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한 찻잔과 접시 세트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것은
결혼한지 십 수년도 더 지난 최근의 일입니다.
그 동안 그릇에 대한 안목도 관심도 없었지만서도 무엇보다
세 아이들과 함께 허덕대며 정신없이 사느라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웃에게 차 한잔을 대접할 때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짝 안맞는 머그를 쓰거나
어떤 때는 종이컵을 쓰기도 했었지요.
뭐 그것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습니다만
문제는 정갈하게 대접하고 싶을 때도 할 수 없다는 점이죠.
이제 애들이 어느 정도 컸나봅니다. 이런 생각이 드는걸보니 말이죠.
찻잔을 보러 나가봤습니다.
할인점에도 가보고, 수입품 가게도 가보고.
눈이 보배라고
마음에 드는 것들은 가볍게 덜컥 구입하기에는 너무나도 비싸더군요.
집에 와서 결혼할 때 장만했던 찻잔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오래전 물건이라 이상할줄 알았는데 꺼내보니 투박하고 단순한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문제는 찻잔과 받침 접시는 온전히 6세트가 남아 있는데
함께할 큰 접시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여기저기 다니며 제가 가진 '생활백자'스타일의 접시를 찾아봤습니다.
십년도 훨씬 더된 물건이라 눈에 띄질 않았습니다.
그러다 큰 시장에 있는 오래된 그릇가게를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나서
중앙시장(여기는 대전입니다.)으로 나가봤습니다.
몇 가게를 전전해도 너무 오래전 것이라고 쳐다도 안보더군요.
딱 한 곳에서 구석쟁이에 있던 먼지가 잔뜩 쌓인 접시를 꺼내 주는데
색깔도 제가 가진 것과 조금 다르고 무엇보다 제가 원하는 사이즈가 아니었습니다.
다시 다른 가게를 전전하던 중
한 주인이 짜치집을 가보라 일러주었습니다.
옷으로 말하자면 땡처리 하는 그런 곳인것 같았습니다.
물어물어 찾아가서 얘기하니 "아, 그거요? 있어요."
하며 친절하게 찾아주었습니다.
와! 딱 제가 찾던 그것이었습니다. 사이즈며 색깔이며 가격까지.
덩달아 그 동안 사고 싶었던 큰 직사각형 접시도 맘에 드는 것이 있어 얼른 집어 들었습니다.
백자 접시 개당 3000원 , 직사각형 접시 개당 4000원.
다른 그릇들도 너무 예쁘고 싸서 마구마구 사고 싶은 생각이 꿈틀대었습니다만
지름신을 억누르는 저만의 주문을 한 번 뇌까리면서 일어섰습니다.
"싸다고 사지 말고, 예쁘다고 사지 말고, 필요한걸 사자"
돌아서는 순간 주인 아저씨의 한 마디가 제 덜미를 잡았습니다.
"아줌마, 며칠 있다가 유리 그릇들 한 트럭 들어 오는데 잘 고르면 땡 잡는 거에요."
헉, 어쩌나.
아직도 갈등중입니다. 며칠 있다 또 나가서 이참에 물컵이랑 샐러드 볼이랑 확~ 지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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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내게도 지름신의 유혹이...
아들셋 |
조회수 : 5,865 |
추천수 : 33
작성일 : 2006-06-14 23: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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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딸기맘
'06.6.14 11:29 PM어점 요즈음 제가그래요....아이들 크니까 또 여자라서 이제는 격식을 갖춰야될것같아요~~~~
요즈음 정보수집과 아이쇼핑 많이하고있어요. 두달후이사하면 그동안 가게핑게대고 대충하던거 격식차려볼랍니다~~~지름신그분 탁월한 선택이에요 ㅎㅎㅎㅎ2. 혜우
'06.6.15 1:48 PM얼마전 회원 가입후 사이트 이곳저곳 둘러 보고있는데 도움되는곳이 많군요...*^^*
저도 대전에 사는데 그릇사신 가게가 어느곳인지 위치 알려 주실수 있나요?3. 아들셋
'06.6.15 11:50 PM혜우님~
쪽지 보냈습니다. ^ ^4. 용이 마누라
'06.6.16 12:36 AM저도 좀 가르쳐 주세요 ~ 대전 어디쯤인가요?..
5. Hope Kim
'06.6.16 2:16 PM아들셋님처럼 지혜롭게 지름신을 이끌어가는방법 왜내겐안되는걸까요??
찻잔과 접시들 너무 간결해보이고 예쁘네요.6. 아들셋
'06.6.16 11:15 PM용이 마누라님~ 쪽지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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