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인우둥의 호박만두

| 조회수 : 5,345 | 추천수 : 16
작성일 : 2003-10-24 23:15:13
앗, 저는 아직... 만들 줄 몰라요. 부끄부끄 ^^;
원래 엄마의 호박만두는 할머니께 배운 솜씨인데요.

저녁 잡숫고 벌써 누우신 할머니께 직접 여쭤봤습니다. ㅎㅎ

인우둥 : 할머니, 호박만두 어떻게 만들어요?
할머니 : 공부한다더니 갑자기 웬 호박만두?
인우둥 : 아.... 누가 알려달라고 전화를 했잖아요, 글쎄. (뜨끔)
할머니 : 어떻게고 저떻게고 만두 만들기가 뭬 어려워서! 알려주고 자시고 할 것도 읎어.
인우둥 : 아~잉, 할머니. 뭐든지 배워야한다고, 저더러도 맨날 음식 배우라고 하셨잖아요.
할머니 : 아, 호박만두야 호박에 양념해서 만든 게 호박만두지.
인우둥 : 글쎄, 그 양념을 어떻게 하냐구요.
할머니 : 양념도 몰라, '파, 마늘' 하는 양념!
인우둥 : 그러니까 파를 얼만큼 마늘을 얼만큼, 또 간은 어떻게 하고... 그런 말씀을 해달라구요.
할머니 : 그런 게 어딨어. 잡히는대로 넣는 거지.

이렇게 해서 알아낸 할머니의 만두 만드는 방법은
호박(둥그렇고 퍼런 조선애호박)을 채친 후, 소금에 살짝 절여 물기를 짜두고
(그러니 너무 곱게 채치면 안되겠죠?)
거기에 고춧가루를 넉넉히, 파, 마늘 다진 것 등의 갖은 양념과
(우리집 특제품인 할머니표 무공해)들기름을 넣어 속을 만든 후에
만두피에 싸서 찌거나 삶아먹는 거래요.

할머니 표현으로는 '얕은 맛'을 내기 위해 돼지개기(고기) 갈은 것을 생강가루 등과 함께 간을 해서 넣으면 좋다고 하시는데 '씹히는 맛'은 '기계에 간 개기보다 칼로 썰거나 다진 개기'라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녹두부침개 얘기로 넘어가면서
옛날에는 돼지개기 기름으로 부쳤는데 지금 아무리 맛있다는 걸 넣어봐도 그 맛이 안 난다는 탄식 한 번 해 주시고  ^^ㅋㅋ 녹두전에도 '기계에 간 개기보다 칼로 다진 개기'가 더 '씹는 맛'이 있다고 하시네요.
단, 호박만두를 찌거나 삶을 때는 너무 익히면 호박이 물러지고 호박 단 맛이 빠져나오니
슬쩍 익혀야한다는 말씀도 하시구요.

할머니의 손맛은 '얕은 맛' '얼큰한 맛'을 강조하는 한편
엄마가 할머니께 전수받고나서 새롭게 변형시킨 호박만두는 이렇습니다.

엄마는 고기를 넣은 '얕은 맛'보다는 호박 자체의 들큰하고 담백한 맛을 강조하시는데
굵게 채썬 호박을 살짝 절이거나 또는 절이지 않고 호박만으로 양념을 하는 것까지는 할머니와 비슷하지요. 특히 고춧가루만큼은 듬뿍! 그러나 고기와 기름은 넣지 않으십니다.

엄마의 만두가 할머니 만두의 결정적 차이는 익히는 방법인데요.
할머니 만두는 전천후(?)만두로서
빚을 때 구멍을 낸 만두(피를 반으로 접어서 손으로 꼭꼭 집어줄 때 옆구리에 구멍을 일부러 덜 막는 것이지요)는 국만두용이고 구멍 안 내고 꽉 막은 만두는 찐만두용이라는 차이뿐, 쪄서도 먹고 만두국으로도 먹어요. 만두국 국물은 고기국물로 하시더군요.
그러나 엄마의 호박만두는 물만두라는 겁니다.
만두피를 얇게 밀어 피를 만든 후, 할머니와 같이 손으로 꼭꼭 집어만든 길죽한 만두가 아니라
그냥 반으로 접어 다시 양끝을 말아 붙인 동그란 만두인데요.
(사진없이 말로 설명하려니 힘드네요. 그러니까 할머니 만두는 길쭉 만두, 엄마 만두는 동글 만두!)
만두소의 맛이 담백하므로 국물이 들어가면 '맹맛'이 되기 때문에 그걸 막느라고 그런대요.
이걸 슴슴한 멸치국물에(진한 육수 절대 아님, 간도 하는듯 마는듯) 삶아서
만두만 건진 후에, 겉에 한 번 더 간을 합니다.
다시 말해, 삶은 만두를 넓은 접시에 담고 거기에 고운 소금(또는 맛소금)과 참기름(그런데 저희집은 참기름 안 먹어서 여기에도 들기름 써요)을 아주 조금 뿌리고 접시를 살짝살짝 키질하듯 움직이면
만두 표면에 소금간과 기름이 고루 묻게 되지요.
(그러니 만두피가 더 맛있어집니다)
중국집 물만두처럼 물기와 기름기가 살짝 도는 '물호박만두'입니다.
(부추와 돼지고기로 만드는 물만두도 삶은 만두 건지자마자 만두피에 이렇게 다시 간해서 드셔보시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맛이 된대요.)
만두 삶은 멸치국물은 많이 잡지 마시고 조금씩 삶아내게 조금만 해서
나중에 물만두 먹고 (냉면 먹고 육수 마시듯, 볶음밥 먹고 계란탕 먹듯) 뜨겁게 호로록 마시면 좋습니다.



제 이름이 나와 깜작 놀랐어요.
한창 마음 다잡고 공부하고 있었는뎅...
저 시험 떨어지면 책임지세욧!  ^^


자세하게 써드리려고 했는데 정작 분량 같은 것은 알려드릴 수가 없네요.
저 역시 어깨너머로 본 것을 그냥 말로 풀어본 것 뿐이니까요.
서리 오면 호박 언다고 엄청나게 따다가 냉동실 가득 할머니가 만두 빚어놓으셨는데...
(주로 해가 없어 바깥일을 못하시는 새벽에 빚으심 ㅍ.ㅍ- )
제가 맛보기로 보내드리고 싶네요.
언제 마석 오시면 솔내에 들르시던지요...

이렇게 어설픈 답이나마 (전혀 저의 실력과 경험과 노하우는 없네요. 그저 먹어주는 입밖에는...)
할 수 있는 대답 물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즐만두하세요.

회원정보가 없습니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경
    '03.10.24 11:16 PM

    인우둥님...
    이리로 제가 옮겨놨습니다.

  • 2. moon
    '03.10.24 11:20 PM

    와.. 이것은 손맛이 있어야 되는 요리!!
    인우동님 할머님의 손맛이 레시피의 가장 중요한
    양념인것 같은데요.

  • 3. jasmine
    '03.10.25 12:11 AM

    앗. 언제 이리로 옮겨졌나요?
    제가 궁금해요에 댓글 달았는데....제가 해보고 후기 올릴게요.

  • 4. 어설프지만뛰어난척
    '03.10.25 2:32 AM

    인우둥님 할머니랑 울 할머니랑 발음이 똑같아요!!.....
    ^^....그냥 반가운 맘에.......ㅋㅋㅋ
    행복하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1521 [re] 된장양념장 멋진머슴 2003.10.13 1,993 152
1520 된장양념장 3 멋진머슴 2003.10.12 2,772 33
1519 에스프레소를 집에서 즐기고 싶으신 분들께... 9 허니짱 2003.10.11 2,600 5
1518 쌀뜨물에 빠진 무. 8 경빈마마 2003.10.11 2,533 8
1517 얼음골 냉면장으로 만든 오징어볶음 11 jasmine 2003.10.11 7,860 25
1516 떡 케이크 만드는데 관심있으신 분들은... sca 2003.10.11 2,286 17
1515 마파두부와 옥수수죽 10 홍차새댁 2003.10.11 4,068 14
1514 녹두백숙,,,,그리고 부적절한..? 24 카루소 2003.10.10 4,156 2
1513 냉동실에서 잠자고있는 갈비탕을 살려라 3 고성민 2003.10.10 2,455 19
1512 깐풍기 해봤어요! 5 새침이 2003.10.10 3,114 21
1511 맛간장 정말 예술이에요 1 민영 2003.10.10 3,682 23
1510 가자! 빛고을 김치축제로,,,,, 카루소 2003.10.10 2,356 59
1509 [감사]자스민님표 주먹밥 1 김새봄 2003.10.10 5,203 26
1508 꼬리에 꼬리를 무는 콩나물. 6 치즈 2003.10.10 3,086 27
1507 입맛없는 아침 식사에도 愛뜰된장국 입니다. 멋진머슴 2003.10.10 2,266 17
1506 *순두부 찌개* 3 김난희 2003.10.10 3,148 22
1505 백성의 밥상---콩나물삶기 실습. 7 치즈 2003.10.09 4,066 14
1504 임금님 밥상....지나친 음식 사치..... 8 jasmine 2003.10.09 7,621 49
1503 생선찌개 조리할 때........ 1 멋진머슴 2003.10.09 1,988 15
1502 ★ 콩나물 이렇게 한 번 써보세요. 12 사랑맘 2003.10.09 5,248 15
1501 큰맘먹고 남대문다녀왔습니다. 3 두루미 2003.10.09 2,611 15
1500 쇠고기 배추 볶음 june 2003.10.09 2,330 21
1499 비빔밥에 마요네즈... 4 나나 2003.10.08 3,702 18
1498 은행 털러 가자구여?..^^;; 8 카루소 2003.10.08 2,533 25
1497 간단하게 만드는 구수한 숭늉 포이보스 2003.10.08 2,048 37
1496 고구마 피자 맛있어여...^^ 5 쭈니>ㅡ.ㅡ<; 2003.10.08 2,865 21
1495 moon식 짬뽕 19 moon 2003.10.08 8,816 24
1494 김짝꿍 밥짝꿍...... 4 빨간자몽 2003.10.08 2,80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