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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칠면조 한마리 먹기..

| 조회수 : 4,236 | 추천수 : 9
작성일 : 2004-05-31 09:01:36
며칠전에 글을 다 쓰고 올릴려는 순간에 마우스를 잘못 눌러서 다 날려버렸어요.  ^^;;;
에고.. 어찌나 허무한지..
가뜩이나 해먹는것도 없고..(네.. 저 운좋은 새댁입니다.  ^^;;;)
올릴것이 그닥 많지 않아요.
차라리 저 혼자 먹을때 글 쓰기는 더 좋은것 같아요.
내 맘대로 후딱 만들어서 혼자서 이리저리 카메라를 들이댈수 있었으니까요.

남편에게 카메라를 맡기며 부탁했습니다.  에고.. 술도 안먹는 사람이 어찌 수전증이 저보다도 심한지.. -_-;;;
암튼, 지난 일주일, 저에게 "꽃보다 아름다워"를 실컷 볼수 있도록 도와준 칠면조입니다. ^^

전 닭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니, 미국에 첨와서 추수감사절날 칠면조를 먹고
정말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었습니다.  너무나 맛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입맛이 변했는지.. 아니면 첨 먹었던 칠면조가 맛이 없었던건지,
어느날 잘 구워서 수퍼에서 파는 영양전기통닭같은 칠면조 가슴살을 먹어보곤
완전 뿅 갔었답니다.  그 이후론 칠면조를 좋아하게 되었지요.

딱 일주일전, 지난 일요일에 나무(새 인터넷 애칭입니다.^^)가 넘넘넘 좋아하는 칠면조 한마리를 구웠습니다.
지난 추수감사절에 이어서 두번째 구워본건데 둘이 먹는거라서 다리를 묶지않고 일부러 벌려서 구웠어요.



손님이 있을땐 다리 묶어서 예쁘게 구으면 좋지만, 그러면 접힌 부분은 바삭하게 되지 않더군요.
저 위에 가슴팍에 빨간 단추 올라온거 보이시나요?
그거가 퐁 하고 올라오면 다 익은거에요.  온도계랍니다.

단정치 못하게 구운만큼, ㅎㅎ 정말 튀긴닭처럼 아주 맛나게 구워졌답니다.



그날 저녁은 닭다리, 아니 칠면조 다리랑 날개로 배를 채웠어요. 통닭집 무우도 함께 먹고요.. ^^



그리고 나머지는 잘 썰어서 통에 담아 놓았지요.



뼈들은 모두 모두 모아서 국을 끓입니다.
뼈있는 닭 드시면요, 뼈 모아서 육수를 내어 보세요.  닭다리 두개의 뼈만 해도 충분히 진한 육수가 나와요.

베이징 덕을 먹고 나면 끓여주는 오리탕인지 오리국인지, 그걸 따라해 봤어요.
배추와 연두부를 넣고 끓여서 녹말면을 넣어주면 되지요.  
까탈스런 중국친구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만큼 맛난 국이랍니다.



여기에 엄마가 가지고 오셨던 김장무... 제가 넘 좋아하는 무라서 아껴 먹을라고 얇게 얇게 썰었는데,
나무가 맛있다구 2-3개씩 몽땅 먹어버렸어요.  ㅠ.ㅠ  
바보같이, 내것이 없어지는데도 기분은 왜 좋은지... ^^;;;;  



이틀동안 내리 싸준 도시락이에요.  바닥엔 밥이 깔려있어요.  
무말랭이도 엄마가 한국서 가지고 오셨던 거에요.  저 혼자라면 몇달동안 먹어도 다 못먹을 반찬이
나무 앞에선 그냥 사라져 버리네요.  
초록색이 모자란것 같아서 아스파라거스를 소금간만 해서 말린새우랑 함께 볶았어요.  
중국산 말린새우는 정말 작지요?  한국에도 있을라나...
아, 빨간 잼같은건 크렌베리 소스랍니다.  전 달게 밥을 먹는것이 싫은데, 나무는 좋다네요.
전혀 달짝지근하지 않은 무말랭이와 달짝지근한 크렌베리소스와 함께 먹는것이 궁합이 잘 맞는다나요?



ㅎㅎ, 나무만 먹으면 안되지요.  솜사탕도 먹어야 살지요.



하지만, 솔직히 솜사탕과 나무는 칠면조국을 더 좋아합니다.  며칠 끓이니까 이젠 사골국물과 별반
다를것이 없어요.  녹말면, 혹은 소면을 삶아서 며칠을 먹었네요.  
팔팔 끓이다 불을 끄고 다진 마늘과 송송 썷은 파를 넣으면 진짜 사골 국물과 같아요.
하지만, 배추를 넉넉히 넣어서 훨씬 시원하답니다~.



김밥 좋아하는 나무... 같은 재료로 김밥을 말아보았어요.
솔직히.. 전 국을 제외하곤 첫날 이후로 별로였어요.  제가 닭종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이에요.
불쌍한 나무.....   다른 사람같으면 신혼이라고 예쁜 세팅에 엄청 맛난 음식들 해줄텐데.... ㅠ.ㅠ



김치같이 보이는건 무말랭이.  물론 크렌베리 소스도 함께 발랐지요.  소스땜에 로메일 상추를 깔고 발랐는데,
아삭하니 훨씬 좋네요.



헤헤, 이 김밥을 마지막으로 드디어 나무의 인내심에 한계를 보였답니다.
갑자기 제 옆집 중국친구랑 밥을 먹자고 하더군요.  ^^;;;
그 친구들은 샌프란시스코로 가거든요.  가기전에 어차피 밥을 한번은 같이 먹었어야 했으니까요..

며칠 쉬고 오늘 점심엔 감자를 갈아 넣고 칼국수를 밀었어요.  
감자 갈아서 면을 반죽하니, 정말 부드럽고 쫄깃하고 넘 맛있네요!
원래는 명동 칼국수처럼 만들 생각이였는데... 만들다 귀찮아지고 배가 고파져서 그냥 몽땅 쓸어넣고
끓여 먹었답니다.  진한 사골국물같은...  거기에 너무 맛난 약간 신 김장김치...  환상이였어요!



아직도 육수 남아있고, 가슴살도 넉넉히 있지만....  양심에 찔리고 비디오 보기도 이제 끝났으니, ^^;;;
포장해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답니다.

가슴살은 퍽퍽하니까 오렌지 쥬스에 재워서 튀겨 먹을 생각이에요.  맛있을까요?  *^^*

* 김혜경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5-31 09:13)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쭈니맘
    '04.5.31 9:16 AM

    솜사탕님~~
    깨소금 냄새가 폴폴 풍깁니당~~~
    행복하세요~~

  • 2. 뽀로로
    '04.5.31 9:18 AM

    다~ 맛있겠어요. 나도 솜사탕님같은 아내가 필요해...^^

  • 3. 솜사탕
    '04.5.31 9:23 AM

    어? 혜경샌님이 벌써 옮겨 주셨네요. 감사해요. *^^*

    쭈니맘님, 뽀로로님 -- 방가방가~ ^^;;; 감사합니다. 두분도 행복하세요~

  • 4. 김새봄
    '04.5.31 9:39 AM

    이런이런....제가 꼭 한번 먹오보고 싶은것중 하나가..
    칠면조 한마디 통째로 구운거랍니다.
    어지간하면 건수를 만들어서 동생집에서 해 먹겠는데..
    그게 안되네요.(칠면도 먹어 안먹어 식성도 제각각이라서..)
    사진 너무 맛있게 보여요..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 5. 쵸콜릿
    '04.5.31 9:42 AM

    에효...침넘어갑니다.
    칠면조 한마리가 여러가지 요리를 해내는군요...기특기특 ^^

  • 6. 폴라
    '04.5.31 9:54 AM

    솜사탕님-.
    방가방가~.
    드디어 신혼집의 러브메뉴들을 공개하셨군요.ㅎㅎ
    자,그럼 바로 질문 들어 갑니다~

    1.칠면조의 속은 채우시지 않았나요?
    2.온도계의 이름(영어로 뭐라고 하나요?)을 알고 싶습니다.
    3.살 발라낸 뼈로 국을 끓일 때...그냥 큰 냄비에다 담고 물 콸콸 부어 끓이면 되나요?
    4.통닭집 무우의 레시피를 가르쳐 주십쇼.

    '볶은 아스파라거스+말린 새우','상추+무말랭이 김밥'-멋진 발상 고맙습니다.해 볼게요.^^*
    (갑자기 떠 오른 생각...남은 가슴살에 ellenlee님의 고추장소스를 끼얹어 드시면 어떨지?)

  • 7. 솜사탕
    '04.5.31 10:06 AM

    새봄님~ 닭이나 칠면조 굽는건 진짜 쉬워요. 그냥 오븐에 넣으면 되거든요. 버터만 발라서요.

    초콜릿님~ 네.. 이게 효자였어요. 덕분에 30시간짜리 '꽃보다 아름다워" 느긋하게 볼수 있었답니다. *^^*

    폴라님~ 방가방가. *^^*

    질문에 답 들어가요.

    1. 속을 채우는건 필수는 아니에요. 제가 느끼한거 좋아하지 않아서 그 닭기름 밴 야채를 잘 안먹거든요. 그리고 속을 채우면 시간이 한시간 정도는 더 길어져요.
    채우지 않고 옆에 뿌리고 양파 하나랑 미니 당근 4-5개 정도 그냥 심심해서 넣어주었어요.
    속을 채울땐 아무래도 샐러리가 있으면 좋을듯..

    2. 온도계는 thermometer 라고 주방용기 파는곳 가면 메탈로 팔거든요. 전 모르고 저번에 샀는데, 터키사면 저 빨간건 그냥 달려있어요. 그러니 안사셔도 될듯. 플라스틱도 수퍼에서 팔긴 해요.

    3. 넵! 살 발라낸 뼈 넣고, 물 콸콸 부어서 끓이시면 되요. 30분 정도만 지나도 육수가 시원하게 나오고요, 전 그 육수 걸러서 다른 냄비에 넣고 다서 배추 넣고 끓였어요.

    그 뼈에 다시 약불로 사골처럼 우려내면 진짜 사골처럼 맛이 난답니다..

    4. 아.. 방금 요리조리에 답 달고 왔는데... 달아놓을께요.

    엘렌님께서 고추장 소스를 만드셨나요? ^^ 아직 글을 다 못봤어요.
    나무가 닭을 아주 좋아하는데.. 당분간 다른 음식을 먹어야 겠어요. 그때 그렇게 먹어볼께요! 고맙습니다!

  • 8. 나나
    '04.5.31 10:24 AM

    요리에서 깨소금 냄새가 나요>,<
    나무님은 땡잡은겨^@^

  • 9. 이론의 여왕
    '04.5.31 10:25 AM

    쩝.... 이거야 뭐... 요리 갈쳐주는 줄 알고 들어왔더만, 완존히 염장질이구만요.^^
    '나무' 아자씨도 맛나게 드셨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저요, 지금 복합적 이유로 인하야 속이 쓰라려요!! 무 한쪼각 주면 안 자바묵지~ ^0^

  • 10. 민주맘
    '04.5.31 10:39 AM

    와우! 대단하세요,보기만 해도 군침이 ....

  • 11. 실아
    '04.5.31 12:39 PM

    요리도 머리 좋은 사람이 더 잘한다더니...
    전 언제쯤이나 따라하기 멈추고 독창적으로 음식을 만들어먹을까요?
    에혀혀...82님들 정말 대단해요!! @'@

  • 12. 피글렛
    '04.5.31 1:04 PM

    칠면조 한마리를 소 잡듯이 알뜰살뜰 이용하셨네요.
    칠면조도 먹고 싶지만 김장무가 땡깁니다.

    '바보같이, 내것이 없어지는데도 기분은 왜 좋은지... ^^;;;;'

    ㅎㅎㅎ

  • 13. june
    '04.5.31 2:37 PM

    혼자서는 꿈도 못꾸는 칠면조라죠... 해 마다 얻어 먹기만 했는데... 아.. 언제 해 보려나...

  • 14. 솜사탕
    '04.5.31 3:15 PM

    나나님-- ^^;;;; 나무에게 꼭 말하겠습니다!! ^^;;;;
    여왕님-- 치치..피피.. 뼈 모아서 국 끓이는거 알켜줬잖아요.. 피이피이.. ^^
    그나저나 무슨 일이세요? 괜찮으신거지요? 걱정걱정.. ㅠ.ㅠ
    민주맘님-- 아휴.. 칭찬이십니다.. 게으른 사람의 음식이에요. 진짜 힘들이지 않고 만드는...
    실아님-- 에고.. 실아님도 참.. 실아님 음식도 독창적이실꺼면서... 제 음식, 그리고 그렇게 독창적이지도 않답니다.. 그냥.. 하이에나식 음식이 대부분이지요. ^^;;;;;;
    피글렛님-- 그죠.. 저두 김장무가 넘 맛있었어요. 엄마가 3개 가지고 오셨는데 게눈 감추듯 다 먹어버렸어요. ^^
    june님-- 이번 추수감사절땐 친구들과 함께 한번 구워보세요. 실제로 한번 해보면 안해보는것보단 훨씬 낫지요. *^^*

  • 15. 소머즈
    '04.5.31 4:15 PM

    김밥속에 상추 겹겹이 싸는 건 보통 내공으론 어려운데...
    야부지게 잘 싸셨네요.

  • 16. Ranhee
    '04.6.1 2:34 AM

    솜사탕님, 오랫만이네요. 공부 마무리 하느라 바쁘신 줄 알았더니 그새 결혼하셨습니까? 많이많이 축하해요. 앞으로 아마 오킬로그램은 살이 찌실듯..... 삼시세끼 차려주어야 하는 사람이 옆에 생기는 신혼들은 살이 많이 찌더라구요. 특히 겨우겨우 연명하고 살던 유학생들은....

    참 저는 논문 다 써서 교수한테 던져 주었습니다. 이젠 디펜스 날만 잡으면 될듯. 솜사탕님은 디펜스 하셨는지요. 이런건 쪽지로 물어봐야 되나?

  • 17. 밴댕이
    '04.6.2 5:56 AM

    와...역시 솜사탕님! 참기름냄새 여기까지 진동하는군여. ^^
    칠면조 뼈모아서 국까지?? 첨 알았어요.
    새댁이 이리도 알뜰살뜰 할수 있는겁니꺄?? 새댁 맞아욧???

  • 18. 솜사탕
    '04.6.3 3:59 AM

    에고.. 늦게서야 다시 확인했네요..
    소머즈님.. ^^;;;;;; 어려운거였나요? 김밥의 여왕님께서 그렇다고 하시면... 극찬이시옵니다. ^^;;;;
    란희님.. 방가방가.. 저 졸업 먼저 했어요. 던져주고 싶지 않았지만 하두 달라구 닥달해서 마지 못해 주었답니다. 결혼하지 않았으면 안주고 버티려 했을꺼에요. ^^;;;;;
    밴댕이님.. 방가방가.. ^^;;; 칠면조 아니라도 닭뼈도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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