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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새벽의 약속

| 조회수 : 2,330 | 추천수 : 193
작성일 : 2010-07-01 23:05:51
‘엄마학교’를 만든 서형숙 씨는 좋은 엄마가 되는 건 의외로 간단하다고 말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를 향해 활짝 웃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일하는 엄마들의 가장 큰 맹점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집에 들어오는 아이를 맞이할 수 없다는 것.
퇴근해서 돌아와 저녁밥 해먹고 나면 엄마도 파김치가 된다. 저녁 설거지를 하고 나면 내일 아침거리도 준비해야 하고, 나도 씻고 쉬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 어린 아이는 스스로 숙제를 할 수 없다. 그래서 그 어린 아이에게 늘 말한다.
“스스로 해야지, 스스로! 대체 언제까지 엄마가 도와줘야 하지?”
아마 우리 아이는 기어다닐 때부터 듣지 않았을까 싶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이다. 학교 수업이 끝난 후 방과후학교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려면 어른걸음으로 5분 정도 걸어야 한다. 아이가 다니는 대학부설학교는 대학 밖에 있는데 대학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서 셔틀버스를 타도록 되어 있다. 처음 두 번은 아이가 끝나는 시간에 학교 앞에 서 있다 가는 길을 알려줬다.길만 외워두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침마다 아이가 말했다.
“엄마가 데리러 오면 안 돼요? 다른 애들은 다 엄마가 기다리는데.”
단호하게 안 된다, 엄마는 갈 수 없다고 말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번은 아이가 끝날 시간에 학교 앞에 가서 아이를 기다렸다. 1학년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엄마들이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기다렸다. 담임선생님이 반 아이를 데리고 나와 한 명 한 명 인사를 하고 계단에서 내려보내면 아이들은 제 엄마를 찾느라 두리번거렸다. 드디어 아이가 보였다. 아이는 선생님과 인사를 하더니만 고개를 푹 숙이고 계단을 내려왔다.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를 찾으러 두리번거릴 일이 없는 것이었다.
그러다 문득 아이가 고개를 들어 내 눈과 마주친 순간, 아이의 얼굴이 확 달라지면서 내게로 내달렸다. 아이를 반짝 안았다. 아이도 하하 웃고 나도 하하 웃는데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자기 앞의 생》등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작가 로맹 가리는 그의 자전적 소설 《새벽의 약속》에서 자신의 인생은 인생의 새벽, 바로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고백한다. 러시아 연극배우였던 로맹의 어머니는 이민자로 남편 없이 어린 아들을 혼자 키우면서 요즘말로 치면 극성엄마 중의 최고의 극성엄마였다.
그 어머니는 아들이 바이올린을 하면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거라고 말하고, 시를 쓰면 위대한 시인이 될 거라고 말한다. 어머니에게 아들은 곧 신앙이었던 것이다. 가난한 동네 골목에서 싸움이 일어나면 어머니는 8살짜리 아들을 앞세워 큰소리로 말하곤 했다.
“더럽고 냄새나는 속물들아, 감히 너희들이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 줄이나 알아? 내 아들은 프랑스 대사가 될 사람이야. 레지옹 도뇌르 훈장도 받을 것이고, 위대한 극작가가 될 거란 말이야. 입센, 가브리엘레 단눈치오가 될 거라고!”
8살짜리 소년이 받은 웃음세례는 40년이 지난 후에도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고백할 정도다. 전쟁터에서 죽을 고비를 넘길 때도 그는 살아야 한다고 확신한다. 이유는 어머니와의 새벽의 약속, 즉 살아서 훈장도 받아야 하고, 유명한 작가도 되어야 하고, 프랑스 대사도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결국 어머니의 말대로 프랑스의 총영사가 되었으며 전쟁영웅으로 돌아와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고, 프랑스의 최고 문학상인 콩쿠르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그는 책속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그토록 어려서, 그토록 일찍, 그토록 사랑받는다는 것은 좋지 못한 일이다. 나쁜 버릇을 들여주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사랑을 통해, 인생은 그 여명기에 결코, 지키지 않을 약속을 당신에게 주는 것이다. 그다음부터는, 죽는 날까지 찬밥을 먹어야 한다.’

어쩌면 로맹 가리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살았는지 모른다. 그가 군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왔을 때 그의 어머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없는 세상에서 그는 외롭고 처절하게 살아낸 것이다. 그래서 소설《새벽의 약속》은 ‘살아냈다’로 끝낸다. 그리고 결국 그는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프랑스의 수상이 되고, 훈장을 받고, 세계적인 작가가 된 로맹 가리. 어쩌면 그는 결코 인생의 행복을 찾지 못한 게 아닐까.
때때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떻게 키워야 할까 막막할 때가 있다.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이젠 말귀 알아듣고 잘 하겠거니 하는데 뒤돌아서면 아이는 금세 잊고 또 천방지축이다. 야단쳐서 될 때가 있고, 야단을 쳐서 안 될 때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야단을 칠 때 나, 즉 엄마의 감정이다. 정말 냉정하게 아이의 잘못만을 갖고 이야기하기보다는 나의 감정으로 화를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가 잘못함으로 인해 이미 화가 난 상태이기 때문에 냉정한 상태가 안 되는 것이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백설공주
    '10.7.5 7:53 AM

    동감합니다. 엄마의 자리~ 그런데 아이를 향해 웃어줄 일도 애가 클수록 줄어드는것
    같아요..노력은 하는데 참다가 한번에 욱해요 ㅠㅠ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가을에 아이들하고 초등6,초4 남자아이 3명이서 제주도 올레걷기 할꺼예요..
    올려주신 글 참고가 될것같아요

  • 2. 올리브나무사이
    '10.7.5 10:14 AM

    감사합니다^^. 아들이 둘이라 든든하시겠어요. 물론 힘도 드시고,^^ 이번주말에 책이 나올 것 같은데요, 거기에는 제주올레길 가는 방법등도 자세하게 실었습니다. 참고가 되실 거예요.

  • 3. 수박나무
    '10.7.6 12:03 PM

    좋은경험을 하고 계시네요.
    부럽습니다.
    아~~ 저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 4. 올리브나무사이
    '10.7.6 2:17 PM

    그러게요. 저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공부하란 소리 안 해도 공부도 잘하는 아들을 두고 싶고.ㅠㅠ 어제오늘 아들녀석이 시험을 봤는데 엉망이라네요. 참, 공부를 엄마가 해줄 수도 없고. 하긴 저 역시 배운다고 잘한 건 아니니 뭐라 할 말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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