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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느끼지 못했던 것들 2

베를린 조회수 : 635
작성일 : 2009-08-19 17:32:04
(1. 기분이 나빠지는 점들)


(3) 기분나쁜 오지랖

우리의 전통은 웅녀가 있었던 때로부터 홍익인간의 이념에 따라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이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것에는 아무도 득 될 것 없고 단지 호기심만 충족시키는 일이나 입밖으로 내던져서 상처를 주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오래된 우리의 풍습이자 전통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은 언제부터인가 지키려 하지 않았다. 대신에 어디서 흘러들어왔는지 모를 이상한 ‚오지랖’이 국민단어가 되어버렸다. 영화 „올드보이“의 주제는 결국 오지랖 떨지 말라는 것이였는데도 그 영화 전후로도 별 차이가 없다. (아름다운 오지랖도 있지만) 대부분은 쓸데없는 오지랖이 서로를 불편하고 짜증나게 한다.


수술로 인해서 팔이 붓고 내분비계 이상으로 몸무게가 불어난 분들 또는 아토피가 심해서 겉으로 보기에도 피부질환이 심한 분들과 같이 다닌 적이 있었다. 몸이 안좋거나 이상이 있으면 당연히 본인이 제일 힘들고 가장 많이 고통받고 여러 치료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병원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동네에서, 대중교통 이용시, 공공장소에서, 길거리에서, 공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1.        „당신 아픈거냐?“
2.        „당신 많이 불편하겠다.“
3.        „내가 잘 아는 치료법이 있다.“
4.        „걱정되서 하는 말이다.“

등등의 말로 불편하고 지겨운 대화를 만들어낸다. 어색하고 반복되는 답변과 주위의 동정어린 시선은 정말 불편하다. 가장 짜증나는 상황이란 걸 모르는걸까?


몇 주전 이사를 하였다. 세관에서 짐을 찾아서 사다리차로 이사짐을 받고 있었다. 나중에 짐을 싼 박스를 버리려고 1층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었다. 내가 버리는 박스를 유심히 보던 같은 동의 할머니께서 대화를 하신다.

„우리 동으로 이사왔나 보네?“ (웬 반말?)
-네. 안녕하세요-

„아이들도 있나 본데.. 자가야? 전세야?“ (대출담당 할머니신가?)
-사글센데요^^-

„박스를 보니 외국서 왔구만. 어디서 왔어?“
-독일에서요-

„그 좋다는 선진국 독일에서 계속 살지, 한국에는 왜 왔어????“ (꽈배기를 드셨나?)
-그러게요^^-

상대방의 감정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호기심만 충족시키는 오지랖은 좀 피곤하고 짜증이 난다. 내가 성격이 더러운 건지.


(4) 영어나라의 연예인공화국

8년 전에 비해서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역시 영어교육의 연령이 낮아졌다는 점과 기획사로 대변되는 „모든TV 프로그램 = 연예인들의 잔치“ 이라는 등식이다. 영어의 열풍의 끝은 어디일지 나도 잘 모르겠다. 제2공식언어로 지정되어서 „국어시험“이 곧 영어시험을 뜻하게 될 때까지 영어열풍은 계속 될 것 같다. 관공서에 가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으러 갔는데 지금까지는

„주민등본 한 통 떼러왔는데요..“ 라고 하면 되었는데 아마도 „I want to get a certificate of resident registration“이라고 해야 무시당하지 않는 날이 올 것 같다.

백인사대주의와 결합하여 기득권의 신분유지를 위한 방편(영어권에서 살다오거나 선진국에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을 정도의 자본이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다음세대가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대우받거나 지위를 획득할 수 있게 함으로서 머리만 좋고 집안이 가난한 사람들보다 우위에 설려는 기득권의 지위유지 전략)으로 전락한 우리의 영어열풍은 모든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면서도 모두가 따라가고 있다.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 사람이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영어를 잘 하는게 최선의 선택이다.

하지만 대학교육을 맡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물어본 결과, 유창한 영어발음과는 상관없이 책의 내용을 놓고서 영어로 토론하는 세미나 시간에 자기 생각을 영어로 발표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한다. 주어진 자료외에 더 이상의 내용이 깊어지진 않는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발음만 유창한 초중급 수준의 통역사와 번역사만 만들어 낼 뿐인 것 같다. 20년 뒤에 그들이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것이다.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을 듯.


오랜만에 한국의  TV를 보았다. EBS를 빼고는 너무 현란하고 빠른 진행으로 프로그램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특히 인기가 좋다는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의 장기자랑과 신변잡기, 몸개그 등등으로 부담없이 즐겁고 재미있게 꾸며져 있었다. 하지만 공영방송에서조차 편성비율이 너무 시청율위주로 가고 있었다. 뉴스에서도 드라마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면 드라마를 정리해서 설명해주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시사고발프로그램은 너무 자극적이고 단편적으로 고발만 고발만 하고 있다. 짜증난다. 시청율은 의식한 충격적 고발. 뭔가 공공기관에서, 공익을 위해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감독기관이 해야 할 일은 방송국이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행정기관은 정말 무용지물이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복지부동인 것 처럼 보여준다. 시민들은 이 방송을 보고 „국가가 썩었다“고 단순하게 생각해 버린다. 뭔가 잘 못 되어도 한 참 잘 못된 고발프로그램이다.

청소년들의 꿈이 연예계의 스타가 된 지 오래다. 중고등학생들이 모두 연예인 지망생이다. 기획사에 소속되기를 바라고 각종 연예인육성학원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돈벌이를 한 지 오래다.

아예 기획사에서 만들어 놓은 양성학원…무슨 아카데미가 판을 치고 있다. 망할 놈의 ACADEMY… 무슨 학문인지… 연예인들의 일상과 신변잡기를 줄줄 외우고 있는 청소년들… 이제는 영어권에서 살다와서 영어발음이 유창한 연예인이 대세인 모양이다.

영어나라의 연예인공화국에서 발음도 후지고 연예인도 드라마도 잘 모르는 나는 이제 완전히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가 되었다.


2.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
IP : 163.152.xxx.20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퐁퐁
    '09.8.19 6:42 PM (220.93.xxx.236)

    (2) 기분 나쁜 오지랍에 대하여

    도움이 되고자 하는 생각은 없으면서 왜 그러냐 꼬치꼬치 묻지요.

    그리고 뒤에서는 쯪쯪하며 두번 죽이는 일도 서슴없이...

    (3) 영어 공화국에 대하여

    수능 1 등급, teps 800점 이어도 글에서 전달하려는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습니다. 답만 맞으면 되고

    점수만 나오면 된답니다...대학가서도 과외 붙이신다고...


    (3) 연예인 공화국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나오는 기이한 현상

    베를린님 기분이 나쁘신게 아니라 걱정이 되셔서겠지요.

    그런데요 듣는 사람도 고마워하는 사람도 거의 없답니다.

    괜히 까칠하다 피곤하다 소리만 듣습니다.심지어 능력없단 소리도..

    적당히 이기적이 되셔야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상은 저의 경험으로 부터의 결론 이었습니다. 이렇게 정리하는 마무리도 필수^^

  • 2. phua
    '09.8.19 8:11 PM (114.201.xxx.147)

    이제서야 짐을 정리하시나 봐요..
    귀국과 같이 하여 나라 정세가 많이 안 좋치요??
    자게에서 자주 만났음 합니다.

  • 3. 유령회원
    '09.8.19 9:52 PM (116.45.xxx.28)

    반갑습니다!

  • 4. 쟈크라깡
    '09.8.19 10:12 PM (118.32.xxx.165)

    격하게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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