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로 다니는 동네 이발관이 있는데, 요 며칠 전부터 문이 닫혀 있다.
물 길러 오가는 길목이어서 자주 지나치는데, 수건 건조대도 없고 빙빙 돌아가는 이발관표시용 전등도 꺼져 있다.
주인은 덩치가 우람한 충청도 사람으로, 나와 토끼띠 동갑이다. 그래서인지 이발을 하면서 주고받는 말들이 재미있고 정겹다. 난생 처음으로 한 염색도 그 주인이 해 줬다. 처음엔 염색을 만류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흰머리가 보기 좋은 데 굳이 안 좋은 염색을 하느냐는 것이다. 그래도 하겠다고 했더니, 아주 정성스럽게 해 줬다.
면도와 세발을 해주는 아주머니도 주인양반과 매우 닮았다. 부부는 살아가면서 서로 닮아간다고 하는데, 꼭 오누이 같다. 동네 아저씨들 이야기도 잘 받아주고 세발과 면도도 참 알뜰히 해 준다.
그 이발관에 갈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부부가 오순도순 서로를 위해주는 모습과 바지런하고 청결한 일 처리에 이발을 하고 나오면 괜히 콧소리가 흥얼거려지고 상쾌했다.
그런 이발관이 며칠 째 문을 닫고 있으니, 어찌 궁금하지 않겠는가.
어저께도 그 이발관 앞을 지나는데, 여전히 그랬다. 답답한 심정에 문을 밀어보니 역시나 굳게 닫혀 있다.
파지와 폐품을 수집하는 동네 할머니 한 분이 이발관 앞에서 일을 하고 계셔서 물어보았다.
“그 집 마누라가 아파요.” 할머니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알려준다.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 보려도 그만 뒀다. 더 이상 안 좋은 말은 안 듣는 게 좋겠다 싶었다.
이발소를 며칠 째 닫고 있는 것으로 짐작컨대, 예사 병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가슴을 저미게 한다.
주인양반의 얼굴이 떠올랐다. 얼마나 안타깝고 답답하고 슬플까.
아주머니가 하루빨리 나아 아저씨와 오순도순 함께 일 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참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 부부에게 제발 더 이상 안 좋은 일이 없었으면 하고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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同 病 相 憐
김영철 |
조회수 : 2,378 |
추천수 : 276
작성일 : 2007-01-30 15: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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