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82님들~
여름날과 같았던 일요일, 잘 보내셨나요?
저는 프리지아모임 친구들을 잠깐 만나서 티타임을 가졌어요.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니 주말을 보람있게 보낸 느낌이 듭니다.
첫째는 공익근무 하면서 퇴근 후에는 작업실에 가있을 때가 많고,
둘째도 대학생활하면서 기숙사에서 지내는지라 자주 못봐서
요즘 저희 집이 조용하고 한가로울 때가 많은데
지난 주에는 이래저래 손님치레로 바빴었어요.
솔이네 뭐해먹고 어떻게 살았는지 소식 전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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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라인에 살다가 이사간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저는 햇양파를, 친구는 수제햄을 들고나왔더라구요. ^^
다이어트를 한다는 명분아래, 저도
소주잔 한잔만큼의 밥으로 키토김밥을 싸보았어요.
수제햄은 덜 짜고 색소도 덜 들었으니까... 김밥에 곁들이고.
채소 많이 넣으면 살 안쪄... 스스로 위안삼으며
토마토, 로메인, 수제햄, 양파,달걀을 듬뿍 넣고 샌드위치.
평일에는 큰아들이 퇴근하고 와서 저녁을 먹을 때가 많아요.
돼지고기듬뿍 넣은 김치찌개랑 유채나물, 장조림, 양배추쌈으로
차려주면 '잘먹겠습니다!' 라면서 싹싹 잘먹고
설거지도 깨끗하게 해놓고 바로 작업실로 간답니다.
사춘기때 말도 (깨끗하게) 안듣더니 이제 철들었나봐요.ㅎㅎㅎ
지난 월요일에는 동네사는 동생이랑 일산시장에 다녀왔어요.
일산시장은 매월 3일, 8일에 큰 장이 서거든요.
동생이랑 같이 점심도 사먹고, 들기름이랑 물오징어 사러 다녀왔습니다.
제가 자주 가는 생선구이집인데 점심특선 9000원에 돌솥밥이 나와요.
맨날 입맛없다는 동생인데, 맛있게 잘 먹어서 밥사준 보람이 있었습니다.^^
생선구이랑 된장찌개에 밥먹으면서 반주로 맥주도 한잔하구요.
취미로 재봉틀을 수집하시는 분이 운영하시는 카페에서 커피도 마셨어요.
사장님이 <세상에 이런 일이>에도 출연하셨다는데,
우연히 방문한 이후로 일산시장에 가는 날에는 가끔 찾는 집이랍니다.
네시쯤 집으로 돌아와서 장 봐온 것들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고려산에 등산을 갔던 남편에게 전화가 왔어요.
산에서 내려와서 식당에 가려고 보니, 브레이크타임에 걸려서
문을 연 식당이 없다고, 집으로 가도 되냐는 거에요.
그래서 어째요. 같이 등산갔던 선배와 남편이 집으로 왔습니다.
( 아, 저랑 남편이 같은 과 선후배거든요. 그래서 그 선배도 잘 아는 사이.
글을 쓰다보니 뭐 이런 내용까지.... ㅋㅋㅋ)
장에서 사온 물오징어 데치고, 서비스로 받은 멍게도 물빼놓고,
사진에는 없지만 갓지은 밥에 향긋한 냉이나물에 들기름이랑 고추장 넣고
비빈 냉이밥까지! 정신이 없고 바빴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그로부터 다음날, 절친 대학친구에게 전화가 왔어요.
딸래미가 일산엠비씨에 사전녹화에 당첨되어 데려다주러 온다는 거에요.
멀리서 온 김에 얼굴도 보고 점심도 같이 먹자고 하더라구요.
저희 동네에 딱히 먹을 곳도 마땅치않고,
저는 수요일이 제일 바쁜 날이기에 이동도 맘이 편치않아서
집에서 음식을 준비해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재료들은 전날에 손질을 해두고, 당일날은 무치거나
부치거나 하게만 했어요. 도토리묵은 전날밤에 쑤어두었답니다.
ㅎㅎㅎ 정성을 담아 차린 밥상이니 두장 올려도 되겠죠? ^^
(막상 집으로 오라고 해놓고, 밥상이 허전한 거 같아서 고민많이 했답니다.)
냉이된장국, 돼지갈비구이, 도토리묵, 닭볶음탕, 새송이전
무청우거지 지짐, 브로컬리 들깨무침, 오징어미나리무침을 차렸고,
도토리묵이랑 오징어무침이랑 우거지 지짐은 따로 싸줬어요.
4월 12일은 저희 큰 아이의 스물세번째 생일이었어요.
저희 집에서 남편과 큰 아이는 생일케이크가 필요없다고 하고,
저랑 작은 아이는 생일에 케이크는 있어야 한다는 주의에요.
큰아이는 생일이 별 의미없다고 말해서 저를 서운하게 하기도 했답니다.
큰 아이의 생각은 지금도 같은데, 이제 저도 적응이 되어서 서운하지는 않아요. ^^
여하튼! 큰 아이의 생일날, 제가 새벽 4시에 잠이 깬거에요.
그래서 일찍부터 미역국 끓이고 잡채도 무치고 오리고기도 구워서
케이크는 필요없다고 했지만 치즈케이크는 좋아하는 큰아이를 위해
미리 치즈케이크를 사놨다가 생일상을 차려주었어요.
생일을 맞이한 큰 아이는 조금 일찍 일어나느라 비몽사몽했지만
생일안경도 써주고, 저렇게 브이자도 그려주었어요.
밥한그릇, 미역국 한그릇, 오리고기 한접시 뚝딱 먹고 출근한 큰아이.
생일잔치는 이제 끝났구나 하고 생각했었답니다.
소년공원님과 Alison님께서 자녀들 사진을 올리셨길래
저도 큰 아이 생일을 맞아 한번 올려봅니다.
턱선이 날렵한 야가, 퉁퉁하고 푸근한 쟈입니다.
쟈에게 다시한번 리즈시절이 돌아오기를 기원하며...어흑.
큰 아이가 퇴근 한시간 전에 톡을 보내 왔어요.
오늘 가족회식 어디에서 하냐고....
저희는 가족중에 누가 생일을 맞으면
생일자가 원하는 메뉴를 먹으며 '가족회식'을 하거든요.
그런데 이번 큰 아이 생일에는 둘째도 참석을 못하고 그래서,
또, 아침에 이미 생일상을 잘 차려줬다고 생각했기에
생일잔치는 다 끝났다고 생각했었는데......
하여튼! 저녁에 조촐하게 또 차렸어요. 생일축하상.
생일자만 즐거우면 됐죠 뭐. 저 좀 힘들면 어때요... ㅜㅜ
그런데요... 저희 큰 애... 생일이 무슨 의미가 있냐더니..
이 정도면 엄청 큰 의미 있는 거 아닙니까!
어젯밤에 동네 동생이 두릅이랑 표고버섯을 따왔다고 주고 갔어요.
두릅이랑 표고버섯을 데쳐서, 초고추장이랑 들기름장에 찍어먹었더니
산해진미가 따로 없네요.
선배오빠 방문, 대학친구 부부 방문, 솔이 생일상 두 번
그리고 개표방송 보러 온 대학후배... 회먹고 술먹고 일박하고.....
모두 일주일동안 일어났던 일입니다. 여러분.....
제가 키토김밥 싸먹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여러분...
사는 거 뭐 있습니까.
그까이꺼 즐겁고 건강하게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사는 거.
그게 행복 아니겠습니까.
.
.
.
아닙니다...
갱년기가 오는지 요즘 살이 막 붙어서 우울합니다.
운동은 하기 싫고, 간헐적 단식은 힘들고....
하아.... 오늘은 이렇게 마칠께요...
음식사진 마구 올려놓고
우울하다고 끝맺다니
저 원래 이래요
맥락없죠?
하지만
모두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