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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으로 우리에게 다가 온 대통령님/ 조기숙
저녁숲 조회수 : 440
작성일 : 2009-06-23 01:19:14
봉하마을 정토원에서 4재를 지냈습니다. 이번에는 참여정부에서 일했던 많은 분들이 전날 봉하에 도착해서 하룻밤을 같이 보내고 재에 참여했습니다. 병원에서 퇴원한 권양숙 여사님께서 10시 직전에 도착하셨습니다. 더 창백하고 수척해보였지만 스님들께 합장인사를 드리며 환하게 웃는 모습에 안심이 되었습니다.
햇볕이 쨍쨍하고 무척 더운 날씨였지만 전혀 덥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어찌나 선선한 바람이 부는지 참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옆에 한 사모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우시는 바람에 가슴이 무척 아팠습니다. 그래도 저는 눈을 질끈 감고 이제는 더 이상 울지 않으리라 참아내고 있었습니다.
법문이 끝나고 실천승가회의 두 스님이 짧은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한 분이 <다시, 바람이 분다>는 노대통령 추모 콘서트에 관해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소개해주셨습니다.
“바람이 불면, 대통령님이 그곳에 오신 것으로 알겠습니다”
‘아, 그랬구나. 아침부터 그렇게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햇볕이 이렁이렁하는 가운데 우리가 4재를 어려움 없이 마칠 수 있었던 이유를 그제야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대통령님! 당신이 오셨었군요.’
결국 참고 참았던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래도 울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습니다. 시인인 또 한 스님은 자작시를 낭독하셨습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그대로 두었습니다.
여사님이 재를 지내고 나오시면서 조문객에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기운이 없어 허리를 잘 못펴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렸습니다. 여기저기서 ‘여사님, 힘내세요’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박수 소리도 들립니다. 결국 여사님도 눈물을 보이고 맙니다. 참았던 눈물이 터졌습니다. 엉엉 소리 내어 울고 말았습니다. 아직은 눈물을 참으려 노력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많은 분들이 다가오셔서 인사를 건네는데 흐르는 눈물 때문에 인사도 제대로 못 드리고 와서 죄송합니다.
21일 성공회대에서 있었던 대통령님 추모 콘서트에 가고 싶었습니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큰아들이 토요일에 귀국해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아들은 한사코 싫다고 합니다. 대통령님의 죽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데 무슨 추모를 하냐며 거부합니다. 그런 아들 앞에서는 눈물도 함부로 흘릴 수가 없습니다. 아들은 아직도 대통령님이 살아계시는 것처럼 행동하고 말을 합니다.
아직은 우리가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에 인터넷으로만 추모공연을 봤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정말로 아름다운 분을 추모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신해철님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가 죄인입니다. 그 분을 지키지 못한 우리가 누구를 원망할 수 있겠습니까. 나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다짐을 할 때라 생각합니다.
의도적으로 눈물을 멈추고 기운을 차리려 노력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바닥까지 내려가다 보면 언젠가 치고 올라올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겠습니다.
7월 10일의 49재는 가족위주로 치러진다고 합니다. 참모진도 참석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49재는 원래 종교행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민장의 마무리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안장식이 그 날 거행될 것입니다. 장지는 부엉이 바위 아래로 정해졌습니다. 가족들에게는 큰 고통이겠지만 우리 모두는 대통령님을 추모할 때마다 부엉이 바위를 올려다보며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막을 각오를 다져야 할 것입니다. 봉분 없는 작은 비석 옆에서 대통령께서 잠드실 예정입니다. 국민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대통령님께서 이 세상과 작별인사를 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방송사가 생중계를 해준다면 저의 소망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쉽지 않겠지만 방송사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합니다. 방송사에 안장식 생방송을 요구하는 청원이 필요할까요?
[출처] 바람으로 우리에게 다가 온 대통령님 (장지 수정) (조기숙의 마법에 걸린 나라)
IP : 58.234.xxx.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phua
'09.6.23 8:56 AM (110.15.xxx.11)촛불 82는 직접 가려고 합니다.
먼 발치에서 라도 뵙고 싶어서.....2. 만납시다
'09.6.23 9:34 AM (219.241.xxx.11)........거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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