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일이 생겼습니다.
제가 주로 사용하는 주방 소품들에 대해 생각해 내야 하거든요.
그냥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생각해 내야 합니다.
뭔가 '꺼리'를 만든다는 것.
남들보다 영어공부 조금 더 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 단어가 생각 안 나고
간만에 만난 외국인 친구 앞에서 거두절미하고 그저 굿바이만 외치고 줄행랑치는,
영어 단어고 나발이고 한국말 조차 생각 안나는
아이 둘 출산 후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되버린 제게 '생각해 내는 일'은 참 중요한 일입니다.
저의 완소 주방 소품들,
후보에 오른 것들 중 엄선해서 세 개만 소개할까해요.
과연 엄선한 것일까 의구심이 들지만..
1. 계량컵과 계량수저.
결혼할 때 밥 할 줄도 몰랐던 저이기에 계량을 한다는 것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집에서 일곱살이나 된 제일 오래된 살림살이입니다.
연식 답게 때깔이 좀 거시기 하죠?
결혼을 앞두고 요리에 대해 너무 걱정이 되서 요리수업을 다녔는데
이건 뭐 전혀 감이 안 오는 겁니다.
백화점 지하로 달려가 바로 이것들을 구입했죠.
마대 인 제팬이라 값이 꽤 비쌌어요.지금이라면 이 가격에 절대 안 사죠.
지금이야 뭐 제 가족들 반찬 투정 하지 않을 정도로 해먹고 살고
외국인들한테 요리 가르치는 봉사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일 자신 없는게 라면 물 맞추기 입니다.
1년에 한두번 먹을까 말까 한 라면이지만 눈대중 물 붓기 절대 없습니다.
계량컵으로 쪼르르륵..그래야 안심되요.
2. 타이머
많은 분들께서 이미 써 주셨듯이 저의 타이머 역시 완소 아이템이예요.
꽤 오래전 르쿠르제 냄비 얘기하면서 한번 소개 됬었는데
구입처를 묻는 쪽지 많이 받았었어요.예뻐요?
일본 신혼여행 다녀오면서 사왔던 수동 타이머도 있는데
이 전자 타이머를 더 유용하게 잘 써요.
핸드폰으로 타이머 하시는 분도 계시던데 귀찮아서..
제가 쓰는 오븐이 광파오븐이라 타 오븐보다 출력도 센 편이고
가운데만 익는 단점이 있는지라 베이킹 할 때 더 신경 쓰여요.
그럴 때마다 요 타이머 맞추고 정신줄 놓고 있어도 안심.
스파게티나 국수 삶을 때도 아주 제격입니다.
3. 스파게티 메쟈(measure)
메쟈라고 적으니깐 진짜 웃긴데 어쨌든 스파게티나 국수 면 계량할 때 쓰는 제품입니다.
라면 물 맞추기와 더불어 제일 어려운 것 한가지가
국수면 계랑하기입니다.
매번 삶고 나면 남아서 버리곤 했거든요.
버릴 땐 아깝기도 하지만 삶기 전 이 놈의 욕심이 수그러 들지 않아 '조금 더 조금 더'를 외치다 보니
매번 이런 사태가..
손이 큰 것도 한편으론 죄스럽다니깐요.
특히나 스파게티면은 삶고 난 후 삶기 전이랑 양 차이가 많아서 초보자들은 후덜덜이죠.
누구 기준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메쟈의 단점은
기준되는 동그라미 보다 양이 쬐끔 모자라다는 거예요.
조금 더 보태 삶으면 저랑 남편한테 맞더라구요.
우리가 넘 많이 먹나요?
딱 저 구멍만큼 계량하면 음식점에서 주는 그 양.
저는 특히 스파게티, 밖에서 사먹을 때마다 양이 너무 적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분들은 안 그런가요?
세가지 나름대로 엄선했는데, 써 놓고 보니 엄선한 모냥새는 아닌 듯..
너무 허접해서 복실인지 매실인지 하는 사람이 사진 도용할 일은 없을 것 같아요.-_-;;
그래도 제겐 제목 그대로 액면가 보다 그 이상의 가치를 하는 제품들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