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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벙어리 지지가가 드리는 마지막 당부..

키씽유 조회수 : 262
작성일 : 2009-08-19 11:34:56
오늘같은 날,
당신의 업적에 대해, 당신이 이루신 것에 대해 장황하게 쓰지 않겠습니다.


그저, 당신에게 가장 크고 무거운 희망의 짐을 지우면서도
정작 당신을 지지하지 못했던 비겁한 나에 대해서만......쓰겠습니다.


그닥 잃을 만한 것도, 악착같이 지켜야할 무엇도 없으면서
한번도 당신을 지지한다, 입 밖으로 소리내어 본 적 없습니다.

그래도 그 양반 만한 인물이 이 땅에 어디 있느냐.
그 양반이 감내한 희생과, 눈물과, 고난으로 마땅히 덮어지고도 남거늘
그보다 못한 인물들의 태산만한 잘못을, 배신을, 불의를 그리들 쉽게 잊으면서
그 양반의 티끌만한 흠을 신물나게 물어뜯고 할퀴는 굶주린 들개들을 향해


어찌 이리 모진가, 어찌 이리도 평생을 부당한가.
그 흔한 인터넷 익명 댓글 하나 남모르게라도 그 분을 위해 달아본 적 없습니다.


인생의 거진 태반을 이 땅 서울에 살아오면서도...
혹여나 내 꼬리에 붙었을지 모를 지역의 굴레가 내 목에 칼처럼 씌워질까 두려워...
나는...비겁하게도 그랬습니다.


살면서 단 한 번.
97년 대선, 아무도 모르는 좁은 천막가리개 뒤에서 당신에게 표를 던진 거 하나로
나는 평생 당신에게 유세를 떨었습니다. 빚쟁이가 되었습니다.
좀 더 잘하지. 더더 잘하지.

당신이 걸어가는 행보, 당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친구들과, 동료들과 함께 비판, 비난하던 순간에 그들은 몰랐을 것입니다.

그들은 DJ가 싫어서, DJ의 노선이 싫어서 돌을 던졌지만...
나는 왜 당신이 더 잘하지 못하는가, 왜 더 강하지 못한가...
화가 나서 돌을 들었습니다.


당신이 옳다.
당신을 믿는다.
한 톨의 힘도 보태지 않으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나는 당신에게 늘 초인적인 능력을 바랬습니다.


행동하지 않은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당신의 말대로..
나는 평생을 악의 편에 서서,
당신에게 반대하는 무리들보다 더 날카로운 잣대로,
더 날카로운 칼날로 당신을 비판하고 냉소하고 재단하면서....
꿋꿋히 버텨주기를, 꺾이지 않기를, 그래서 세상을 바꿔주기를 소원했습니다.

마음 속의 하늘을 잃은 이 아침에...
당신에게 진 마음의 빚이 너무도 무겁고 버거워....

처.음.으.로. 내가 당신의 지지자였노라.

당신의 이름으로 그래도 내가 이 땅에서 꿈을 꾸고 누려왔노라.

말하고 싶어 나를 아는 이가 없는 이 곳에 부끄러운 글을 적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늘 존경했고....고맙습니다.


다음 생에서는 부디, 좁디 좁은 이 땅, 마음이 더 좁은 이 땅을 택하지 마십시오.


혹여라도 불행히 다시 이 땅에 오시거든....
그 때는 부디...서럽지 않게, 한스럽지 않게...
다음 생에는 힘있는 자들의 고향에 태어나십시오.

이런 삶은.....한번이면 되셨습니다.



IP : 210.183.xxx.189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8.19 11:40 AM (124.169.xxx.64)

    살면서 단 한 번.
    97년 대선, 아무도 모르는 좁은 천막가리개 뒤에서 당신에게 표를 던진 거 하나로
    나는 평생 당신에게 유세를 떨었습니다. 빚쟁이가 되었습니다.
    좀 더 잘하지. 더더 잘하지.
    -
    -
    -
    저 말에 깜짝 놀랍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좀 더 잘하지. 용서해줬을 땐 왜 용서했나..그렇게
    욕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와서 느끼는 건 만약 그때 보복을 했더라면 지금 이명박이 하는 짓에
    명분을 주는 것이겠지요. 선택이 옳았음을 이제야 알겠습니니다.

    지난 총선. 민주당에서 외부 인사를 영입해서 공천을 했어요. DJ계열은 모두 낙천되고 결국
    무소속으로 나가야했지요. 속으로 비웃었습니다. 그렇게까지 아직 권력을 잡고 싶으시냐고요.
    하지만 노통이 돌아가신 후 민주당, 반여권 너나 할것 없이 노구의 당신을 바라만 보았네요.
    그 짐이 힘겹고 괴로우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통일이 되는 걸 보고 가셨어야 하는데..

    너무 힘드네요.

  • 2. ...
    '09.8.19 11:45 AM (58.230.xxx.54)

    가신님의 침묵앞에 그리고 올리신 글 읽으면서 입술이 굳게 닫히고 마음은 처연해집니다.
    존경하며 기댈 분들을 잃고 진정성 없는 지도자를 냉소하며 원튼 원치않튼 듣고 보아야 하는 이 현실이 참 깝깝하기만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님, 편히 쉬소서!

  • 3. 내가
    '09.8.19 2:05 PM (114.206.xxx.159)

    당신의 지지자였노라, 라고 입밖으로 내지 못한 사람들 참 많이 있었습니다.
    저부터도 대학을 가기 전까지 그분은 그저 빨갱이,국가전복세력의 우두머리로만
    알았으니까요.
    박정희의, 전두환의 그 철저한 세뇌교육은 충청도산골까지도 파고 들어와
    전 그분이 용공세력인 줄 알았으니까요.
    아직도 그렇게 알고 있는 나이든 무지한 분들 많이 계실거고요.
    저도 원글님처럼 그분을 지지하면서도 큰목소리로
    '나, 당신을 지지하노라'외치진 못했습니다.

    편안히 가십시오. 나의 대통령. 이땅의 민주.

  • 4. ㅠㅠ
    '09.8.19 2:45 PM (218.153.xxx.57)

    눈물이 납니다.

  • 5. ,,
    '09.8.19 3:01 PM (211.211.xxx.248)

    정말,,,,,,

    세뇌교육힘이 너무나 강함에 나도 모르게 진저리가 쳐집니다.

  • 6. dma
    '09.8.19 3:59 PM (121.139.xxx.240)

    벙어리 지지자 여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늦게 돌아가시고 나서 이제야 김대중대통령을 위해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어서
    겨우 하는 일이 국장 청원글에 서명하고
    그 분의 기사에 댓글 몇개 다는 일 입니다.
    마음은 일손이 부족하다는 세브란스병원에도 가있고 싶고
    국회에 차려졌다는 분향소에도 가고 싶지만
    무엇보다도
    세계가 존경하는 노벨상 수상자이자 민주주의의 지도자요 인권운동가셨던 대통령을
    한 나라 안에 있으면서
    한번도 뵙지 못 하고 떠나보내드리는 것이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살아계셨을 때 한번 뵙고
    이 땅에 국민들을 위해 민주와 자유를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렀다면
    조금이나마 대통령께 진 빚을 덜었을텐데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는 오늘도 김대중대통령이 이루어주신 자유와 민주를 댓가 없이 누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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