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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쉽게 생각하면 큰코 다칩니다.....
그분께 뭐라 하는 건 아니고요 ^^;;;; 채식 안 해보신 분들이 쉽게 오해하는 부분이라서요.
전 채식 2년 유지하다가 지금은 잡식으로 돌아왔습니다. 한달에 한두번쯤 육고기를 먹고, 생선이나 조개도 비슷한 횟수로 먹고, 저지방 우유를 마십니다. 초콜릿도 가끔 먹고, 쿠키류는 안 먹지만 빵은 가끔 먹어요. 완전히 끊기엔 제가 이것들을 너무 좋아하는 인간이더군요.
채식 실패자의 글이다보니, 철저하게 하고 계시는 분들이 보면 우스울 겁니다.
하지만 실패자의 경험이니 이게 얼마나 힘든 건지도 더 감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채식은 식단에서 동물성 식품을 덜어내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건 그냥 부실하게 먹는 거에요.
채식은 덜어낸 동물성 식품의 자리를 어떻게 메꿀 것인지 생각하고 노력해야만 가능합니다.
이걸 안 하면 채식했더니 사람이 비실비실하니 내실 없고 골골하더라...가 됩니다.
부실하게 먹었으니 당연한 결과이지요.
동물성 식품을 덜어낸 자리의 상당 부분을 곡물과 식물성 기름으로 메꾸는 분들이 많이 있거든요.
칼로리는 절대 안 부족하기 때문에 겉보기는 허우대 멀쩡합니다. 덩치 좋은 분들도 있고 오히려 살이 찌기도 하지요. 살은 고기를 먹어서 찌는 게 아니거든요. 채식만 하면서도 탄수화물 과다로 내장에 중성 지방도 끼고 지방간을 비롯한 성인병도 올 수 있습니다.
단지 채식한다는 이유만으로 날씬하고 건강해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요.
하지만 미네랄 부족은 확실히 발생합니다. 무슨 영양실조로 쓰러지고 그러진 않아도 골골 비실비실이 오는 거지요.
동물성 식품의 빈자리는 이렇게 메꿉니다.
일단 많이~ 많이 먹습니다.
사람도 동물이기에 동물성 식품으로 섭취해야 흡수율이 좋은 미네랄들이 있습니다. 이걸 흡수율 1% 대의 채식으로 메꾸려면 고기 반찬 부피의 몇 배를 먹어야 합니다. 익혔을 때 부피가 확 주는 채소는 그것까지 감안해서 더 많이 먹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저녁 반찬으로 톳나물 두부 무침을 먹는다 하면 적어도 밥공기 2/3 정도의 분량을 혼자 먹습니다. 게다가 반찬이 이거 하나는 아니지요. 샐러드라면 냉면 그릇 하나 가득 먹어도 많지 않아요. 일반적으로 밥보다 반찬을 많이 먹어야 건강하다고 하는데, 채식은 정말 그렇습니다.
정말 반찬 많이 많이 먹어야 하고 중간 간식도 잘 챙겨야 해요. 육식을 많이 하지 못하는 원시 부족들 관찰해 보면 먹는 걸로 하루가 다 간다고 하더군요.
두 번째로는 아주 다양하게 먹습니다.
시장에 제철이면 나오는 모든 식품을 종류별로 전부 다, 시장을 통채로 먹어 치운다고 생각하세요. 토마토나 블루베리, 브로콜리 등의 수퍼 푸드가 암만 좋다고 해도 몇 가지 식품 내도록 달아놓고 먹으면서 의존하면 안 됩니다.
채식의 안전성은 섭취하는 식품의 다양성을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습니다. 식품의 종류를 최대한 다양하게 섭취하면 할수록 영양 성분이며 미네랄 비율, 미량 원소, 필수 아미노산 조성 같은 거 일일이 인위적으로 머리 아프게 계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맞아 들어갑니다.
콩을 먹는다 하면 메주콩, 서리태 정도만 먹는 게 아니라 완두콩, 강낭콩, 풋콩, 제비콩, 동부콩, 팥, 작두콩 등등 돌아가면서 한번씩 다 먹어줍니다. 이렇게 다양하게 먹어야 반찬 레파토리가 돌아가기도 하고요.
채식을 할 땐 절대로 편식을 해선 안 됩니다. 그리고 그 편식의 기준도 아주 높습니다.
셋째로 콩과 콩 가공 식품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안 됩니다.
채식하면 콩이나 두부를 연상할 정도이지만... 동물성 단백질의 대체제로 콩에 너무 의존해선 안 됩니다. 이소플라본이 과다 섭취되면 체내 호르몬 교란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점이 밝혀져 있거든요.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곡물인 쌀은 현미로 먹는다 해도 단백질, 아미노산이 그리 많은 편은 못 된다고 합니다. 현미가 영양 많다는 건 백미보다 많다는 소리이고 어떻게든 쌀밥을 먹어야 만족하는 한국인 입맛을 감안해서 추천하는 거지, 현미가 완전 식품도 만병 통치약도 아니니 과신하면 안 됩니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선 콩 외에도 밀을 먹어야 하고, 현미 외의 모든 곡물과 견과류도 종류를 가리지 않고 동등하게 골고루 섭렵해야 필수 아미노산 9종을 다 채울 수 있습니다. 식물의 잎에도 단백질이 있지만 잎단백질에는 그냥 큰 기대 하지 마세요.
넷째로 해조류 많이 먹어야 합니다.
채식하면서 해조류 별로 안 먹고 엽채류, 근채류, 과일 이런 것 위주로 드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해조류는 먹어봤자 마른 김 구운 것과 마른 미역 불려 끓인 국 정도. 해조류는 채소보다 미네랄이 훨씬 많고 흡수율도 좋기 때문에 잘 챙겨 먹어야 합니다. 충분한 양의 해조류 없이 채소로만 미네랄 밸런스 맞추기는 아주 아주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해조류도 각 종류마다 성분 조성과 특성이 다 다르니까 한두가지만 줄창 먹지 말고 김, 미역, 다시마, 우뭇가사리, 청각, 톳, 파래, 매셍이 등 전 종류를 편중되지 않도록 섭렵합니다.
다섯째로 식물성 기름의 섭취를 주의합니다.
특히 채식 초기에 주의해야 하는데, 육류 특유의 묵직한 포만감을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하려는 본능이 돌아갑니다. 채식 메뉴로도 버섯 탕수 같은 튀김류가 인기있지요.
하지만 식물성 기름이 좋다고 해봤자 동물성 기름보다 낫다는 거지 많이 먹어서 좋을 건 하나도 없습니다. 채식을 하면 견과류의 비중이 꽤 높기 때문에, 견과류 형태로 이미 상당한 기름을 섭취하고 있습니다. 식물성 기름은 줄여야 해요.
특히나 식물성 기름을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오메가3와 오메가6 섭취 비율이 망가집니다. 사람이 오메가 6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경로는 고기가 아니라 식물성 기름이에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데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혈액/소변 검사 합니다.
많은 채식인들이 열심히 채식을 하고도 영양제를 먹습니다. 비타민 B12(동물성 식품으로만 섭취 가능합니다), 철분, 칼슘, 아연이 그렇습니다.
극단적인 채식 주장하는 사람들은 채식만으로도 영양소 부족 내지는 불균형이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분들은 좀 극단적인 강경파에요. 절대 안 일어나면 혈액 체크해서 영양제 먹는 채식인들이 왜 있겠어요? 강경파들은 채식 제대로 안 했기 때문에 그런 거라곤 하지만, 제대로 하는 게 그렇게 힘들다는 건 채식이 정상적인 혹은 평범한 식사는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채식은 잠깐 방심만 해도 완전식이 되기가 아주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쓸데없는 오만함에 빠지지 않아요. 특히 여자들은 잡식해도 어쩔 수 없이 철분 부족이 쉽게 오기 때문에 정기 체크가 중요합니다.
미네랄들 웬만큼 부족해져서는 부족함을 잘 모릅니다. 부족해져도 병적 결핍이 아니고선 그냥 미묘해요. 전에 82에서 마그네슘인가 영양제 먹었더니 조바심이 줄고 성격이 좋아졌다던가 하는 글을 봤는데, 그런 식이지요.
픽픽 쓰러질 정도의 심한 빈혈이 생길 정도가 아니고서는 직접적으로 질환이 생기는 게 아니고, 확연한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영양 부족인 걸 잘 모릅니다. 그냥 요즘 시댁/육아 스트레스 받았더니 두통이 다 생기네, 날씨 추워지니 기력도 떨어지네, 나도 역시 나이를 먹었구나 책 오래 보니까 앞쪽 내용을 까먹네, 회식 자리 버티느라 무리했나 오늘 졸리네 뭐 이러고만 있게 됩니다.
어른도 이런데 성장기에는 더합니다. 성장기라, 공부하느라 힘든가보다 하고 대충 다 넘어갑니다. 부모가 그냥 눈으로 겉으로만 보고서 우리애 딱히 아픈 데도 없고 잘 크네, 채식 해도 문제 없구만 이러고 있으면 이건 꽤나 곤란한 일입니다.
겉으로 미네랄 부족이 보일 정도면 그건 진짜 심각한 거지요.
채식만으로도 부족함 없는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지 의학적으로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기본 칼로리가 받쳐주기 때문에 미네랄 좀 부족하다고 큰 사단이 나고 겉으로 티가 날 정도가 되는 건 아니지만, 미네랄이 부족하지 않아야 활력있는 몸과 두뇌로 자랄 수 있습니다.
병원 가서 혈액 검사해 보고 정상 상태이면 아주 잘 해온 거고, 모자라면 식단을 바꾸거나 영양제를 먹거나 할 수밖에 없지요. 저도 채식하는 동안 격일로 철분제를 먹었습니다. 약 끊으니 운동할 때, 뭣보다 생리 후로 운동하면 힘들더군요.
이 정도 보시면 알겠지만... 채식하는 데 돈 상당히 많이 듭니다. 먹을 수 있는 가공 식품이 거의 없다보니 품도 많이 들고요. 외식이 거의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주말이면 주방에서 살면서 온종일 재료 갈무리 해야 합니다.
적당히 대충 먹고 사는 게 돈도 노력도 제일 적게 들어요. 채식 포기하고 지금 제가 하는 정도의 잡식을 가공 식품, 배달 음식, 튀긴 음식 없이 되도록 자연식으로 하는 것만으로도 돈과 노력 꽤나 듭니다.
철저하게 채식 오래하는 분들 보면 정말 부지런하고, 식생활에 예민하고, 운동을 비롯한 몸관리도 완벽하고(그래서 엄격한 채식주의자가 되려 더 건강한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보고 있으면 감탄이 나오기도 하고 독하다 소리가 나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저는 채식하는 동안 쇠고기와 초콜릿 못 먹는 것도 힘들었지만(정말 2년 내내 먹고 싶었던 거 같습니다. 삼겹살이나 치킨은 안 땡기는데 꽃등심은 주기적으로 꿈에... ㅠㅠ )
뭐니뭐니 해도 부지런함이 도저히 미치질 못하겠더군요. 지쳤었습니다.
대충 고기 거의 안 먹으면 그게 채식이지, 채식이 별 거야 하는 분들은 그냥 애초에 하지 마세요. 괜히 빈혈만 옵니다. 별 거 맞아요.
본인이 하는 건 그래도 하겠다는 거 어쩌겠냐만, 정말 완벽하게 챙겨줄 자신 없으면 애들 함부로 시키진 마세요. 철저하지 않은 실험은 내 몸에 하는 거지 자식 몸에 하는 거 아니라고 봐요.
1. 옳소
'10.12.31 7:41 PM (123.204.xxx.114)특히 '대충 고기 안 먹고 채식하면 되겠지 싶은 분들은 그냥 애초에 하지 마세요. 빈혈만 옵니다. '
이말에 극히 공감해요.
성장기 애들은 천번 만번 고민하고 채식해야한다고 봅니다.
빈혈이 심해지면 중풍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도 하더군요.2. ..
'10.12.31 8:29 PM (121.165.xxx.92)정말 옳은신 말씀... 채식하고 싶어도 부지런하지못해 자절합니다.. 끼니때마다 나물반찬이라도 한두개올리려면 그것도 한달하면 꾀가나는데 질좋은 채식하려면 노력과 품과머니 많이들어요.. 김치에 상추쌈먹는다고 채식이라는분들 정말 뭘모르는듯....
3. `
'11.1.1 12:33 PM (61.74.xxx.39)도움이 되는 글 감사합니다.
저도 채식에 관심이 있어서 몇 년전에
국립도서관에서 건강식,채식에 관한 책 한 30여권을 섭렵하고 얻은 결론이
돈이 무지 많아서 개인 영양사와 쉐프가 집에와서
삼시세끼와 적절한 간식을 처방, 조리해줄 형편이 아니면 (미국부유층이나 헐리우드 배우들은 이렇게 섭식하시는 분들도 많은듯)
그냥 그때그때 몸에서 원하는 음식들을 되도록 골고루 먹고 사는게 제일 최선(최고는 아니지만)의 방법이겠구나 라고 결론 나더라구요.
유기농도 구지 고집하진 않구요.
어쨌든 골고루, 과식하지 않고 잠자기 3시간 전에는 먹지않고
그런 것들만 지켜도 건강에 많이 도움이 되죠.4. 15년편식녀
'11.1.2 12:46 PM (125.186.xxx.90)제가 중학교 고학년때까지 고기를 먹지 못했어요. 비위가 심하게 약해서 고기나 생선 냄새를 참지도 못하고 넘기지를 못했어요. 초등학교때까지는 심하게 가려먹다가 흰살생선부터 시작해 치킨 등등으로 점점 먹기 시작해 지금은 고기 없어서 못먹는데 -_-;; 어릴 때 고기 먹었으면 키가 훨씬 크고 건강했을 것 같아요. 한두달정도 디톡스하기엔 좋지만 성장기 채식은 절대 반대예요. ㅠ.ㅠ 근육이 제대로 발달하지도, 자리잡지도 못한답니다.
5. 채식좋아
'11.1.4 4:29 AM (99.50.xxx.166)님의 경험담 잘 읽었습니다. 몇 가지 잘못된 부분이 있어서 글 올립니다. 비타민 B12의 경우, 김과 같은 해조류, 된장에 많이 들어있습니다. 하루 김 2장이면 충분하고요. 절대 육류로만 섭취가능한 것 아닙니다. 님이 다 아시는 것처럼 말씀하셨지만, 다 아시는 게 아닙니다. 요즘 한국에도 채식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와있습니다. 황성수 박사님의 책이나 스키니 비치 책 추천할게요. 제대로 한번 읽어보시고, 채식과 육식에 대해 논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