12 PM

    축하축하 ^^
    하루하루가 다 축하할 일 같으네요~!!! 부럽습니다~ ^^

  • 2. troy
    '07.5.18 2:13 PM

    남편 대단하신 분입니다.
    어찌 100일도 아닌 2000일을 기억하다니.
    이날꺼정 기념일 한번도 못 챙겨 받아 본 아짐의 탄식이....
    사실은 저도 결혼 기념일 홀라당 잊어 먹고 지나가요.

  • 3. 어여쁜
    '07.5.18 2:41 PM

    저는 곧 결혼한지 천일이 다가오네요.
    실로 기쁘기도 하지만 아따맘마님 글 읽고 난 2천일이 언제일까 하고 생각하니 정답이 나오네요.
    천일동안 싸운 횟수만큼 더 싸워야 2천일이 오겠죠? 우하하~~
    2천일 축하드립니다.

  • 4. 지금부터행복시작
    '07.5.18 5:46 PM

    와....로맨스가이....멋진남편 ,멋진 아내 화이팅,젖물리느 엄마는 아무나 되느게 아닙니다...남편분은
    그런 아내가 더 사랑스러울 것입니다...
    축하해요...

  • 5. 맛있는 정원
    '07.5.18 6:06 PM

    비가 와서 그러나...상황은 분명 아닌데...전 왜 코끝이 찡할까요?@@@

  • 6. 해피쏭~
    '07.5.19 8:25 AM

    넘 행복해 보이시네요^^ 2000일 축하드려요~

  • 7. 미나리
    '07.5.19 1:26 PM

    님..... 부럽습니다..... 남편분,,,,정말,,,,,멋진 분이시네

    요즘 젊은사람..... 너무 멋지게 사네요.

    꽃도 사오라고,,,,,하시고,,,,,

    촛불도 키고,,,,,사진도,,,,한컷 찍고....

    2000일 지난,,,,,,추억.....올려 주세요....

  • 8. 깜찍이맘
    '07.5.20 1:30 AM

    님 남편 넘 멋지다~~하며 부러워 하다가
    '현실은 냉정한 법~' 이하 글 읽다가 이새벽에 혼자 키득키득 거립니다. ㅋㅋㅋ
    세살, 백일된 아들 둘 키우는 우리집 풍경과 어찌 그리 닮았을까요??
    어쨋든 축하드려요~~ 남편분 넘 멋지셔서.. 냉정한 현실 극복하실 줄 믿습니다~^^

  • 9. 어진맘
    '07.5.23 4:02 AM

    넘 로맨틱하신 남편님 이시네여..
    내 남자는 2000일이 아닌 200일도 안챙겨줬는데...

  • 10. 아따맘마
    '07.5.24 2:53 PM

    그 날의 후기를 말씀드리자면,,,
    쩝..
    일단 교촌치킨은 아주 만족스러운 맛을 내서 내 남자에게 후한 점수를 받았습니다..
    교촌치킨보다 더 맛나다는 최고의 칭찬을 받았지요..
    하지만...기념일 분위기는 절대 연출불가였습니다.
    닭다리를 뜯으며 식탁의자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둘째아들 젖을 물려야했거든요.
    이런이런....
    수줍음 많고 가녀리던 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찌찌공장 아줌마만 남았네요...크~~~

  • 11. 어진맘
    '07.5.26 12:24 PM

    ㅎㅎㅎㅎㅎㅎ 넘 웃겨여....아이에게 젖을 물렸었던 경험이 있어서 아따맘마 님 말이 마음에 확~ 다가오네여..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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