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89년 이야기 -- 첫사랑 2

| 조회수 : 7,205 | 추천수 : 20
작성일 : 2011-06-13 17:54:33


토요일, 아침 7시도 않되 일어났다.
휴일이지만 서둘러야 한다.
우선 텃밭에 갔다.
풀매고 상추랑 쌈 채 좀 뜯고 밭에 물주고 돌아와
된장찌개 하나 끓여 아침을 먹었다.
찬밥을 양푼에 엎고 뜯어온 쌈 채도 찢어 넣고 된장찌개에서 두부 건져 넣고
고추장에 쓱쓱 비벼 상추쌈을 싸서 먹었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갈 곳이 있다.
광릉 숲이다.












가난해서 그랬을까?
여유가 없던 시절이여서 그랬을까.
데이트 장소는 늘 서울 시내였다.

광화문 교보에서 만나
아니면 종로서적 앞에서 만나
좀 걷다 자판기 커피 마시거나
돈 좀 있을 땐 인사동서 차 마시고 바래다준다며
지하철 타기.

막상 집 앞에선
바로 헤어지기 아쉬워
다시 전철역으로 걸었다가
전철역에선 막차 시간 확인하고는
‘집 앞까지 다시 바래다준다.’며 왔다 갔다 하던 데이트.

늦은 밤 귀가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때면
가로등 불빛 없는 으슥한 골목길을 고마워하고
때론 음흉한 맘으로 불 꺼진 가로등 밑을 찾던 첫사랑과의 연애.

좀 다른 기억이 있다면
광릉수목원이다.

청량리서 만나 버스를 갈아타며 찾아갔던 곳.
정작 수목원 보다 버스서 내려 수목원 입구까지 걷던 길
아름드리나무가 더 좋았던 곳.

어느 가을 날,
숲속 오솔길을 걷기도 쉬기도 하며
손을 잡고 걸었던 곳,
처음 무릎 베고 누워 깜빡 잠들기도 했던 곳으로 기억하는

내게도 있었던 딱 한 번의 그때 그 시절이다.
.
.
.
.
.

.
.

군데군데 놓여있던 벤치와 작은 오솔길이 다였던 곳은
이름도 국립수목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정문 앞까지 차를 몰고 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도 있고
사전예약제로 입장객 수를 제한하고
휴게시설도 있고 백두산호랑이, 반달가슴곰도 있는
이런저런 시설물도 들어선 수목원으로 바뀌어있었다.

강산이 두 번은 충분히 바뀌었을 시간이니
수목원 변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 싶다.

참 심심하고 재미없는 연애를 했던 우리가,
20년도 훨씬 넘은 어느 초여름 날
이 숲길을 다시 걸을 거라 상상이나 했었던가.

그 때 첫 사랑과 이 숲을 다시 걷게 될 줄 알았다면……. ㅋㅋ
뭐 달라졌을까??????????????

아무튼
1989년 가을 어느 일요일과 2011년 6월 11일(토)
우린 같지만 다른 숲길을 걸었다.
같지만 결이 다른 감정으로 걸었다.
그러나 그 숲에서 잠시 쉬었다.













* 많이 변했더군요.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숲은 참 좋습니다.
가족 나들이, 한적한 데이트 장소로 강추입니다.

여러분의 기억에 남는 데이트 장소는 어디인가요???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는여자
    '11.6.13 6:13 PM

    저는 강릉 경포대요...돈없는 학생이었던 그때. 차도 없이 고속버스타고, 시골버스 타고 덜덜 거리는 뒷자리에서 너무 즐거웠던...당시 통신사에서 할인해주던 단돈 만원짜리 지저분한 콘도였지만, 그이후의 어떤 호화로운 리조트보다 그때가 좋았단 생각 가끔 합니다.

  • 2. 혀니랑
    '11.6.13 7:00 PM

    1963년,,당시 부대에 근무하셨던 아버지와 함께 유치원소풍으로
    광릉내..당시엔 광릉내라고 불렀던 것 같습니다..
    에 갔었던 기억납니다.

    석상이 좀 있었던 거 같고 그 앞에서 아버지랑 친구들이랑
    사진 찍었던 기억이 있어요,

    드넓은 그곳에서 막 뛰어 다녔던 기억..김밥 먹었던 기억이
    참으로 아스라히 떠오릅니다......고마워요, 까마득한 기억속을 잠시 걷습니다^^

  • 3. 준&민
    '11.6.13 7:52 PM

    낙산사................... 멋진곳이었는데 나중에 불났습니다.
    여천 향일암.................... 거기도 멋졌는도 또 나중에 불났습니다.
    ㅠㅠ
    우리가 불낸거 아니랍니다.
    불은 걍........... 우리둘 맘속에만 활활......................ㅠㅠ

  • 4. 팜므파탈
    '11.6.13 10:23 PM

    광릉수목원 참 좋지요.
    저도 저런 숲길이 참 좋더라고요.
    나무냄새 은은하게 나는 곳.

    근데 정작 데이트는 거의 종로 바닥 술집이나.. 피맛골...
    용산이나 사당 쪽의 술집, 밥집들.
    가끔 주말엔 인사동.......... 뭐 그랬네요.
    그때 당시엔 차가 없어서 맨날 술만 퍼마셨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아쉬워요.
    연애할 때의 추억이라곤 술집 전전한 것 밖에 없으니...

  • 5. 소연
    '11.6.14 12:04 AM

    저도 주문드려요.

  • 6. 무명씨는밴여사
    '11.6.14 6:22 AM

    집에서 가까운 곳에 수목원같은 숲이 많은 곳에 살면서도 자주 못 가본다능.
    요즘은 곰 나올가 무섭다능.

  • 7. 최살쾡
    '11.6.14 8:46 AM

    전 설악산....이랑 (니놈이 그렇지!!!!!!!!!!!)
    광화문부터 종로3가 광장시장까지요;;;

    수목원 보기만 해도 시원합니다!

    뒤칸 하고 싶다가도
    저렇게 고추장에 비빈 밥만 보면 침이 강을 이룹니다;;;

  • 8. 깔깔마녀
    '11.6.14 4:16 PM

    ㅎㅎㅎ
    수성못
    우리 영감님이랑 서로 눈빛 교환만 작렬하게 하면서
    선배와 후배의 눈을 피해
    우짜든동 버스 옆자리에라도 앉아갈라고 생 쇼를 했었던......


    요즘은 둘 다 이런 이야기만 나오면
    참 머쓱한게...
    뻘줌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그 옛날 우리 영감
    핑클 파마 하고 교련복 입고 왔다리 갔다리
    나한테 잘 보일려고 그랬다는데
    난 공포의 외인구단의 까치 처럼
    완전 직모였던 그를 사랑했었으니..
    왠 핑클 파마 ㅜㅜ


    ㅎㅎㅎㅎ

  • 9. 지니
    '11.6.14 8:52 PM

    과낙구에 있는 어느 대학 도서관.
    학교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좋았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34132 마눌님이 복직 했어요 27 추억만이 2011.06.16 15,386 33
34131 대충 대충 해 먹인 밥들과, 유기로 차린 상차림들 ^^;;; 44 마리s 2011.06.16 17,364 49
34130 미쿡친구하고 Six time (19금 아님) ^^;; - >.. 34 부관훼리 2011.06.16 18,133 52
34129 울신랑 채식도시락 30 희정 2011.06.16 14,654 26
34128 허전한 요리 일상 12 강소리숲 2011.06.15 9,089 20
34127 자취생의 다이어트 식단 공개, 산타기의 즐거움! 23 벚꽃동산 2011.06.15 15,261 23
34126 수박라떼 12 푸른맘 2011.06.15 7,785 21
34125 보고싶다 울 큰아들...럭셜?간식 허접사진들 25 준&민 2011.06.15 12,326 29
34124 월남쌈.. 그리고 비둘기알...... 15 빠끄미 2011.06.15 9,356 25
34123 포도간장 그 후.................. 16 미모로 애국 2011.06.15 8,229 26
34122 매실 담그기 열전~ 보람찾기용으로 올려보아요.^^ 8 레지나(스프라이트) 2011.06.15 8,341 19
34121 맛나고 풍성하려 노력하는 우리집 저녁 16 HighHope 2011.06.14 15,654 33
34120 마음을 담아서...한방보쌈 7 소연 2011.06.14 4,916 10
34119 [노오븐, 노버터] 바나나케익 19 푸른맘 2011.06.14 8,857 13
34118 저도 결혼했어요! 35 사과 2011.06.14 14,583 34
34117 션~~~~~~~~~한 냉물만듀!!! 11 셀라 2011.06.14 6,487 13
34116 정말 왜들 이래요!!! 13 발상의 전환 2011.06.14 16,409 34
34115 따라해봐서 성공한 요리들모음 54 J-mom 2011.06.14 30,021 78
34114 다이어트는 계속 되어야 한다(동참!! 증거) 20 spoon 2011.06.14 9,707 26
34113 [냉국] 여름더위 식혀줄 소박한 냉국 3가지 21 경빈마마 2011.06.14 9,987 26
34112 국 열쩐쩐쩐쩐쩐~ 23 무명씨는밴여사 2011.06.14 7,241 18
34111 순덕엄마 덕에 울엄마도 뒤칸하심. 48 jasmine 2011.06.13 23,769 0
34110 89년 이야기 -- 첫사랑 2 9 오후에 2011.06.13 7,205 20
34109 덤벼라 서울남자 - 내사랑 김치찜 13 추억만이 2011.06.13 9,342 26
34108 아들 간식 (모닝빵샌드위치) 10 arbor 2011.06.13 9,242 14
34107 유기로 차린 일요일 점심 10 찐쯔 2011.06.13 7,708 16
34106 베이킹과 오븐 2단 돌리기 팁 아닌 팁 8 송이삼경 2011.06.13 7,635 23
34105 주문생산 시스템??? 7 셀라 2011.06.13 4,84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