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아이가 한글 아는거에 관심도 없었고 학교 가기 전에나 글이나 쓰고 읽으려나
그러기만 해준다면 더바랄것이 없겠다고 생각했었다.
말도 못하는 아이를 내몰듯 어린이집에 보내고 그 해 일년 연년생 동생땜에 신경자체를 꺼버렸다.
다섯살, 여섯살 이년 어린이집을 다니더니
글자도 알고 읽는다. 오호~~ 이럴수가, 신기하구만...
여섯살 봄, 두줄짜리 동화책 열권을 냅다 읽는 애를 보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던 나였는데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두달? 세달? 한달?
아마도 두어달은 되지 않았나 싶다.
진상으로 변해버린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애에게 강요 아닌 강요를 하면서
책읽어~~ 진짜 내가 생각해봐도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걸 몰랐었다.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변하기 시작해서 요즘의 나는 거의 미친@이 된 것처럼 날뛰고 있지 않나 싶다.
처음 두어줄짜리 동화책을 읽었을때의 감동으로 지금껏 그때의 마음으로 지금껏 애에게 다가가고 꾸준히 책읽어주기를 해왔다면 아이는 한층 더 자라고 책 읽는 기쁨에 몰려 있을지도 모르는데~
언제부터인지 내 눈에 비친 아이의 모습은 게으름 피우고 안할라고 고집 피우고
놀고 있는 애를 보면서 불안해 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심드렁하게 꾸짖고 나무라고
아주 애를 잡을라고 작정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이 곳 카페를 처음 알고 전해져 오던 무한감동. 프린트하고 줄치고 읽어보고 책사들이고~ 어쩌고 할때의 그 초심은 어디로가 사라지고 아무것도 없다.
그때의 그냥 설레이던 마음들, 열흘 넘게 나의 이상한 행동에 자숙하면서도 제어할수 없는 나를 보면서
지금의 시기를 잘 보내지 않으면 문제점을 찾지 않으면 아이와 평생 싸우지 않을까 싶어 해법에 골몰하며
육아서적을 보고 심각한 인터넷 여행을 한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요즈음 나의 증세를 보며 답답함을 넘어서 말할수 없는 무언가에 도취되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이곳에서 답을 찾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
차라리 아직도 아이가 한글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늘의 이런 내 모습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부끄럽다.
애가 글을 어느 정도 읽게 되면 이런 격동의 방랑기를 보낼까.
읽어주는 것은 등한시한채 애만 잡고 있는 나같은 사람 어디 또 없었나요?
진정으로 진심으로 댓글 보고 싶어요.
여기서 지금 벗어나지 못하면 아마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너지 않을까 싶어서 너무 겁이 납니다.
공부는 왜 할까?
학습지는 도대체 왜 시키는 거지? 책은 도대체 왜 읽는거지? 왜 읽혀야 하는 거지?
나는 왜 맨날 애하고 전쟁을 치르고 있는 걸까? 문제가 뭘까?
애한테 물어봤다.
"엄마가 맨날 책 읽으라고 잔소리 해서 싫지?" - 예
"앞으로 잔소리 하지 말까?" = 예 (아주 밝은 표정으로- 그래 하지 말자)
"그럼 엄마가 책 읽어주는 것도 하지 말까?" - 아뇨 (아주 큰소리로)
"그럼 엄마가 책 읽어주는 건 계속 하고 니가 읽는 건 하지 말까?" - 엉.
글 모르는 둘째는 아직도 열심히 읽어준다.
요즘 필 받아서 이 녀석의 읽는 양도 점점 늘어나고 한번 잡으면 한시간은 기본으로 앉아 있어야 하고
더더더~를 외치고 시도 때도 없이 읽으라 소리 하는 때가 점점 늘고 있다.
모가지가 아파 죽겄다.
대여한 책을 돈이 아까워 한달간 진짜 열심히 읽어줬다.
열번도 더 읽어준듯, 아이가 어제를 마지막으로 빠르게 그림만 전권을 살펴보고 쌓아놓더니 더이상 보지 않는다.
사실 큰애를 위한 대여였는데 어찌된게 큰애는 첨에만 반짝이고 동생이 더 열성적이다.
진짜 돈이 안아까왔다.
나 아는 사람 여기 아무도 없건만 상담실이나 육아일기방은 부끄러워서 못찾겠다.
웃기게도 아랫도리까지 벗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왜 그런 생각이 드는건지는 나도 모르겄다.
다시 비공개로 전이되어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이 행복하다.
진짜 너무 간절하고 궁극적이고 따끔한 어떤 충고도 달게 받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요는, 지금의 혼란기에 접어든 나의 원인, 아이가 한글을 어느 정도 읽게 되면서 혹시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신 분들 있음 지혜 좀 빌려 주세요.
이상해져가는 나의 모습을 보며 오늘 정리해본 결과는
1. 큰애에게 다시 책을 읽어준다.
- 둘만 있을때 하루 한시간 정도...
2. 책 읽어라 어쩌라 잔소리 하지 않는다.
- 보면 보고 말면 말고 그냥 내버려 둔다...(그래야 하는거 맞지요? 아닌가?)
3. 이케 하면 되나요?
- 근데 읽기 독립 중에는 강제로라도 하루 한두권은 스스로 읽게 하는게 좋다는데
나의 무지로 애가 이제 한권도 안보려는데 그래도 시켜야 하나요?
- 새 책 서너질 들이는게 읽기독립 중에 좋다고 하던데 뭘 들여야 하는건지... 모르같시유.
이런식으로 계속 가다가다는 애도 잡도 빈대도 잡고 초가삼간도 다 태울거 같아서 용기 내어 써봅니다.
질타 조언 충고 아무거나 부탁드립니다...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못난이 엄마 드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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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독립 과정 중에..
못난이 엄마 조회수 : 493
작성일 : 2009-02-05 07:06:31
IP : 59.152.xxx.140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평안과 평화
'09.2.5 7:41 AM (211.109.xxx.18)공부하기 싫어하는 첫번째 ----강요,,,,,
그러니까
원글님은 애에게 너 책에서 멀어져라 멀어져라 주술을 부리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
애가 욕심이 있는 아이면
강요하지 않아도 알아서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꼼수를 부려야죠,ㅡ
애를 탈선(?)하지 않도록 --- 이때부터 엄마의 IQ가 필요하죠,
모두가 전략입니다.
방임도 하나의 전략이죠,
ㅎㅎ
전 성공했냐구요??
글쎄요,2. ...
'09.2.5 7:57 AM (119.64.xxx.146)읽기 독립중에 아이에게 강요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아이가 좋아하는 간단한책 한권이나..
엄마랑 서로 번갈아 가면서 읽을수 있는것 한권정도가 어떨까 싶습니다.
아이가 책을 점점 좋아하게 되면 읽지 말라고 해도 찾아서 읽습니다.
그때까지는 초등저학년까지도 엄마가 읽어주는게 좋다고 합니다.3. 하루 15분
'09.2.5 9:05 AM (203.170.xxx.16)책읽어주기(정확한 제목은아님)
그책에 보면 14세까지도 읽어주라고 되어 있어요
글을 아는 아이도 계속 읽어주면
이해력, 집중력, 안정감이 높아진대요4. 아주 짧은 거
'09.2.5 9:05 AM (125.187.xxx.16)진짜 짧은 거 읽으면 성취감이 들겁니다. 아이에게 성취감부터!!!!
5. 책10권
'09.2.5 9:38 AM (210.103.xxx.39)저녁마다 10권이상 읽어주다 목 쉬어버린 엄마예요~
아침에 한권 읽어준다고 한 것이 아이의 잔꾀(뽀뽀10번)에 빠져 6권 읽어 줬습니다.
3월이면 학교 갈껀데 혼자보다는 계속 읽어주기를 바라네요..
학교가면 읽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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