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경영권의 부자 세습 작업이 완성단계에 다다른 이후로 여론의 관심권에서 한동안 밀려났던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며칠 전에 언론의 조명을 다시금 받았다. 그가 강남 테헤란로에 소유하고 있다는 시가 2,000억 원짜리 건물이 세간의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삼성을 생각한다’의 저자 김용철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학수 씨를 “학수형!"이라고 친근하게 부르면서 잘 따랐다고 자신의 책에서 회고하였다. 그러나 단지 같은 경상도 출신에 더해서 같은 고등학교 동문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일국의 국가원수가 특정 거대재벌의 일개 마름에게까지 살갑게 대해주지는 않았으리라. 진보를 표방하고 서민의 벗임을 자처했던 현직 대통령으로부터 다정한 목소리로 ‘형’ 소리를 들으려면 강남 요지에 수십억도 아니고 수백억도 아닌 수천억 원짜리 빌딩 한 채쯤은 최소한 가져야 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의 시각에서 ‘학수형’의 주군인 이건희 회장은 어떻게 보였을까? 감히 넘보지 못할 하느님 같은 존재로 생각되지 않았을까?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그의 유명한 푸념 섞인 하소연은 비록 늦었지만 좀 더 정확하고 명징하게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 “권력은 형네 회사로 넘어갔다.”고.
하루가 지날 때마다 새로운 의혹과 의문점들이 추가되고 있는 박원순 씨의 롤러코스터 상황은 우리가 예전에 어디에서선가 목격했던 듯싶은 기시감을 자아내고 있다. 그렇다. 박원순 씨는 지난봄 김해 보궐선거에서 유시민 씨를 재기의 발판으로 딛고서 극적으로 기사회생한 김태호 씨가 국무총리 후보 자격으로 국회청문회 당시에 보여줬던 악취 진동하는 추태와 꼴불견을 너무나 선명하게 상기시킨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품종(?)이 약간 다르다는 정도뿐이다. 김태호가 양파였다면, 박원순은 양배추다. 양파나 양배추나 하나씩 하나씩 바깥에서부터 껍질을 벗겨먹는다는 데 공통점이 있을 터.
박원순 씨가 시민단체를 꾸려가면서 삼성에서 거액의 후원금을 받아온 일이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 솔직해지자. 개 같이 벌어서 정승 같이 쓴다고 했듯이, 삼성에서 지원을 받든, 현대를 상대로 앵벌이를 하든 아름다운 목적과 용도로 자금을 사용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단, 나중에 절대 정치에 입문하지 않는다는 전제에 근거해서. 백보 양보해 설령 현실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다고 하여도 한나라당으로 대변되는 보수 정당에 입당한다는 조건 아래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乙들의 로망은 삼성을 甲으로 모시는 거다. 광의의 맥락에서 결국은 이른바 ‘토건족’의 일원인 셈인 박원순 씨의 부인이 고급아파트 모델로 분류되는 삼성 쉐르빌의 인테리어 공사를 거금에 수주한 사실이 밝혀졌다. 물론 나도 삼성으로부터 간간이 스폰을 받기는 한다. 삼성에 다니는 지인들을 만나면 그들에게 무조건 밥값과 술값을 덤터기씌운다. 밥값과 술값에 대한 사례를 치르는 의미에서 이건희 회장 일가의 부도덕성과 철면피함을 후련하게 질타해준다. 그 다음 항상 이러한 방식으로 결론을 맺는다. “너희는 영혼 없는 노예들에 불과해. 그게 아니라면 지금 당장 내 앞에서 ‘이건희 ○새○’라고 해봐!”
박원순 씨와 그의 부인이 대한민국 모든 을들의 로망인 삼성과 갑과 을의 관계를 형성하면서 그들에게 거액의 공사를 발주해준 삼성그룹 임직원들을 나처럼 면전에서 면박을 주지는 못했을 게다. 더군다나 장사꾼들은 결코 손해나는 짓은 하지 않는다. 삼성이 박원순 씨 부인에게 발주해준 공사의 몇 십 배에 달하는 액수의 관급공사를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끄는 서울시청이 삼성 계열사들에 발주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이 세상에 없다. 삼성으로서는 박원순 부부와 두고두고 남는 거래를 했다고 봐야 옳다.
조갑제 씨나 조갑제 문하생으로 변신한 변○재에게는 우리나라의 좌파가 탄압하고 박해해야 마땅할 불순한 세력으로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방배동 금싸라기 땅에 위치한 60평대 아파트에서 월세 살 일 없을 대한민국의 평범한 서민대중들에게 이제 한국의 좌파는 풍자와 희화화의 대상일 따름이다. 그 풍자와 희화화의 흐름이 ‘강남좌파’에서 정점을 찍으리라는 예상은 순진한 착각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박원순 씨를 통해 그 정치적 시민권을 공식적으로 획득하는 데 성공한 ‘삼성좌파’야말로 한국사회의 진정한 ‘좌파 종결자’인 까닭에서다. 고문기술자 정형근조차 종결시키지 못했던 좌파를 마침내 끝장낸 박원순 씨에게 진심으로 존경과 축하의 뜻을 전하는 바이다. You Win!
재미 삼아 삼성좌파의 족보를 한번 따져보겠다. 삼성 X파일 사건의 본질을 ‘정경유착’에서 ‘불법도청’으로 교묘하게 돌려놓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연히 창시자가 되겠다. 영리병원 도입과 건강보험 민영화의 물길을 터준 유시민 씨는 삼성좌파의 중흥을 이뤘다. 검은머리 미국인인 아들을 국내로 불러들여 삼성에 취직시켰으면서도 전태일 열사나 김진숙 씨에 맞먹는 지고지순한 헌신적 노동운동가인 척하며 얼굴에 철판 깔고서 한겨레신문에 계속 칼럼을 기고하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은 폐족의 위기로 내몰렸던 삼성좌파를 다시 살려내는 기적을 연출했다. 그리고 삼성이 자기의 아내에게 선물해준 은혜를 민선 서울시장으로 선출돼 그 수십 배로 결초보은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박원순 씨에 이르러 삼성좌파는 드디어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모든 강남좌파가 영남 태생은 아니다. 허나 삼성좌파의 거두들은 단 한 명의 예외마저 없이 경상도 출신이다. 또 하나의 좌파, 삼성좌파의 뿌리를 파헤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김용철 변호사는 그러므로 삼성좌파들한테는 정형근이나 조갑제보다도 더 악독하고 악랄한 수구꼴통일 수밖에 없다. 김용철 변호사 유형의 악독하고 악랄한 수구꼴통을 배출한 호남을 위해 나는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기호 0번 김대중에게 투표할 작정이다.
- 영남친노가 민주당을 모함하는 이유 (작성자 : 가끔오는구경꾼) -
자본주의 사회의 소득 분포를 보면 대개 20 : 80으로 구분되는 양상을 띠게 마련이죠. 상위 소득 20%가 전체 소득의 80%를 점유하고, 그 이하 80%가 나머지 20%의 소득을 점유하는 양극화 사회. 이 모습은 자유로운 시장경제(정글) 시스템에서는 거의 물리 법칙과 같은 겁니다. (서구 복지국가들은 30:70 정도로 다소 완화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민주주의는 알다시피 1인 1표제이죠.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상위 20%의 지지를 얻는 소수 기득권 우파 정당과 하위 80%의 지지를 받는 거대한 좌파 정당이 가능합니다. 사실 이런 생각은 공산당이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집권하여 사회주의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라쌀레주의의 배경이기도 하고, 실제 유럽의 사민주의 정당들은 라쌀레의 그런 아이디어를 근거로 탄생한 것이죠.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죠. 상위 20%의 기득권들은 부족한 표를 얻기 위해 늘 하위 80%를 분열시키고, 그중 30% 정도는 자신들을 지지하게끔 만들어놓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선거는 그래서 늘 50 : 50 정도의 박빙으로 갈리는 선거를 연출하게 됩니다. 그때 자신들의 처지를 망각하고 기득권 정당에 투표하는 일부 서민들을 계급배반투표라고 부르는 거구요. 한국에서는 냉전반공주의, 반호남주의, 개발성장지향주의 등이 그들을 포섭하는 주요 수단으로 동원됩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특이하게도 기득권들의 그런 전략이 먹히지 않는 특별한 사람들이 있죠. 바로 호남 민중들입니다. 그들에게는 기득권 정당의 각종 포섭 전략이 씨알도 먹히지 않습니다. 광주항쟁의 경험과 오랜 기간의 사회적 차별이 그들을 그렇게 정치적으로 각성한 민중으로 훈련시켜놓았죠. 따라서 호남에서는 계급배반투표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호남에서는 80%의 지지를 받는 괴물 같은 서민 정당이 출현할 수 있는 거죠. 바로 민주당입니다. 민주당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역사적 경로에서 민중의 지지를 획득한 진정한 진보정당이고 좌파정당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 호남지역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15% 남짓이고 민주당 지지율이 70% 남짓 되는 것은 우연히 그렇게 된 게 아닙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적 구분이 아무런 왜곡 없이 본래의 모습으로 표출되는 민주주의의 본 모습인 거죠. 결국 한국의 기득권 정당은 호남에서 빼앗긴 표를 상쇄하기 위해, 영남에서는 지역주의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거죠.
따라서 그들에게는 호남 민중의 왜곡 없는 계급 투표를 지역주의라고 모함할 필요가 생겼고, 민주당은 호남지역당이 되어야만 했죠. 그들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전략인데, 웃기는 건 한국의 소위 진보적인 혹은 좌파 지식인이라는 작자들이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의 그런 논리를 앵무새처럼 따라 한다는 것입니다. 저 자신 좌파로서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