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9년 11월 30일 생이니 딱50이다.
어랄땐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었지만 40넘어 가니 왠 생일이 그리도 자주 돌아오는지
식구들이 월초부터 엄마생일, 엄마생일 그러는 것이 민망스럽기 짝이없다.
어제는 남편이 일찍운동 하러 나가서 오후 2시 넘어도 소식이 없길래 전화를 해보니
점심은 먹었고 어디 있는데 한시간 후면 집에들어 온다면서도 있는 곳은 말을 안해서
일행이 있나 하고 그냥 끊었더니 조금후에 비닐봉지에 간식 꺼리를 주렁주렁 들고 들어왔다.
아내 생일이라 뭔가를 사주고 싶어서 백화점에 가서 화장품매장엘 가보니 도무지 뭐가 뭔지
말 붙여볼 엄두도 안나고 가방 파는데도 기웃거려 보니 모두 똑같이 생긴것 같아 뭘 선택해얄지도
모르겠고, 그릇 매장도 가봤는데 살림살이 사왔다고 뭐라 그럴것 같아 그냥 왔노라 했다.
삐쭉하니 큰키에 머리 벗겨진 아저씨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백화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니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간식봉지에는 매년 빼먹지 않는 아내가 좋아하는 초콜렛이 하나 들어 있었다.
딸들에게 이거 엄마거야 손대지마!하고 엄포를 놓았다.
매년 초콜렛을 잊지 않는 남편이 왠지 애잔하다.
아이들과 남편이 사온 주전부리를 먹느라 밥 생각도 없구만 자꾸 나가잔다.
비오는 저녁에 우산 한개를 나눠쓰고 아파트앞 새로생긴 맥주집에 갔다.
스테이크 먹으라고 자기는 맥주만 마시면 된다고 자꾸 권한다.
전문점도 아닌데 좀 그렇지 않냐고 했더니 그래도 시키란다.
내일은 자기가 바쁜일이 있을것 같아 저녁에 늦을 지도 모른다며.
참 맛없는 안심스테이크에 텅비어 둘만 있는 맥주집에서 진짜 부부티 팍팍내며
몇마디 섞지도 않고 있었지만 고즈넉해서 또 좋기도 했다.
오늘 아침은 미역국도 안 끓이고 어제 아침에 먹던 국에 반찬에 계란후라이만 해서 식구들 주고
나는 맨 밥에 맨김에 간장하고 먹었다.
큰딸에게 케익 사오지 말라 이르고 초콜렛 듬뿍넣은 당근케익 구겔후프 틀에굽고
크렌베리 스콘 만들어 놓고 이글을 쓰고있다.
내일은 딸들이 사준(내가 지정해준)책이 오겠지.
비도 그쳤겠다 결국 남편이 돈으로 보낸 생일선물 40만원으로 톡톡한 모직 자켓이나
하나 사러 갈까
적지도 않은 나이에 무리해서 옮긴 아파트 대출금이 뒷머리를 당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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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단상
만오십 조회수 : 214
작성일 : 2009-11-30 13:07:50
IP : 110.9.xxx.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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