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재판 개입 파문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이 사죄 발언 이후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16일 신 대법관의 거취를 놓고 법원 안팎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신 대법관은 14일 대법원 정기선고에 참가해 평상시와 같은 모습으로 일정을 소화했다. 선고 과정에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목소리 톤도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었다.
하지만 특별한 반응을 자제하고 있는 신 대법관과 달리 법원 안팎의 여론은 비난을 넘어서 제5차 사법파동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태까지 치달았다.
◇잇따른 판사회의…신 대법관 거취의 최대 변수
실제로 이 사건의 발단이 된 곳이자 전국에서 가장 많은 법관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은 14일 전체 단독판사 116명 중 88명이 모여 장시간에 걸쳐 회의를 개최, 표결을 통해 "신 대법관이 계속해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발표문을 통해 "신 대법관이 중앙지방법원 재직시 개별, 구체적 사건에 대한 보석 자제 및 현행법에 의한 처리 독촉 등 일련의 행위는 재판권에 대한 간섭"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신 대법관이 개별, 구체적 사건에 관해 한 임의배당은 사건 배당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이라며 "대법원의 조치와 신 대법관의 사과로는 부족하다"고 비난했다.
같은 날 서울 남부지법에서도 단독판사회의가 열고 신 대법관의 행위를 사법권 침해로 규정했다.
또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를 주시하고 있던 서울 동·북부지법 판사들도 전날 회의를 개최, 서부지법을 제외한 재경지법의 모든 단독판사들이 신 대법관 사태에 대한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앞선 단독판사들의 집단행동은 그 사례가 적었던 만큼 행동 이후 큰 파장을 불러왔다. 때문에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일련의 판사회의가 신 대법관 거취에 결정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申 대법관, 상황 예의 주시? 정권과 교감中?
하지만 이러한 법관들의 단체행동에도 불구하고 이날까지 신 대법관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버티고 있다.
법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신 대법관은 표면적으로 비난여론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통상적인 업무를 조용히 처리하고 있다.
외부 인사와의 접촉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법원 내부 인사들과의 만남도 꺼리고 있어 신 대법관의 정확한 의중을 두고 말들이 많다.
법원 안팎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의견은 대법관직을 강제로 내려놓을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는 이상 신 대법관이 사태가 가라앉을 때까지 관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 대법관을 강제 사퇴시킬 수 있는 방법은 헌법상 국회의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에 한정된다. 하지만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신 대법관에 대한 탄핵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재적의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한 탄핵은 불가능한 형국이다.
대법원이 엄중경고의 의견을 거두고 징계절차를 밟는다 하더라도 견책·감봉·정직 등의 처분만 가능할 뿐 강제로 사퇴를 시킬 수도 없다.
즉 이러한 구조적 틀을 잘 알고 있는 신 대법관이 서둘러 의견을 표명하기보다는 당분간 두문불출하며 사태를 파악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여권과의 교감설도 제기되고 있다. 복수의 정치·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대법원 진상조사단 조사과정 때부터 신 대법관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청와대 및 여권과 의견조정과정을 거쳤다는 설들이 제기됐다.
때문에 이들은 현재 신 대법관의 침묵도 여권과 청와대와의 일정한 교감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한다. 신 대법관 사퇴가 단일 사안이 아니라 정권 차원에서의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일부 부장판사와 법조계 원로들은 신 대법관을 옹호하는 발언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대법관 출신인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전날 신 대법관의 자진 사퇴논란과 관련, "신 대법관의 행위가 탄핵감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법관들은 함부로 사퇴를 거론해서는 안 된다"며 "나는 탄핵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최근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을 통해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징계와 사퇴를 요구하는 소장 판사들의 행동은 법원 전체의 권위만 계속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판사는 사건 초기에도 법원 내부 전산망에 글을 올려 "법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바 있다.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단지 신 대법관의 개인적인 성향 때문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법관 출신의 A변호사는 "신 대법관이 원래 상황에 보수적으로 대처하는 성향이기 때문에 아직 특별한 반응이 없는 것일 뿐"이라며 "곧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법원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대법원은 논란이 중단되지 않고 지속되자 적지 않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대법원장이 결론을 내린 상황에서 딱히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대법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법권 독립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 운영한다고 밝히는 등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사태의 본질인 신 대법관의 거취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서있는 모습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중앙지법의 판사들까지 나선 형국이니 신 대법관이 분명 어떤 결론이라도 내릴 것"이라면서도 "신 대법관이 평소 자신의 심중을 잘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거취에 대한) 정확한 예상은 힘들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신 대법관을 따로 만나는 것이 오히려 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다른 대법원 관계자들도 가능하면 신 대법관과의 만남을 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5차 사법파동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 시점에서 신 대법관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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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대법관 비난여론에도 사퇴안하고 버티는 이유는 ?
기린 조회수 : 623
작성일 : 2009-05-16 17:56:01
IP : 121.147.xxx.8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이유는
'09.5.16 6:08 PM (58.74.xxx.63)이렇게 버티면 위에서 심지가 굳고 지조가 있는 인물로 보고 차기 대법원장에 임명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요?
현 정권 하에서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요?
그래서 최고 책임자의 자세가 중요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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