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산행의 즐거움
애들때문에 속끓고 남편때문에 화나서 씩씩거리며
때로는 눈물나서 모자 쿡 눌러쓰고
산을 오르지요.
산에서 제일 먼저 반기는 것들이 새들이
산길 들어서면
짹짹 반겨주지요.
나무들에게 인사해요.
이 추운데 그렇게 눈을 잔뜩 뒤집어쓰고
밤새 어떻게 견뎠니하고 하며
아무 말없이 그저 서있기만 하네요.
아무리 추워도 요란떨지 않고
축늘어진 가지가 힘들겠건만
그래도 내색않고 버텨서있네요.
추운길목에 소복히 쌓인 눈위로
수많은 발자국들이 남겨진
길은 어느 새 반들반들 새길 만들어놓고
오가는 사람들 모두 묵묵히
위로보며 오르네요.
힘들면 먼 길 위는 보지 않고
내눈앞의 길만 보며
걷다보면 어느새 정상이네요.
가다가다 나무들에게
속상한 말 다 꺼내놓고
내가 어떻게 살까? 내가 뭐가 잘못했나?
남편이 이렇게 나쁘다. 애들이 이렇게 속썩인다.
라고 투덜거리다 보면 머리속에 하나도 앙금없이
정상에 올라와 온통 세상은 내 발밑에 있네.
봄엔 꽃이
여름엔 그늘이
가을엔 단풍이
겨울엔 다 비워낸 나무본연이
나와 함께하네.
사람에게 기대를 한다는게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
나도 나를 못믿겠는데
하물며 남이 나를 어떻게 다 이해해주랴.
스쳐지나가는 인연들에게
연연말고 잘해주자라는 마음으로
차라리 살겠노라라고
마음을 추스리며 오늘도 모자쓰고
몸따뜻이 하여 불곡산을
오르네.
아름다운 나의 휴식처 불곡산이여.
아프지 말고 힘든 오르막하나 지나고나면
평지되어주고 또 처음보다 낮은 오르막 오르고 나면
더 긴 평지이어주고 적당히 당겼다 내렸다해주는
불곡산아 너의 고운 맘을 담고 싶구나.
너 덕분에 다행히 난 뇌경색도 이겨내고
행복한 맘을 얻게 되었구나.
가끔은 율동공원가고 중앙공원가도 섭섭해 말아다오
1. 헤로롱
'11.1.31 9:03 AM (183.101.xxx.29)글을 참 잘쓰시네요. 분명 많은 책을 읽으셨을것 같아요.
요즈음은 블로그나 인터넷 사이트에 글 쓰는 분들 많던데 산에도 오르시고
글도 쓰시고 그래 보세요.
어제 케백수 방송을 보니까 청소일 하시는 50대 분은 좁은 차안에서
시 쓰는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데요.
누가 알아 주지도 않고 출판한다해도 100% 자비나 가능할 일인데도
행복은 타에 의존하지 않고 그렇게 자기 스스로 만들고 계시더라구요.2. 여유가필요해
'11.1.31 9:04 AM (222.238.xxx.88)몸과마음이 힘들때 나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갖는다는게 그 치열한 삶속에 작은 쉼터에서 한숨돌리는 기분이들어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견디게 해주는것같아요.저도 산을 참 좋아합니다...^^
저에게는 차안에서 듣는 음악과 茶와 가끔의 산책겸 산행이 그것같아요....^^3. 잘 읽었습니다.
'11.1.31 9:13 AM (61.101.xxx.48)아~ 글에서 원글님의 너그러움과 겸손함이 느껴집니다.
저도 산행을 좋아하는데 요즘 눈이 자주 오다보니
길이 미끄러워서 안 간지 꽤 되었네요.ㅠㅠ4. 산이좋아
'11.1.31 9:18 AM (110.9.xxx.216)참 공감가네요. 저도 산을 자주 찾는데 늘 그자리에서 모든걸 포용해주고 마음의 안정을
주는 산에 감사할뿐입니다. 저도 산행과 음악,영화가 일상이네요.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살아가는 큰 즐거움입니다.5. ..
'11.1.31 9:20 AM (121.172.xxx.206)저도 지난 10월초부터 시작한 등산에 맛들였습니다.
원글님만큼은 아닐지 몰라도요.
산에 오르면 참 좋아져요.
마음도 안정되는것 같고....
가파른 경사길 오를 때 숨참이 전 좋습니다.
헉헉대며 정상에 오르면 작지만 뭔가 해냈다는 기분도 들구요.
정상에서 거친 숨 몰아쉬며 전망을 바라보는것도 참 좋습니다.
직장에 다녀 주말에만 산에 다니고 있는데
요즘엔 큰녀석(중2)과 함께 하네요.
아이들과 함께 오르면 조근조근 대화 할 수 있어 더욱 좋더군요.
날이 어서 풀리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6. 삶의 버거움
'11.1.31 9:20 AM (125.178.xxx.198)을 자신에 맞게 잘 승화 시키고 계시네요^^
맞아요..삶은 누구에게나 힘들지만 그 속에서 순간순간 행복을 찾아야 느낄 수 있죠..
늘 행복한 사람도 없구 늘 불행한 사람도 없구요7. 님
'11.1.31 9:32 AM (115.143.xxx.46)이 아침 좋은 글 잘 읽었어요.
마치 겨울산의 맑은 공기 한껏 마신 느낌입니다.
산행에서의 마주쳤던 여러사람들이 스쳐 생각나게 하네요.
아.. 난 외롭지 않구나.. 그리고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드는건 왜 일까요?
원글님 같은분 산에서 만나 차 한잔 마시고 싶네요^^8. 저도 불곡산
'11.1.31 10:17 AM (116.38.xxx.225)제가 응원합니다.
같은 산을 날마다 다른 시간 일 수도 있지만 오른다고 하니 반갑니다.
그렇게 춥다는 올해 1월에 저도 하루도 빠져 본적이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