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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

현랑켄챠 조회수 : 1,867
작성일 : 2009-12-12 00:51:11
제가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였는지 아세요?

온 집안이 다 망하고
가구며 가전제품이며 전부 빨간딱지가 붙어서
비 오는 날 쫓겨났을 때도 아니고
고 3때 학원지하에 더부살이 하면서
아이들 공부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책상붙여놓고 그 위에서 덜덜 떨면서 잠을 청할 때도 아니고
학비가 없어서 대학을 더 이상 다니지 못했을 때도 아니고
학비 벌려고 노가다 했는데
첫 월급으로 50만원 손에 쥐었을 때도 아니고
시덥지 않은 군대있을 때도 아니고
호주 어느 뒷골목에 쭈구리고 앉아서
눈물흘리며 양파까고 있을 때도 아니랍니다.

물리적 고통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가 가장 힘들었을 때는
나 스스로 꿈이 없구나,
더 이상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구나 라고 생각될 때입니다.
그냥 어릴 때처럼 막연히 뭐가 되어야지 이런 꿈
말구요.

내일에 대한 기대, 매일이 똑같지만
내일을 살아낼 나는
그래도 오늘과 다른 사람이어야 하는데,
나 스스로의 시간을 가지지도 못하고
오늘 하루, 배운 것도 없으며
오늘 하루 돌이켜 볼 것도 없이
시간에 치이며
사람과 일들에 치이며
아무 생각없이 매일을 그렇게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 때....
아침이 되면 너무나도 아프게 눈물이 납니다.

물리적인 그 어떤 괴로움도
마음속에서 다른 에너지로 바꿔내는 것은
바로 '자신'이라는 함수일꺼에요.
그런데 마음이 병들고 나니까
이 함수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더군요.

스스로와 대화하는 법을 잊었어요.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잊었어요.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너무나 사랑스러울 수 있다면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으로 나를 안아줄 수 있다면
삶의 형태가 어떠하든 우린 행복할 수 있을 것인데 말이죠.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
꿈을 꾸지 않는 오늘입니다.
IP : 123.243.xxx.5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야심한밤
    '09.12.12 12:55 AM (59.11.xxx.173)

    사람이 나이가 들다보면 어느샌가 그렇게 되지요.
    젊은 날엔 그게 가장 힘들지만, 나이가 들면 어느샌가 익숙해지지요.
    미래에 대한 꿈을 꾸지 않아도 초조하거나 절망적이지 않게되는....

    그게 늙었다는 거지요.

  • 2. ...
    '09.12.12 12:56 AM (121.140.xxx.230)

    켄챠님, 힘내세요.
    내일은 더 괜찮아질거야...아시잖아요?
    늘 올리시는 글 보면
    요즘 젊은이 같지않게 생각도 깊고 지식도 풍부하고
    꿈도 희망도 많이 품고 사는 분 같은데요.
    오늘 비록 굼을 꾸지는 못했어도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잖아요!

  • 3. 현랑켄챠
    '09.12.12 12:59 AM (123.243.xxx.5)

    병적으로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은 켄챠지요. ㅋ...ㅠㅠ...

  • 4. 음, 글을 재밌게
    '09.12.12 1:02 AM (59.11.xxx.173)

    쓰는 재주가 있군요.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도 될듯..ㅋ

  • 5. 흠....
    '09.12.12 1:03 AM (125.178.xxx.140)

    저처럼 낮은 자긍심을 가진 사람은 때때로 힘든게,
    너무 무가치하게 느껴져서 내가 싫은데...
    아이들에게는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것인가..괴롭죠.

  • 6. 오늘
    '09.12.12 1:10 AM (112.146.xxx.128)

    <오늘>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오늘은 먼 과거에 생각했던 미래이고
    먼 미래의 어느날도 역시 그날의 <오늘>일테니까요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다보면 어느덧 윤곽이 보일겁니다

  • 7. 제 자신을
    '09.12.12 9:52 AM (61.75.xxx.203)

    되돌아보게 만드는 글이군요.
    자각이 중요한게 아니라 실천이 중요할텐데,
    그것이 왜이리 힘든지 모르겠어요.
    비슷한 연배라는 느낌인데,
    참 배울것이 많은분 같아요.존경스럽네요..

  • 8. .
    '09.12.12 10:58 AM (203.229.xxx.234)

    저도요.
    저 자신에 대한 기대감이 없을때가 가장 비참한 기분이 들어요.
    연말에 모여서 한잔 합시다요
    어맹뿌를 안주로.

  • 9. ..
    '09.12.12 11:46 AM (201.231.xxx.7)

    저는 그래서 '불혹'이라는 말이 뭔지 이해했네요. 이미 뭘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 나의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나이가 마흔이라는 걸.

  • 10. ..
    '09.12.12 12:30 PM (211.178.xxx.98)

    근데요 저도 불과 1~2년전만해도 내삶의 존재이유를 몰랐는데요
    지금은 전혀 그런게 없고 하고싶은것도 많아요^^힘내세요
    인생은 항상똑같지 않습니다

  • 11. 그럼에도 불구하고
    '09.12.12 1:03 PM (220.90.xxx.56)

    백만년만에... 그것도 현량켄챠님의 글에 처음 댓글 달기 위해 로그인 해 봅니다.
    '자신에 대한 객관화가 이뤄지면 사는 일에 시쿤둥해 진다'
    제가 며칠 전 읽은 인터뷰 기사에 나온 내용이었지요.
    지금 제가 가장 두려운 것이 '꿈이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에 대한 객관화 - 교만한 말이긴 하지만 이제 '네모쉰'인 저로서는
    모든 일이 시쿤둥합니다.
    현실 도피처럼 어려운 시험 도전해서 합격증을 쥐어도
    일본어 공부 시작해서 일본으로 유학가서 한 2년 안식년처럼 나를 위해 오롯이
    살아 보겠노라던 욕심도..... 다 멘도우나 합니다.
    무섭습니다. 꿈 꾸는 일조차 지쳐 버린 건 아닌지....
    켄챠님 글... 마음으로 읽고 곱씹어 봅니다.
    두려운 일입니다... 하고 싶은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
    십여년 다니던 직장을 박차고 나왔음에도 아쉽지도 않은 이 무심함.
    아마도 이 나라 백성이 가져야 할 득도와 해탈을 익힌 까닭은 아닐까....
    공중부양이라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조만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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