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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상담치료가 필요할까요?

걱정한가득 조회수 : 1,735
작성일 : 2010-04-12 11:19:23

지난 금요일에 아이 학급 공개수업과 함께 담임선생님과 면담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새학기 되어 따돌림을 당하고 무엇보다 학기 초에 다녀온 수학여행때 혼자 외톨이로 지낸 사실에 제가 걱정이 되어 6학년임에도 학교에 찾아 갔습니다.
(5학년 겨울방학 마치고 전학을 와서 사실상 지금 학교엔 친구가 없네요.)

담임선생님께서는 모든 사실을 알고 계시더군요.
약간의 따돌림과 몇몇 여자아이들의 괴롭힘 등등..
하지만 수학여행때 혼자 지낸 사실은 잘 모르시더라구요.
다른 아이들 챙기고 하시느라 바쁘셨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우리 아이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아이가 너무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고 하네요.
소위 요즘 얘기하는 ‘4차원’ 이라는 의미는 아니구요.
쉬는 시간에도 책만 보고 있고, 아이에게 ‘친구들과 어울려 보라’는 얘길 해 주어도
너무나 사무적으로, (선생님 표현으론) ‘다가서기 쉽지 않게 냉정하게’ 얘기한다고 합니다.
‘저는 괜찮아요! 책 읽으면 되요!’라고요.
선생님께서는 아이에게도 일부 문제(?)라면 문제가 있는것 같다고 아주 조심스레 말씀하십니다.
엄마가 친구들과 사귈 수 있게 기회를 주라고..
제가 맞벌이라 주중엔 친구들을 집에 데려올 기회도 없고, 시간도 없고 그래서 한번도 친구를 집에 데리고 온 적은 없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토요일 같은 날에라도 친구를 데리고 집에 오도록 유도하고 잘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 보라고 하시네요.
(학교 생활은 너무 잘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업태도도 좋고 똘똘하고 주변정리도 잘하고 더할나위 없이 학교 생활은 잘하고 있다고 하십니다.)

헌데..
그 모습이..
저 어릴 때 모습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남편도 저도 한두명의 친구와 깊게 사귀지 여러명의 친구를 많이 사귀진 못하는 성격이라
아이가 저학년일 때 걸스카웃도 시켜봤습니다.
하지만 쉬이 달라지지 않더군요.

82의 선배 엄마님들..
혹시.. 우리 아이... 정신과 상담치료 같은 거 받아 보면 좀 나아질까요?
너무 극단적이라 생각하시겠지만, 세월이 흘러 30대 후반인 지금 제가 볼 때 저의 인간관계도 그닥 쉬운편은 아닌지라 내 아이만큼은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네요.

언젠가 82에서 양육자의 태도에 대해 댓글 주셨던 분의 글을 읽고 많이 반성하기도 했었는데, 제가 좀 ‘빈틈없이 정확한’ 양육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은 합니다만, 쉽지는 않네요..
혹시 이런 것도 아이에게 영향이 미친건지....

두서 없이 글을 썼습니다만, 저도 아이도 약간의 치료가 필요할까요?
아님 제가 너무 앞서 가는 걸까요?

주말 내내 아이와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할지 몰라 맘만 졸이다가 출근하고 이렇게 82 선배 엄마님들께 조언 구합니다.

우리 아이..
괜찮아 지겠지요?
여러분들의 조언 부탁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






IP : 58.149.xxx.27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긍정적으로
    '10.4.12 11:27 AM (59.86.xxx.107)

    너무 우리아이와비슷해서 댓글남기는데요..
    문제를 문제라고 바라보는 어른의 시각이 더 문제라고 생각되요.
    님의 아이는 조용하고 책을 읽기좋아하고 사색하기 좋아하는 기질을 타고났나봐요.
    그냥 그런기질의 아이이거니 생각하고
    인정해주세요.
    그걸 문제라고 보시지 말고,^^ 아 내아이의 장점은 탐구적이구나..
    이러다가 나중엔 문학에 기여를 한다던가 연구쪽으로 기여를 하려나보다...라고
    생각해주세요.
    꼭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릴필요는 없어요.
    위인전읽어보면 많은 위인들이 어릴때는 좀 소외된(독특하니까..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더라구요)학창시절을 보냈더라구요.
    그러다가 나중에 그만의 능력이 빛이 나기 시작하면서 인정받았더군요.
    그냥 아이의 장점을 먼져 바라봐 주세요.
    그리고 초등시절 친구들 ....그거 별거 아니에요.
    중학교 들어가야지 그나마 좀 진지해지면서 평생친구가 될까해요.
    걱정할필요 없어보이는데요..그냥 우리아이의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만 바라보세요.

  • 2. 원글입니다.
    '10.4.12 11:31 AM (115.93.xxx.203)

    윗님..
    과연.. 그럴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생각하기 좋아하고 책읽기 좋아하고..
    하지만 학기 초에 좀 심한 따돌림을 받고 아이가 상처받아 더 안으로 들어가버리는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크네요..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

  • 3. 마마
    '10.4.12 11:33 AM (120.142.xxx.169)

    좋은 친구를 사귀려면 내가 먼저 좋은 칭구가 되어야 한다는 걸 알아야 해요.
    남들이 먼저와서 내게말을 걸어주기를 기다리기 보다,
    내가 먼저 다가설 줄 알아야 하는데,,,
    님글을보아서는,,,
    아이가 친구들과 사귀려고 하는거 같지는 않네요...
    저두 큰애가 좀 소심해서 늘 칭구를 못 사귈까봐 [[친구사귀기]] 책 같은거 자주
    같이 보고 이야기 많이 나누었는데...
    저는 제가 좀 사교적이라서 늘 집에 사람들 불러서 먹고 놀고 하는지라,
    아이들이 점점 저를 닮아가요.
    그래서 칭구를 너무 좋아해서 지금은 ,,,걱정인데...
    님...
    너무 걱정하지마시고
    아이와 좋은책 (성장기 책...)많이 보시고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해보세요...
    저는 매일 물어보거든요...
    오늘 하루 누구와 어떻게 재미난 이야기하고 놀았는지...
    그리고 칭구와 싸운 이야기 할때는 ...
    무조건 아이 입장 이해해 주고...
    님 자녀분도 칭구들에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친구사귀기가 미숙해서 그럴수 있어요...
    엄마가 조금만 도와 주세요...

  • 4. ㄴㅁ
    '10.4.12 11:34 AM (115.126.xxx.67)

    따돌림을 당하고 괴롭힘을 당한다면...따님 아마 심적으로 많이 힘들 거 같은데요..
    6학년쯤 대면 대화를 나누려해도 쉽게 자기마음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을 거 같은데..
    따님과 함께 상담 받아보는 것도 나쁠 거 같지 않아요..

  • 5. 에고 어째요..
    '10.4.12 11:38 AM (122.100.xxx.27)

    저는 그냥 아이만의 얘기라든가 어머님의 혼자만의 생각이시면
    처음 댓글님처럼 장점만 보라고 얘기하고 싶지만
    담임선생님이 그렇게 얘기할 정도로 느꼈다면 어떤 조치가 있어야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아이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자신감 없어하는것 같기도 하구요.공부와는 별개로요.
    저런 상황인데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하지는 않나요?
    정신과 상담 이런건 나중 문제 같구요
    가족들이 심리적으로 자신감 갖을수 있도록 그리고 너무 작위적으로 친구 만들려하지말고
    자연스럽게..초6이지만 하교길 마중가서 같이 나오는 친구 아이스크림 하나만 사줘도
    아이들 관계에선 아주 좋아하거든요.
    이건 그냥 일례이고 이런저런 방법들을 생각해보시고 행해 보시면 좋을것 같아요.
    충분히

  • 6. 걱정뚝
    '10.4.12 11:39 AM (59.86.xxx.107)

    원글님 걱정마세요.
    그냥 님이 믿고 지지해주세요.
    내 아이는 대단한 아이라고 오바해서라도 생각하세요.
    엄마가 믿고있다면 아이는 밖에나가서 그누가 뭐라해도 절대 기죽지 않아요.
    그냥 가정안에서 엄마의 든든한 빽과 힘이 모든 아이들이 힘의 근원입니다.
    님이 아이만 믿어주세요.그럼됩니다.
    나머지는 그러면 해결된다고 봐요.걱정뚝 붙들어 메시고
    내자식이 누군데 하며 조금은 자만심도 가지세요...내자식은 훌륭해 라고
    항상 칭찬 격려 사랑 부어주세요.그럼' 아이는 나가서 저절로 잘해요.
    그걸로 부모의 역활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 7. ㅁㅁ
    '10.4.12 11:43 AM (125.181.xxx.215)

    초등학교 6년 내내 친한 친구-단짝-이 없었던가요?
    만약 그렇다면 좀 문제가 있는듯해요..
    친구를 집에 데려온적이 한번도 없다는것도 좀 그렇고..
    어쩌다 이번 학년에만 그런거라면 다행이지만, 6년 내내 친구가 한명도 없었다면...

  • 8. 저랑
    '10.4.12 11:52 AM (222.239.xxx.103)

    너무 똑같네요ㅠ.ㅠ
    저같은 경우는 초등 4학년때 전학오면서 왕따를 당했었어요.
    뭐..별 이유같지 않은 구실만들어서 괴롭힘당하긴 했지만...음...저에게도
    원인..문제가 있다면 문제가 있는거였죠.
    자신을 지키지못하는것(?)도 문제잖아요...ㅠ.ㅠ
    전 너무 내성적이고 정말 사교성이없었고...지금도 사람들 잘 못사겨요.
    원래 책을 좀 좋아하기도 했지만 따돌림을 당하니 친구가 책밖에 없었고...
    점점 책에 빠져들어서 쉬는시간에도 책읽는게 그렇게 재미있더라구요.
    가끔은 길가면서도 읽을정도로...세상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별로 그러고 싶지 않더라도ㅡㅡ;;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쇼윈도 친구??가 맞는 표현일까요??
    더더구나 여자아이들은 특히나 그런게 더 심하잖아요.
    화장실도 같이가고 하는데...중학교가 되면서 아이들이 철(?)이 들기
    시작하면 왕따까지는 안당할거에요. 그런데 6학년 이제 시작인데
    1년한해 넘 힘들겁니다...

  • 9. 그러다가
    '10.4.12 11:56 AM (118.219.xxx.20)

    맘에 맞는 좋은 친구를 사귈것 같네요..
    윗님들처럼 아이의 기질인거 같아요..
    저런 기질들이 잘 풀리면 나중에 큰일 하지 않나요..
    요새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를 읽고 있는데..
    하루키도 저런류의 기질이더군요..
    친구도 일부러 사귀지 않고..간섭없는 외국에 살면서
    글쓰기에만 몰두하더군요..
    아이의 기질을 잘 살펴보고 믿고 지지해주세요..
    아이의 기질에 대한 책이 있는데..
    "제 멋대로 키운 아이가 성공한다"..
    애니어그램으로 아이의 기질을 판단하는건데 함읽어보세요..

  • 10. 저랑
    '10.4.12 11:57 AM (222.239.xxx.103)

    아마 아이는 친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걸거에요.
    제가 그랬거든요ㅡㅡ;;;
    친구가 없어도 별 불편한게 없었고 오히려 쉬는시간에 책읽는데
    같이 놀자고해서 귀찮...ㅡㅡ;;
    그게 어떤 문제나 병은 아니니까요. 심리치료보다는 아이를
    설득(?)해보시는게...원글님...엄마가 현명하시니까요.
    아이에게 설명해주세요. 살아가면서 또 학교다니면서 왜 친구가
    필요한건지...너가 지금 친구가 필요치 않다고해도
    다 필요한 이유(?)가 있는거라구요...
    저도 원글님같은 엄마가 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요...^^;;

  • 11. 무엇보다도
    '10.4.12 12:05 PM (112.150.xxx.142)

    아마 원글님이 힘든건 나의 어린시절과 비슷하기 때문이지 않을까해요
    댓글들처럼 어쩌면 아이는 그냥 지나치는 과정이 될수도 있는데,
    엄마의 생각에는 이미 내 경험상 아는것을 더해서 엄마가 더 힘들지도 몰라요
    아직 좀 더 어리지만 4학년인 제 아이도 많이 비슷해요
    3학년때 선생님 뵈러 갔더니 쉬는 시간에 책만 읽는걸 알고 계시더군요
    처음엔 좀 걱정스레 봤는데, 지켜보는 단계라고, 근데 정말 친구에 관심이 없는거 같다구요
    4학년 올라오면서 몇몇 친구들 집에 자주 데리고오고
    자유롭게 놀러갈 수 있는 집이 별로 없으니 아이들이 자주 모입니다
    그게 조금 도를 지나쳐 제가 힘들다고 하소연 할 정도가 되기도하고 그래요
    주말마다 함께하는 어떤 탐험단을 작년에 했었는데,
    그때 제 마음에는 다니다보면 친구도 늘어나겠지....였어요
    근데 전혀 아니더군요
    이걸 일부러 할수는 없구나, 아직 별로 안땡기나보다....하고 마음을 좀 놨더니 좀 편하더라구요
    우선.... 아이의 마음과 별개로 엄마가 더 힘들거같은데,
    아이를 놔두고서라도 엄마 마음정리를 위해 부모교육이나 상담이나 그런건 해도 좋다고 봐요
    아이는 그 다음에 생각해봐도 늦지 않을거 같은데.....

  • 12. ..
    '10.4.12 12:16 PM (220.149.xxx.65)

    저는 오히려 딸이 친구들관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는 거 같으면
    그냥 너 혼자 책 읽으면 된다고 얘기해주는데요;;;

    저도 어릴 적에 왕따라면 왕따 비슷한 일도 많이 당해봤고
    아니, 은따겠죠... 그런 거 많이 받아봤거든요
    그래서, 어릴 적 좋았던 친구들... 뭐 이런 거 생각 하나도 안나요
    그냥, 초-중-고... 시절 한 번씩은 깊은 상처가 있어요

    또 대학때도 있구요

    이러면, 제가 엄청나게 문제가 많은 사람인 것처럼 보여지겠지만
    또, 실제로 그럴 수도 있지만
    저 역시도 좀 내향적인 성격인데
    학교에서 주도적인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었어요
    그래서,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자꾸 입으려다 보니 섞이질 못하고
    나중에 저만 상처받고 떨어져 나오더라고요

    근데, 저희딸도 상처받는 게 저랑 비슷해요
    얘기해보면 딸 친구들 성향같은 거 보이는데
    주로 활발하고 외향적인 애들하고 많이 친해지고 싶어하더라고요
    또 반에서 제일 튀는 그룹 아이들이고요...

    그래서, 저는 꼭 친구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너에게 맞지 않는 친구를 꼭 사귀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네가 그 친구랑 만나서 불편하다면 어울리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해줘요

    그럴 시간에 책을 읽는 게 어쩌면 너한테 더 맞을 수도 있다고요

    제가 이렇게 충고하면 엄청나게 외향적인 남편이 절 죽일려고 해요 ㅎㅎㅎㅎ

    애를 왜 자꾸 그렇게 움츠러들게 하느냐고

    그래서, 남편이 너무 그럼 못쓰니까 적당히 말은 하고 지내라고
    너무 친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벽을 쌓을 필요는 없다고 얘기해줘요...
    또, 좋은 친구가 되려면... 너부터 좋은 친구가 되줘야 한다고
    친구들이 맘에 안드는 행동을 해도 까칠하게 싫다고 얘기하지 말고
    너그럽게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고...

    아이는 초4인데 저희집 대화가 너무 깊죠...;;;
    근데, 아이는 내향적인 저와 외향적인 아빠의 충고를 적절히 받아들여가고 있어요...

    그래도, 아무래도 저를 좀 더 닮았는지... ㅎㅎ
    힘들어할 때가 종종 있네요...
    친구를 사귀지 말랄 수도 없고... 참 어려워요
    저는 또 그 시기를 지나와본 지라... 그럴 때마다 너무 안쓰럽고
    하지만 또 자신이 이겨내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니...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엄마는 언제나 네가 무엇을 하든 사랑한다고 얘기해주는 것뿐이 없네요

  • 13. 음..
    '10.4.12 12:31 PM (122.34.xxx.34)

    제가 학교있을때 원글님 아이같은 아이들이 반에 한명씩 있었어요. 조심스럽게 책도 좋지만 친구들이랑 놀아보지 않겠냐고 하면 님아이같은 반응을 보였지요. 그런데 그 아이들이 정말로 책이 좋아서 그런 경우보다는, 책을 친구들에 대한 방어의 수단으로 쓰는 경우가 참 많았어요. 눈은 책을 보고 있지만, 사실 친구들과 놀고 싶고, 하지만 쉽지 않으니 책을 보고 있는..혼자서 할게 딱히 없으니. 책 내용은 머리속에 안들어오고..참 슬프지요. 저라면 과감히 심리치료를 해볼 것 같아요. 아이가 정말 책이 너무 좋아서 그러는거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이런 상황이 계속 갈 수도 있거든요.

  • 14. 나홀로
    '10.4.12 12:42 PM (119.64.xxx.180)

    제 남편이 딱 그런 유형이었답니다.
    중학교때까지 밥을 혼자 먹었고 학교에서 화장실도 한번 간 적 없답니다.
    다시말해서 일단 자리에 앉으면 끝날때까지 일어선 적이 없었다네요.
    방에 틀어박혀 책만 읽고 사춘기때에 넘치는 에너지로 남자아이들끼리 하는 농구나 축구도
    한적이 없다지요. 굉장히 정적인 사람이었던거죠.
    저희 시어머니도 너무 걱정이 되어 남편 어릴때 몰래 상담센터에 전화를 해 보셨답니다.
    그랬더니 아이의 기질이 그런 것이니 너무 걱정말라고 했답니다.
    그런데요.........저 같으면 심리치리를 해 보시길 권유합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사회생활을 해야한다면 싫든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밖에 없어요.
    나편한대로 그냥 회피하거나 단절해버린채 산다면 온전한 사회생활이 힘들것 같아요.
    제 남편........지금 그런 성격때문에 제가 너무 힘듭니다. 지독하게 예민해요.
    남에게 의지하거나 피해주지 않는만큼 자신에게도 그만큼 간섭하거나 잔소리하면 안돼요.
    결코 자신의 삶이 완벽하지 않거늘 제가 큰소리 내거나 잔소리 하는걸 일절 용납못합니다.
    아이들과 지내기 보다 혼자 컴퓨터하거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합니다.
    저와의 시간은 당연히 없죠. 도대체 제가 어쩌다 저런 사람과 결혼해서 이렇게 지독한 고독과
    외로움에 사무쳐 갑갑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만약 제 아들이 남편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면 전 당장 상담치료 받으러 달려갈겁니다.

  • 15. 원글님께
    '10.4.12 1:05 PM (121.88.xxx.184)

    원글님.
    "조용하고 책읽기 좋아하고 생각하기 좋아한다"고 꼭 혼자만 있어야 하는것도 아니고 따돌림을 당하는 것도 아닙니다.
    원글님께서는 자녀분 문제니까 "괜찮을꺼야"라고 생각하고 싶으시겠지만 '심리상담''심리치료'가 결코 수치스러운 과정이 아닙니다.

    저희 아이는 원글님네 아이처럼 겉으로 들어나는 문제점이 크지 않았는데 둘다 심리상담을 받았습니다.
    제 눈에 한둘의 문제점이 보이는데 제 힘으로는 이해도 해결되 되지않은 점이었기에 저는 망설임 없이 심리치료를 받았습니다.
    솔직히 경제적으로 부담이 커서 그렇지 심리상담이 얼마나 큰 행운이고 사치(긍정적 의미의)인지 깨달았습니다.
    괜찮을꺼야....이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으시면 한번 심리 상담 받아 보세요.
    몸의 보살핌만 받은게 아니라 마음의 보살핌도 전문가의 힘으로 받아 본다는게 얼마나 큰 기회입니까.....
    우선 심리검사를 받아보시면 아이의 심리 상태가 대충 나올텐데 걱정이나 안심은 그때 하셔도 됩니다.

    선생님께서 저런 말씀을 해 주셨으면 당연히 또 받아보는것도 괜찮습니다.
    심리상담이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잖습니까?

    참, 저희 아이들은 큰 문제가 있어서 받은게 아니지만 정말 알게모르게 가족관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발견할 수 있어서 서로 좋은 기억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주위 친척들도 저희 가족의 경험을 보고 함께 상담 받는 사람들도 생겼구요.
    원글님께서 가만히 보니 심리상담에 큰 거부감을 갖고 계신것 같아 말씀 드립니다.

  • 16. 원글입니다.
    '10.4.12 1:39 PM (58.149.xxx.28)

    점심 식사하고, 대충 급한 일들 처리하고 들어오니 이렇게 주옥같은 댓글들이...
    정말 감사드립니다..

    일단,
    저희 아이가 6학년까지 단짝 친구가 하나도 없었던 것은 아니구요..
    작년 연말에 갑작스럽게 이사를 하면서 전학을 오게 되었습니다.
    2월 초에 잠시 5학년을 다녔었고(오히려 그때는 집에 데리고 오고 싶어하는 친구가 있었네요.),
    이번 3월에 6학년으로 처음 제대로 된(?) 등교를 하고 보니 친한 친구도 없고 나름의 친구들끼리 단짝이 형성되어 섞이기 힘들었던것 같습니다.

    상담치료는 담임선생님께서 권유하신것이 아니라, 글에도 썼지만 저 스스로의 어린시절과 딸아이의 어린시절이 너무 비슷해서, 만약 저처럼 자란다면 사회생활하기 쉽지 않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왕이면 좀 고쳐주고 싶어서 고민 끝에 생각한 거랍니다.

    거부감은 없어요.
    다만, 너무 제가 오버센스는 아닌건지...
    위에 댓글 주신분들 지적처럼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 아이가 '교우관계' 외에는 정말 더할나위 없이 모범적이고 단정하게(?) 학교생활 잘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친구를 사귐에 있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저더러 옆에서 자꾸 도와주라고 하시는데 주말에 아이와 이야기 해 봤지만 아이는 일단 '따돌림'에서 벗어남에 안도하며 아직은 더 나아갈 생각이 없는듯 해서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상담치료였답니다.

    퇴근 후에 댓글 찬찬히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댓글 주신 분들 감사드려요.
    아래로 더 댓글 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 17. 답답
    '10.4.12 4:14 PM (180.129.xxx.114)

    이런 아이를 따돌리게 만드는 아이들의 정신적 배경이 뭔지 궁금합니다. 남에게 피해주는 것도 아닌데... 그 나이에 왜 그렇게 사회적인 교류관계가 중요한 걸까요? 그냥 답답합니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나라로의 유학을 권합니다.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무슨일이든 자기몫은 아주 똑 부러지게 잘해낼거예요.

  • 18. .
    '10.4.12 4:37 PM (112.144.xxx.3)

    저와 남편도 책과 취미 속으로 깊이 잠기는 성격이고 대인관계에서 무척 소극적이었어요.
    제가 원글님 아이와 똑같은 아이였네요.
    마음 깊은 곳에선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내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제가 아는 세계는 책 속의 세계여서 현실의 아이들과는 원만하게 지낼 수가 없었어요.
    딱 그 나이일 때 - 6학년 때는 뛰어내릴까 하는 생각에 학교 옥상도 몇 번 올라갔었고요.
    내세울 거라고는 흠잡을 데 없는 학교 생활과 우수한 성적 뿐이었고
    저를 위로해주는 건 오로지 책 뿐이었어요.
    그냥 저냥 힘들게 중학교를 다니다가 2학년 말 쯤 과격한 사춘기가 왔어요.
    욕망이 표출되면서 공격적으로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요?
    다행히 성적을 유지했고 물리적인 폭력은 없어서 어른들 눈에는 띄지 않았고
    아이들 눈엔 시니컬한 모습이 조금 멋있어 보였나 봐요.
    다가오는 아이들이 생기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처세하는 법도 조금씩 알게 됐지만 원만하게 사귀지는 못했어요.
    그동안 억눌렸던 것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친구를 독점하거나 지배하고 싶은 욕구가 컸죠.
    그러다가 그 관계에서 만족할 만한 보상을 얻지 못해서 친구와 멀어지거나
    저에게 지친 친구가 멀어지거나 하면 또 푹 가라앉게 되고...
    중학교 이후로 친구를 사귀긴 했는데 장기간 사귄 친구는 딱 3명 뿐이었어요.
    이런 상태로 기나긴 시간을 조울증 상태로 보내왔어요.
    그러다가 아이를 키우면서 조금씩 원인을 찾고 개선하고자 노력하게 됐어요.
    무려 20년이 걸린 거죠.
    내 아이에게 이런 성격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서 죽을 각오로 공부하고 반성하고...
    저는 원글님 같은 완벽주의 어머니와 정반대로 극히 불안정한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고
    남동생만 편애하는 외할머니 손에 양육됐는데
    그 세 분 사이에서 어디에도 의지하지 못하고 책이 주는 이상적인 세상 속에 빠져서 혼자 커왔던 거였어요.
    현실을 직시하지도 못했고 내 상처를 방어하기에 급급해서 상대를 배려할 여유도 없었고요.
    그러니 당연히 사람을 사귀지 못했죠.
    '상처받은 내면 아이 치료'를 통해서 제 상처를 먼저 조금씩 치료했더니 서서히 변화가 찾아왔고
    양육태도보다 먼저 부부 관계를 회복했고
    부부 관계가 안정적으로 변하니 아이는 자연스레 편하게 자라고 있어요.
    내 안에 안정과 여유가 생기니 이제는 남에게 베풀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집착하거나 의존하지 않아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친구들도 생겼고요.
    님과 아이가 얼마나 힘들지 저는 알아요.
    저처럼 20년을 고민하게 하지 마시고 얼른 심리상담부터 받아보세요.
    아마 님 자신을 먼저 치유하시고 원만한 부부관계를 회복하시면
    아이도 자연스레 좋은 영향을 받게 될 거예요.
    아이 혼자 문제가 있는 경우는 없다는 거 대강은 아실 거예요.
    하루 빨리 평안을 찾게 되길 바랍니다.

  • 19. .
    '10.4.12 4:47 PM (112.144.xxx.3)

    아, 섣불리 저와 동일시 했다면 죄송해요.
    담임 선생님의 묘사가 너무 흡사해서 그만...

  • 20. 원글입니다.
    '10.4.12 4:54 PM (115.93.xxx.206)

    아닙니다.
    찬찬히 잘 읽어보았습니다.
    '.'님.. 감사해요. ^^

    저도 저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다 보니 저 스스로에게 많이 엄격하다고 해야할까요?
    남에게 의지하지 않기 위해 모든걸 혼자 하려고 하는 경향이 커서 그게 오히려 '완벽한, 강박증에 가까운' 그런 성격으로 변모한건 아닌가 반성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그런 저의 못난 부분까지도 다 감싸주는 좋은 사람입니다.
    단언컨데 아이들 앞에서 몇번 투닥거리기는 했어도 크게 다툼을 하지도 않았고 부부관계도 원만합니다.
    남편이 워낙 가정적이라 저는 좀 엄한 엄마라면, 아빠는 보듬어주는 자상한 아빠인 셈이지요.

    그래서 다분히 저의 양육태도 때문인듯 싶어 함께(저와 딸아이) 상담치료를 받아 봐야 할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해요.
    참고하겠습니다.

    더불어 '.'님도 좋아 지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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