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무엇이 그토록 지겹고 징글맞은 문제들을 참고 풀어나가게 했을까요?
제가 공부 하라 닦달을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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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주로 한 것은 대화였습니다.
공부에 관한 대화보다 그냥 일상의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습니다.
매일 아침저녁 학교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시간에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었지요.
참고로, 주이와 진이는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에 데려가고 데려왔습니다. 24시간 영업하는 식당을 하느라 아무리 바쁘고 시간이 없어도
매일 아침 학교까지 데려다 주고 끝나는 시간에는 저와 아내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꼭 학교로
픽업을 갔습니다.
얼핏 너무 과보호 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저와 아내에게 그것만큼은 거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낮에는 대화할 시간이 거의 없기에 함께 통학하는 그 시간에 주로 대화를 나누었지요.
여기서 잠깐, 대화의 팁)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 할 때 주로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는지 묻는데 사실 아이들 입장에서도
딱히 대답 할 말이 없는 경우가 많지요. 아이들도 피곤하고 힘드니 묻는 말에 그냥 건성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대화를 했습니다.
'진이야,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 없었어?'
'응, 없었어.'
'에이, 그래도 잘 생각해 봐, 재미있는 일 있었을 텐데?'
'맨날 똑같은 날인데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엉.' 시큰둥....
'너 오늘 체육 들었었지? 체육시간에 뭐 했는데?'
'음.... 피구. 아 맞다. 오늘 피구 하는데 4반이랑 시합을 했거든. 근데 그 반에 완전 운동 잘하는
여자애가 있어서 우리 반 애들 모두 그 애에게 꼼짝 못했어. 그 애가 공 던지는 게 얼마나 센지
남자애들도 도망가고 그랬다니깐.'
'오늘은 야자 시간에 도망간 애들 없었어?'
'없긴 왜 없엉, 선생님이 몰래 도망간 애들 찾는다고…… 블라블라~~ㅋㅋ'
다시 앞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또 가끔은 진이 침대에 같이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주로 앞날에 대한 즐거운 상상이었지요.
서울대학교에 입학해서 어떻게 학교생활을 재미있게 하고 또 대학을 졸업하고 얼마나 멋지고
신나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세상을 살아갈지, 행복하고 즐거운 상상만 했습니다.
언젠가 휴일엔 같이 서울대학교 관악 캠퍼스를 마치 신입생인양 둘러보고 서울대학교 뱃지도
사서 가슴에 달아보고 그랬지요.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아빠가 살아오며 느꼈던 생각들, 좋았던 일들 후회스러웠던 일들을
이야기 해주기도 하고, 할아버지가 아빠에게 기대했던 것과 지금의 아빠의 모습을 비교해서
이야기하기도 하는 등……. 무었을 가르치려는 대화가 아닌 그냥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교가 목표가 아닌, 인생을 어떻게 멋지고 신나게 살아갈지에 대한 생각과 그런 상상을
계속 하다 보니 진이 스스로 서울대학교 입학을 거의 기정사실처럼 여기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서울대생에 맞게 공부도 자연스레 스스로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수학에 자신감이 붙자 다른 과목도 열심히 하더군요.
학교 성적은 꾸준히 올라 3학년이 되었을 땐 대부분 과목이 상위권에 진입하였고,
특히 3월에 치른 첫 전국 모의고사에선 수학을 만점 받았는데 그때 수학 만점자가 전교에서
진이 혼자였고 전국에서도 몇 백 명 되지 않을 정도의 고난도 시험이었습니다.
그때 결정적인 자신감이 생겼지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공부는 하라고 해서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하라고 해서 하는 공부는 어느 정도 잘 할 수는 있어도 최고가 되진 못하지요.
문제는,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다 알지만 그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제가 느낀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꿈과 희망입니다.
공부 하라는 말 할 필요 없습니다.
꿈을 꾸게 해 주고 거기에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좋은 방법일겁니다.
꿈과 희망이 있는 아이는 하지 말라고 말려도 열심히 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도.데.체... 꿈을 가지라고 한다고 꿈이 생기느냐 지요.
보통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막연하게 꿈을 가지라고 말을 잘 하는데
어떻게 해야 꿈이 생기는지에 대해선 잘 모르는 듯 합니다.
보통 7-10 살 정도의 아이에게 너의 꿈이 뭐야...?
라고 물어보면 당시의 관심사에 따라서, 과학자, 축구선수, 의사, 혹은 선생님 등등 대답을
합니다만,(그것도 그 의미를 잘 알고 대답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대답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지요.
이때 소신 있게 대답하는 극히 소수의 아이들은 정말 대단하고 훌륭한,
본인이 원하는 꿈을 꼭 이루게 될 겁니다.
그러나 보통은 꿈이 없거나,
어떤 꿈을 가져야 좋을지 모르거나,
어떻게 해야 꿈을 그릴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소년이여 꿈을 가져라!'
제 생각에 이 말처럼 답답한 말도 없습니다.
누가 모르나요?
누가 꿈을 갖기 싫다 그랬나요?
어떤 꿈을, 어떻게 해야 가질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모르는데
자꾸 꿈이 뭐냐.... 꿈을 가져라 하니... 답답한 노릇이지요.
저 역시 사춘기 시절을 돌이켜 보면 미래에 대한 꿈이나 희망이 없었습니다.
그냥 말썽 피우지 않고 부모 말 잘 듣는 착한 아들이었지만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
목표도 없이 그냥 부모님이 공부 하라니까 한 것이 다였고 그 결과의 모습이 바로
지금 저(형편없이 초라한 ㅜㅜ)의 모습입니다.
사람은, '경험'한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성장하는 존재지요.
부모가 자식에게 해 줄 가장 큰 일은 많은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다음 알고, 느끼고, 성장하는 것은 아이들의 몫 이구요.
그렇다면 경험이 문제인데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요.
경험은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세상에 그 많고 많은 것들을
다 직접 경험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 to be contin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