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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비 오는 날의 로망

| 조회수 : 1,153 | 추천수 : 0
작성일 : 2006-05-10 11:10:08
어제도 흐리고 비가 오더니, 오늘아침에는 장마비처럼 내립니다.
역시나 날씨탓으로...꾸리꾸리하게 옛날생각이 납니다. ^^

저는 국민학교 입학식날 빼고는 엄마가 학교까지 같이 가주신 날이 다섯 손가락도 남을 정도에요.
동생이 셋이고, 공무원이신 아빠는 입성이 까다로우셔서 아침에 항상 엄마를 힘들게 하셨고,
때떄로 고모, 혹은 그 댁 사촌형제들, 아니면 외할머니를 모시고 살았기때문에
불쌍한 우리엄마가 저를 학교에 데려다주는건 상상할 수 없는 시츄에이션이었지요...
비가 오나...눈이 오나...바람이 부나...입학식 다음 날 부터 혼자 학교에 갔습니다.
혼자 가방 챙기고 숙제하고 머리 묶고 준비물 살 돈 받아서...

뭐 이렇게 쓰고보니 눈물이 한 방울 날 만하지만, 역시 그렇게 강하게 키우신 덕에 지금 우리 자매들은
(남동생은 외할머니의 비협조로 약간...-_-)  
"사막에 떨어져도 선인장으로 김치담궈 팔아서 그 돈으로 집에 올 만큼" 씩씩하게 잘 살고 있으니,
엄마께 감사해야 겠죠? ㅎㅎ

그러나...그 생각 없는 어린 시절 저의 한 가지 로망은...
바로 "엄마가 비오는 날 우산가지고 교문 앞에서 나만을 기다려주기"였습니다.
네, 당연 불가능한 바램이고,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단한것도 아니구만, 가끔 친구들이 교문 앞에서 자기 엄마를 보고
"엄마~~" 하고 뛰어가는 걸 보면 참 속상했었어요.

그래서 무의식중에 내가 엄마가 되면 꼭 해보리라~ 는 생각이 있었나봐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입학식 다음 날 부터 혼자 잘 다니는데도, 비오는 아침에는 제가 데려다줘야
할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핑계는 비오는 날 학교앞에 차가 많아져서 위험하고,
또 우산을 제대로 못써서 가방이 다 젖는다는거지만,
정말이지 아침에 꼼짝하기 귀찮아도 아이 학교 갈 시간이 되면 우산들고 가방매고 따라나섭니다.
신기하죠?


아이 친구 엄마 한 사람은 절대로 그런 짓 안한답니다.
아이 바보 만드는거고, 또 한 번 해주는 건 쉽지만 바쁠때 엄마얼굴 쳐다보고 기다리게되면
어쩌냐는 거죠...
그 엄마 말도 맞아요.


오늘 아침에도 아이와 학교까지 같이 가면서 아이의 행동도 살펴보고, 학교가는 길이 비오는 날
어떤지 다시한번 보게되고, 몇 마디 더 하게되고 친구들 얼굴도 한 번 더 봤어요.

외동 아이에 대한 과잉보호도 맞고, 내 자신의 애정결핍을 대리만족하는 것도 맞고,
아이 버릇 잘못들이는 것도 맞아요.
또 아이가 여전히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도 있겠죠.
그 비좀 맞는다고 어떻게 되는거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이제 8살인데 벌써 엄마랑 얘기하는거 귀찮아하는 남자아이와 비오는 날이라도
5분 같이 걸으면서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아직은 제 손안에 들어오는 그 조그만 손을 잡고 친구들 고자질을 들으며
같이 물구덩이에 발 빠뜨리며 걸을 날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전에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

비가 계속 쏟아지네요.
조금 있으면 물에 빠진 생쥐꼴이되어 신나게 첨벙거리며 놀다가 집에 오겠죠...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다린엄마
    '06.5.10 5:13 PM

    저도 어릴때 비오면 우산들고 엄마가 기다리는게 그렇게 부러웠답니다. 그래서 김수열님 마음이 이해가 되어요.
    비오는 아침, 아이랑 함께 하는 등교길, 얼마나 좋아요. 그걸 가지고 과잉보호라 할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요. 아이랑 한마디라도 더 나누고 싶어하는 엄마 마음을 아이가 알아주면 좋겠네요.
    지금은 아이가 집에 들어와 있겠지요? ^ ^

  • 2. 김민지
    '06.5.10 5:56 PM

    어쩜 저랑 어린시절이 똑같네요.
    아이들에 대한 교육관까지...
    저희 부모님도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우산한번 가져다주신적 없답니다..
    중3때 장대비가 내리는 밤인데, 집에 계시면서도 안가져다 주셨고
    저는 속옷까지 다 젖은채로 집에 왔다죠.
    그길로 폐렴이라도 걸려서 보란듯이 아프고 싶었는데
    어찌나 건강하던지 감기도 안걸리더라구요.
    저도 어린시절 이런 기억때문에 우산 못가져다 주는 제 처지때문에
    날씨에 예민하답니다. 비 맞고 오는 일 없게 할려구요...

  • 3. 김수열
    '06.5.10 11:12 PM

    우리 엄마랑 비슷한 엄마들이 또 계셨군요~ ^^
    다린어머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아이가 과연 알아줄까요? 언젠간 알아주겠죠? 제가 그랬듯이.
    김민지님, 그래도 그런 부모님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잘 컸겠죠? ㅎㅎ
    저도 아침에 비오면 예민해져요.

  • 4. 실바람
    '06.5.11 10:14 AM

    ㅎㅎㅎ 저두 비오는 아침이면 꼬~옥 울쌍둥이 손붙잡고..학교에 갑니다..
    교문에서 한참동안 눈으로 찐하게 애정표현도 해보고..
    남들 보니까 눈으로만...
    같은 반 친구들 우산도 접어주고..장화도 정리해주고 나름 도와줄려고 노력도 해요

    어릴때 비오는 날이면 항상 외할아버지한테 업혀서 학교엘 갔더랩니다..
    혹 물이라도 튈까 조심조심 교실바로 앞까지 저희 외할아버지가 업어주셨어요..첫손주라 ㅎㅎㅎ
    근데 그 기억이 저에겐 항상 따뜻하답니다..슬플때 외로울때 저에게 힘이 되어주죠..
    그래서 울 아이들한테도 그런 기억, 혹은 추억 하나쯤은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비오는 날 부침개를 해주셨던 엄마처럼..
    7월 백중(?)이면 찐빵을 쪄주셨던 엄마처럼...
    그런 따뜻한 기억하나 쯤은 만들어주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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