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 어찌나 허무한지..
가뜩이나 해먹는것도 없고..(네.. 저 운좋은 새댁입니다. ^^;;;)
올릴것이 그닥 많지 않아요.
차라리 저 혼자 먹을때 글 쓰기는 더 좋은것 같아요.
내 맘대로 후딱 만들어서 혼자서 이리저리 카메라를 들이댈수 있었으니까요.
남편에게 카메라를 맡기며 부탁했습니다. 에고.. 술도 안먹는 사람이 어찌 수전증이 저보다도 심한지.. -_-;;;
암튼, 지난 일주일, 저에게 "꽃보다 아름다워"를 실컷 볼수 있도록 도와준 칠면조입니다. ^^
전 닭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니, 미국에 첨와서 추수감사절날 칠면조를 먹고
정말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었습니다. 너무나 맛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입맛이 변했는지.. 아니면 첨 먹었던 칠면조가 맛이 없었던건지,
어느날 잘 구워서 수퍼에서 파는 영양전기통닭같은 칠면조 가슴살을 먹어보곤
완전 뿅 갔었답니다. 그 이후론 칠면조를 좋아하게 되었지요.
딱 일주일전, 지난 일요일에 나무(새 인터넷 애칭입니다.^^)가 넘넘넘 좋아하는 칠면조 한마리를 구웠습니다.
지난 추수감사절에 이어서 두번째 구워본건데 둘이 먹는거라서 다리를 묶지않고 일부러 벌려서 구웠어요.

손님이 있을땐 다리 묶어서 예쁘게 구으면 좋지만, 그러면 접힌 부분은 바삭하게 되지 않더군요.
저 위에 가슴팍에 빨간 단추 올라온거 보이시나요?
그거가 퐁 하고 올라오면 다 익은거에요. 온도계랍니다.
단정치 못하게 구운만큼, ㅎㅎ 정말 튀긴닭처럼 아주 맛나게 구워졌답니다.

그날 저녁은 닭다리, 아니 칠면조 다리랑 날개로 배를 채웠어요. 통닭집 무우도 함께 먹고요.. ^^

그리고 나머지는 잘 썰어서 통에 담아 놓았지요.

뼈들은 모두 모두 모아서 국을 끓입니다.
뼈있는 닭 드시면요, 뼈 모아서 육수를 내어 보세요. 닭다리 두개의 뼈만 해도 충분히 진한 육수가 나와요.
베이징 덕을 먹고 나면 끓여주는 오리탕인지 오리국인지, 그걸 따라해 봤어요.
배추와 연두부를 넣고 끓여서 녹말면을 넣어주면 되지요.
까탈스런 중국친구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만큼 맛난 국이랍니다.

여기에 엄마가 가지고 오셨던 김장무... 제가 넘 좋아하는 무라서 아껴 먹을라고 얇게 얇게 썰었는데,
나무가 맛있다구 2-3개씩 몽땅 먹어버렸어요. ㅠ.ㅠ
바보같이, 내것이 없어지는데도 기분은 왜 좋은지... ^^;;;;

이틀동안 내리 싸준 도시락이에요. 바닥엔 밥이 깔려있어요.
무말랭이도 엄마가 한국서 가지고 오셨던 거에요. 저 혼자라면 몇달동안 먹어도 다 못먹을 반찬이
나무 앞에선 그냥 사라져 버리네요.
초록색이 모자란것 같아서 아스파라거스를 소금간만 해서 말린새우랑 함께 볶았어요.
중국산 말린새우는 정말 작지요? 한국에도 있을라나...
아, 빨간 잼같은건 크렌베리 소스랍니다. 전 달게 밥을 먹는것이 싫은데, 나무는 좋다네요.
전혀 달짝지근하지 않은 무말랭이와 달짝지근한 크렌베리소스와 함께 먹는것이 궁합이 잘 맞는다나요?

ㅎㅎ, 나무만 먹으면 안되지요. 솜사탕도 먹어야 살지요.

하지만, 솔직히 솜사탕과 나무는 칠면조국을 더 좋아합니다. 며칠 끓이니까 이젠 사골국물과 별반
다를것이 없어요. 녹말면, 혹은 소면을 삶아서 며칠을 먹었네요.
팔팔 끓이다 불을 끄고 다진 마늘과 송송 썷은 파를 넣으면 진짜 사골 국물과 같아요.
하지만, 배추를 넉넉히 넣어서 훨씬 시원하답니다~.

김밥 좋아하는 나무... 같은 재료로 김밥을 말아보았어요.
솔직히.. 전 국을 제외하곤 첫날 이후로 별로였어요. 제가 닭종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이에요.
불쌍한 나무..... 다른 사람같으면 신혼이라고 예쁜 세팅에 엄청 맛난 음식들 해줄텐데.... ㅠ.ㅠ

김치같이 보이는건 무말랭이. 물론 크렌베리 소스도 함께 발랐지요. 소스땜에 로메일 상추를 깔고 발랐는데,
아삭하니 훨씬 좋네요.

헤헤, 이 김밥을 마지막으로 드디어 나무의 인내심에 한계를 보였답니다.
갑자기 제 옆집 중국친구랑 밥을 먹자고 하더군요. ^^;;;
그 친구들은 샌프란시스코로 가거든요. 가기전에 어차피 밥을 한번은 같이 먹었어야 했으니까요..
며칠 쉬고 오늘 점심엔 감자를 갈아 넣고 칼국수를 밀었어요.
감자 갈아서 면을 반죽하니, 정말 부드럽고 쫄깃하고 넘 맛있네요!
원래는 명동 칼국수처럼 만들 생각이였는데... 만들다 귀찮아지고 배가 고파져서 그냥 몽땅 쓸어넣고
끓여 먹었답니다. 진한 사골국물같은... 거기에 너무 맛난 약간 신 김장김치... 환상이였어요!

아직도 육수 남아있고, 가슴살도 넉넉히 있지만.... 양심에 찔리고 비디오 보기도 이제 끝났으니, ^^;;;
포장해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답니다.
가슴살은 퍽퍽하니까 오렌지 쥬스에 재워서 튀겨 먹을 생각이에요. 맛있을까요? *^^*
* 김혜경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5-31 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